그야말로 독이 든 성배. 누구나 탐을 낼 것만 같은 엄청난 메리트를 가진 자리이기도 하지만 이젠 그 누구도 쉽사리 손을 뻗기에는 부담스러운 곳 되어 버린 껄끄러운 빈 자리. MC몽의 하차 이후 오랜 기간 동안 공백 상태인 1박2일 제6의 멤버 선정이 점점 더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정, 김병만 등 그동안 네티즌들의 추천들에 의해 유력한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이들은 고려대상이 아니라면서 그래도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새로운 멤버와 함께 촬영에 들어갈 것이라는 나영석 PD의 다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희소식 없이 시간만 가고 있거든요.

그러던 도중 갑자기 섭외 제의가 왔었다며 윤계상 소속사측에서 소식이 들려왔지만 이 역시도 출연자 측의 거절로 무산되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끌어온 주제이기도 했고, 의외의 인물, 생각하지 못했던 타이밍에 터져 나온 소식이었기에 단숨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지만 그 폭발력에 비해 단 하루의 짧은 시간동안 제의와 거절이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무척이나 급박하게 진행된 섭외 과정 공개였죠. 그렇다면 왜 1박2일과 윤계상 측에서는 이렇게도 빠르게, 그리고 가차 없이 잡음을 제거하며 출연 제의사실을 인정하고, 그 무산을 깔끔하게 밝혔던 것일까요? 윤계상 측에서 1박2일 출연을 고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룹 god 활동 당시부터 윤계상은 무척이나 예능감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얼굴 표정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며 아낌없이 망가지는 몸개그를 구사하기도 했고, 틈을 노리지 않고 멘트를 물어오는 타이밍 포착에도 재능을 가진 재간둥이였었죠. 그런 과거의 활약을 기억하고 있다면 1박2일의 선택이 크게 무리수라고 여겨지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X맨 같이 그가 활약했던 당시의 예능 프로그램의 성향이나 방식이 지금의 리얼버라이어와는 많은 차이가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활동량과 헌신을 요구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1박2일에 적절히 녹아들 수 있을지의 여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런 불안함은 다른 영입대상들에게도 동일한 조건이겠죠.

하지만 가수 활동을 접고, 배우로서의 또 다른 출발을 한 이후 연기자 윤계상은 철저하게 예능 프로그램과는 선을 긋는 행보를 보여 왔습니다. 그가 경력을 시작한 영화뿐만 아니라 주연급으로 출연했던 드라마처럼 출연작의 수도 상당하고, 배우라면 마땅히 홍보를 위한 예능 출연을 고려할 법도 하지만 전혀 그런 모습을 특별히 볼 수 없었죠. 그가 스스로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윤계상에게는 화려한 아이돌이었던 과거의 모습과 완전한 단절. 그리고 단지 연기로만 승부하는 배우로서의 이미지 확보가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과제였으니까요. 1박2일의 출연 거절 역시도 이런 결정의 연장선상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결정입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제안이 들어왔을 뿐인 조심스러운 상황에 너무나 빨리, 성급하게 섭외 사실이 공개된 것도 거절의 이유였겠죠. 섭외 이후에도 설혹 참가를 결정하더라도 촬영 이전에 서로 간에 조정해야 할 많은 요소들이 당연히 남아있고, 그 과정이 이렇게나 빨리 공개되었다는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해 뒷말들을 세어 나오게 하거나 각종 억측을 만들기 너무나도 쉽습니다. 성급하게 공개해버린 윤계상의 소속사 쪽이나, 섭외 소식이 알려진 1박2일 제작진 쪽이나 실무 검토에 들어가기 전에 너무나 많은 부담감을 안고 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부담감입니다. 기존 멤버의 하차가 결코 순탄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게다가 가장 최근에 투입된 김종민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적응에 애를 먹으며 각종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은 리얼 버라이어티에 뛰어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거든요. 따지고 보면 윤계상은 물론이고 지금 물망에 오른 수많은 후보자들 중에서 빨리 멤버들이 결정되지 못하는 주요한 내부의 원인은 MC몽과 김종민입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지금의 5인체제가 안정을 찾고 김종민의 부진이 해소되는 것이 새로운 멤버 영입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게다가 섭외 당사자인 나영석 PD 역시 매주 틈만 나면 새로운 멤버 선정에 대한 소스를 기사를 통해 내보내고 있으니 그 부담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엄청난 관심을 가진 문제이고, 워낙에 각기 다른 기대와 요구들이 집중되어 있는 문제이기에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고 여러 우려들을 안심시켜주기 위한 방편이겠고, 기자들의 등쌀에 못 이겨 나온 몇 마디 말이 과장된 측면도 분명히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나PD 발언의 빈도나 방식은 그리 적절해보이지 않아요. 굳이 영입 시기를 못 박거나, 새로운 멤버 선출의 기준을 공개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새로운 멤버에 대한 그의 인터뷰 기사가 한번 공개될 때마다 더욱 더 큰 논란과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그냥 제작진 역시 심사숙고 중이고 자신들의 선택을 믿어달라며 뚝심 있게 조용히 밀어붙이는 것으로도 충분한 대답이 아니었을까요?

결국 새로운 멤버 선정이 그리 급한 문제도,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도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 시청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제6의 멤버가 누가 될 것인지, 그가 과연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과연 언제, 얼마나 빨리 결정될지의 여부가 아니에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새로운 멤버에 대한 소식으로 군불을 지피거나 소란을 만드는 것이 아니란 것이죠. 조금 더 느긋하게, 어느 누가 새롭게 투입되더라도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지금도 불안한 5인 체제를 안정시키고, 조금씩 분발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김종민의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멤버들의 하차와 부적응에도 변함없는 애정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도, 그리고 선뜻 출연 결정을 하지 못하는 예비 후보자들에게도 지금의 1박2일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해결방안이 아니겠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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