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신문의 날 행사에 참석해 언론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언급하며 진실하고 공정한 보도를 위해 신문이 극복해야 할 대내외적 도전이 여전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자본권력, 사회적 편견, 진영논리, 속보경쟁 등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4일 저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3회 신문의 날 축하연에 참석해 우리 사회 신문과 언론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아직 언론 자유를 얻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신문을 생각하면 '처음'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른 아침, 아직 잉크 냄새가 나는 신문을 집어드는 것은 그날그날의 세상 소식을 '처음' 만나는 일"이라며 "신문은 또한 민주주의의 '처음'이다. 영국 명예혁명에서 인류는 처음으로 언론의 자유를 쟁취했다. 언론의 자유를 통해 민주주의, 인권, 정의, 평화가 커갈 수 있었다"고 축사 운을 뗐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문 대통령은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을 언급하며 '처음'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여성의 권리를 내세웠고, 더 많은 국민이 읽을 수 있도록 한글로 발행했다고 평가, 우리역사에서 신문은 새로운 시대를 만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3·1독립운동 당일 발행된 '조선독립신문' 1호가 독립선언 발표 소식을 국민에게 '처음' 전했고, 3월 3일 제2호에서는 '국민대회'를 열어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대통령을 선출할 것이라고 알렸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1919년 8월21일 기관지 '독립신문'을 내고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소식을 국민께 알렸다고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한 장의 사진, 한 줄의 기사에 담긴 신문인의 양심이 우리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일제강점기던 1936년 동아일보는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지우고 사진을 보도했고, 1960년 부산일보 허종 기자가 보도한 김주열 열사의 사진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으며, 1980년 5월 20일 5·18 민주항쟁 소식을 군부의 압력으로 전하지 못한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의 공동사표가 2만 장의 호외로 흩뿌려졌다고 소개했다. "신문을 압수하거나 정간, 폐간시키는 일제와 싸웠고, 보도지침이라는 이름으로 기사에 빨간 줄을 죽죽 그었던 독재와 싸웠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서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장대환 한국신문협회 고문, 정규성 한국기자협회 회장, 이병규 한국신문협회 회장, 문 대통령, 김종구 한국신문방송편집인 협회 회장, 방상훈 한국신문협회 고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현재 신문과 언론이 처한 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다. 정권을 두려워하는 언론도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다시 높아지는 것 같지 않다. 진실한 보도, 공정한 보도, 균형 있는 보도를 위해 신문이 극복해야 할 대내외적 도전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꼽은 대내외적 도전은 크게 '언론 자유에 대한 도전', '언론 신뢰에 대한 도전', '언론 공정에 대한 도전'이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에 대해 "정치권력 외에도 언론자본과 광고자본, 사회적 편견, 국민을 나누는 진영논리, 속보 경쟁 등 기자의 양심과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들이 아직도 많다"고 밝혔다. '국경 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PFI)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63위, 2018년 43위로 회복되고 있지만, 이 같은 요인들로 언론의 신뢰도 회복이 제약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언론 신뢰와 공정에 대한 도전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허위정보·가짜뉴스의 확산과 기자들의 속보 경쟁에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나날이 발전하는 정보통신 환경은 정보의 유통속도를 높여주었지만 동시에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며 "이는 신문과 신문인에 대한 신뢰는 물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심각한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국민 10명 중 8명은 모바일로 뉴스를 접할 정도로 신문을 펴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켜는 것이 익숙한 세상"이라며 "신문사 입장에서는 누가 먼저 보도했는지, 어느 신문사의 클릭 수가 많은지가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자극적인 기사, 깊이 없는 보도가 많아지고 완성되지 않은 기사가 생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내외적 도전들에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신문의 위기 극복 방안은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 신문은 존경받는다. 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을 기초로 한 비판, 국민의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제 설정은 정부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라며 "신문과 신문인이 언론의 사명을 잊지 않고 스스로 혁신해 나간다면, 국민의 신뢰와 사랑 역시 변치 않고 지속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종이신문 구독률과 열독률이 떨어지는 언론환경이지만 국민들은 인터넷을 통해 여전히 신문사가 제공하는 뉴스를 읽고 있고, 신문인 한 명 한 명이 언론인으로서 양심의 자유를 누린다면 신문도 본연의 사명을 다해 내어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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