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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하숙- “니들이 이 맛을 알아?” 그렇게 걷는 순례자들, 더할 나위 없는 쉼터차배진 환상의 호흡, 오래된 알베르게를 특별한 공간으로
장영 기자 | 승인 2019.04.06 12:41

스페인으로 날아간 유해진 차승원은 그곳마저 익숙하게 보내던 공간처럼 순식간에 바꿔 놓았다. 섬마을을 다니며 살던 그들에게 스페인의 순례길 마을 역시 섬이나 다름없는 공간일 수도 있었다. 친한 사람들끼리 함께하던 것과 달리,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는 그 상황만 달라졌을 뿐이다.

차승원의 요리는 정말 놀랍다. 그동안 방송에서 공개된 차승원의 요리는 함께하던 연예인들만 아는 비밀이었다. 맛있다고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이들이 극히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차승원의 요리가 정말 맛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고된 순례길을 택한 이들이 잠시 머물다가는 알베르게에서 따뜻한 한식을 맛보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힐링이 될 것이다. '스페인 하숙'이 위치한 곳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최소 2주 이상 걸어야 한다. 순례길에 익숙해진 이들이 들르게 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tvN 예능프로그램 <스페인 하숙>

순례길에 익숙해졌다는 것은 그곳의 알베르게에 익숙해졌다는 것이고, 음식 역시 스페인 식으로 먹어왔다는 의미가 되니 말이다. 이 상황에서 마주하게 된 우리의 맛은 순례객들에게 감동일 수밖에 없다. 상업적인 고려가 거의 없는 그 공간은 그렇게 순례객들의 오아시스 같은 쉼터가 되었다.

'스페인 하숙'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은 동일한 행동들을 한다. 알베르게에 들어서는 순간 놀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을 맞이해주는 이가 유해진이기 때문이다. 엇비슷한 그들의 반응들이 이제는 하나의 고유한 표식과 같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고 재미있다.

차승원은 요리를 잘한다. 단순하게 잘한다는 수준을 넘어 빠르고 맛있게 해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식혜 만들기도 손쉽게 하더니, 이번에는 수정과를 단 10분 만에 만들어내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수정과 맛은 완벽하게 잡아내면서도 단순화시켜 빠르게 만드는 모양새가 마술처럼 다가오니 말이다.

불고기, 김칫국, 감자전, 샐러드, 동그랑땡, 진미채, 수정과 등 그날 하루에 만든 음식들이 이 정도다. 음식을 잘하는 이들에게는 손쉬운 일일지 모르지만 대부분 시청자들에겐 신기함으로 다가올 뿐이다. 손이 많이 가고 요리 과정이 귀찮고 맛내기도 만만찮은 요리들을 이렇게 빠르고 맛있게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니 말이다.

tvN 예능프로그램 <스페인 하숙>

순례길을 찾는 이들에겐 저마다의 이유가 존재한다.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혹은 말할 수 없는 고민을 안고 고된 순례길을 택한 그들은 그렇게 길 위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길 위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고된 축복일 수밖에 없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잊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더욱 가식적인 존재가 되어야하는 현대인들은 자기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살기 위해 바둥거리다 갈수록 늪 속에 빠진 채 허둥대는 것 같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는 한다. 벗어날 수 없는 그 늪에서 움직일수록 더욱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한 채 순응하는 현대인들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중요한 공간으로 다가온다.

자신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해준 사회적 지위와 가치, 의미들을 던져버리고 작은 짐 하나만 짊어진 채 떠난 길 위에서 순례객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이다. 뭔가 대단한 가치를 발견하는 행위가 아니다. 

tvN 예능프로그램 <스페인 하숙>

60이 넘어 순례길을 왔다며 비웃는 젊은이들에게 남긴 "니들이 이 맛을 알아"라는 댓글은 이 길을 걷는 이들의 마음 자세일 것이다. 고된 길을 걷는 행위는 체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체력만이 문제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배정남을 위해 진미채를 만들고, 해진이 좋아하는 된장국과 누룽지를 만들어주는 차승원. 그의 마음 씀씀이는 참 곱다.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모든 것들을 준비하는 그의 마음은 따뜻하다. 뭐든 손쉽게 만들어내는 유해진은 '이케요' 고급라인을 런칭했다.

친한 동네 형이나 오빠처럼 순례객들에게 다가서는 유해진. 감탄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차승원의 정성스러운 요리. 온갖 잔일을 도맡아 하는 배정남. 이번에도 그들은 환상의 호흡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단할 것 없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위치한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의 오래된 알베르게는 그렇게 특별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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