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보궐선거에선 아무도 이기지 못했다. 이긴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노회찬뿐이다. 자유한국당이 전부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없지 않았으나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였던 창원·성산은 자유한국당이 아닌 정의당 여영국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나 여영국보다 노회찬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선거 전 고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욕되게 언급한 한 정치인에 대한 분노도 함께였다.

4일 JTBC <뉴스룸>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이 화제다. 고 노회찬 의원을 폄하한 오세훈 전 시장의 발언 당시 하고 싶었으나 선거전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서 기다렸다는 앵커브리핑에는 짙은 애도와 숨겨진 분노가 담겨 있었다. 방송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긴 침묵, 다시 또 침묵이 이어졌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뉴스 앵커의 본분을 모르지 않고, 감정 조절을 그만큼 잘할 수 있는 앵커도 없을 것이지만 손석희 앵커는 그 말 한마디가 그토록 힘들었나 보다.

“저의 동갑내기....노회찬에게...이제야 비로소 작별을 고하려 합니다”

[앵커브리핑] '노회찬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JTBC 뉴스룸 보도영상 갈무리)

한국당 보궐선거 지원에 나선 오세훈 전 시장은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의 정신이라는 것은 솔직히 말해 자랑할 바는 못 된다”고 고 노회찬 의원의 정신을 폄하했다. 단순히 망언이라는 표현으로는 감정을 모두 담을 수 없는 참담한 발언이었다. 손석희 앵커브리핑은 그에 대해서 매우 차분하게 반론을 담았다.

“돈 받고 죽은 사람”이 아니라 “돈 받은 사실이 끝내 부끄러워 목숨마저 버린 사람”이라고 했다. 거두절미하고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 사람들도 분명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손석희 앵커의 말대로 “그보다 비교할 수 없는 큰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의 행태를 떠올린다면 우리는 세상을 등진 그의 행위를 미화할 수는 없지만 그가 가진 부끄러움은 존중해줄 수 있다”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손석희 앵커는 고 노회찬 의원에게 작별을 고했다. 정의당도 여영국 후보의 당선과 함께 탈상을 선언했다. 그는 떠났고 보내야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노회찬이 필요하다. 또한 그립다. 군계일학의 풍자와 유머, 그 사람 좋은 웃음이 그립다. 그는 떠났어도 그를 어찌 영영 보낼 수 있겠는가.

노회찬에게 작별을 고한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은 그를 다시 불러내는 역설이었다. 손석희 앵커의 진심을 가슴 먹먹하게 공감할 수도 있었다. 따져보면 특별히 잘 연마된 문장이나 말이 없었지만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한 우리의 감정과 그리움을 담기에는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가슴으로 대할 수 있었던 뉴스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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