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4·3 보궐선거 국회의원 선거 2곳에서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이 1석씩을 나눠가졌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인 만큼 관심을 모았던 건 바른미래당 후보의 득표율이었다. 그러나 경남 창원성산에 출마한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는 4위에 그쳤다. 이를 기점으로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가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3일 실시된 경남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여 후보가 개표 진행 내내 강 후보에 밀리다가 개표 막판 500여표 차이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런데 창원성산에서는 누가 당선되느냐 만큼 관심을 모은 것이 있다.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의 득표율이다.

이재환 후보의 득표율이 향후 바른미래당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 이 후보의 득표율이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바른미래당 존립의 정당성이 강화되고, 기대 이하일 경우 손학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재환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3.5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4위에 머물렀다. 지난 2016년 4·13총선에서 바른미래당의 전신인 국민의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이 후보는 당시 9949표를 얻어 8.27%를 득표했다.

▲손학규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재환 후보의 득표율이 저조하자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손학규 리더십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 일부 지역위원장과 당원들로 구성된 '행동하는 바른미래당 위원장 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참패의 원인을 선거제도 개혁 추진이라며 손 대표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언주 의원에 대해 진행 중인 징계절차를 철회할 것도 요구했다. 이 의원은 보수 유튜브에 출연해 손학규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 "벽창호"라고 모욕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창원성산에 후보를 내면 안 되며 자유한국당 후보를 밀어줘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재환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넘지 못하면 손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당장 5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바른미래당 내부 보수 인사들의 손학규 흔들기가 시작됐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즉시 모든 의원들은 조기 전당대회 준비로 의견을 모아달라"며 "그것이 싫다면 최소한 재신임 투표라도 하자"고 주장했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손 대표께서 퇴진을 결단하시면 된다"고 요구했다.

이러한 바른미래당 내부의 움직임은 결국 정계개편을 위한 발판 마련의 일환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사실 이번 창원성산에서 바른미래당의 참패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지역구 선거의 경우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표심이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창원성산은 노동자들이 많아 진보정당이 약진하는 지역이다. 동시에 보수성향이 강한 영남지역이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를 이뤄낸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한국당 강기윤 후보의 1대1 구도로 선거가 치러졌다. 애초에 3당이 끼어들만 한 여지도 적었다.

5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서 김관영 원내대표는 "저희가 당초 목표로 했던 득표율에는 못 미쳤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을 한다"면서도 "선거가 막판이 되면서 치열한 양강구도가 전개되고, 그러다보니 당선 가능한 인물로 표가 집중되는 그런 결과가 발생된 것 같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당의 존립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른미래당이 민주평화당처럼 지역적 기반이 확고한 것도 아니다.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등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는 바른미래당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이 확실시 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공중분해 될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바른미래당발 정계개편의 단초는 민주평화당에서 찾을 수 있다. 민주평화당은 당초 정의당과 함께 '평화와 정의' 교섭단체를 구성해 활동해왔다. 지난해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드루킹 특검 수사 과정에서 투신하면서 교섭단체가 와해됐지만, 여영국 의원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다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정의당 측은 교섭단체 복원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민주평화당은 사정이 다르다. 정동영 대표 등이 교섭단체 복원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을 규합해 새로운 3세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고 한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3월 26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러한 움직임(바른미래당 호남의원들과 결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 자신도 (바른미래당 호남의원들과)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그런 의사를 먼저 가지고 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지금도 국회에서 오며 가며 조우를 하게 되면 어떻게 돼 가느냐 하는 정도의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과 일부 보수성향 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들은 앞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며 이미 바른미래당이 다음 총선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가로막은 상황이다. 이미 이번 보궐선거 전부터 물밑에서 손학규 대표의 사퇴 요구와 비대위 전환 추진 논의를 해왔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호남의원들의 이탈 원심력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이번 선거에서 바른미래당 입장에서 중요 관전포인트는 이재환 후보가 몇 퍼센트를 득표하느냐였다"며 "그런데 지나치게 부진했고 어떤 식으로든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지금 상황에서 바로 정계개편이 일어나기는 어렵겠지만, 손학규 흔들기부터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라며 "손학규 흔들기가 먹히기 시작하면 보수연합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번 보궐선거로 손학규 대표가 당을 추스러서 무언가 해볼 수 있는 리더십은 와해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내부에서 손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이럴 경우 호남 의원들의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이번 보궐선거로 바른미래당발 정계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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