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치른 경남 두 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정의당과 한국당이 1석씩을 나눠가졌다. 자유한국당의 유세 막판 축구경기장 난입, 고 노회찬 의원 모욕 등으로 논란이 발생했던 창원·성산 지역은 말 그대로 드라마처럼 여영국 후보의 짜릿한 역전극이 벌어졌다. 결과는 단 504표 차 승리.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한국당 후보가 단독출마로 무투표 당선되었던 통영·고성 지역은 양문석 후보가 나름 선전을 펼쳤으나 한국당 정점식 후보에게 압도적 승리를 내줘야 했다.

경남 두 곳에서만 치러진 보궐선거 싹쓸이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했던 한국당으로서는 난감해진 결과였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의 경남FC 축구경기장 난입사건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고 노회찬 의원 폄하가 없었어도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겠냐는 의문도 남는다. 결과적으로 노회찬 정신이 황교안을 이겼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오른쪽 네 번째)가 3일 오후 창원시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환호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심상정 의원, 여 후보 부인 한경숙 씨, 여 후보, 이정미 대표, 윤소하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번 보궐선거와 맞물려 치러졌던 장관 후보자 7인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의 잡음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 고가주택 매입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국당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세 막판에 불거진 논란은 한국당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새 당대표를 흔들 책임론은 대두하지 않겠지만 황교안 대표 체제의 차기 총선이 녹록지 않을 것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지난 총선에서 아예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통영·고성 지역에서 비록 패배했지만 득표율은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남지역을 위주로 치러진 보궐선거라지만, 경북 문경과 전북 전주에서 동시에 치러진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모두 한국당과 민주평화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경남지역은 전통적인 한국당 강세지역이라고 위안할 수 있겠지만 전주에서도 민주당은 이기지 못했다. 민주당에 대한 민심의 일단을 읽을 수 있는 결과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국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매우 작은 규모의 보궐선거라지만 민주당은 어디서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창원·성산의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의 단일화가 최소한의 체면을 살려줄 수 있었지만 여영국 후보의 당선에 민주당의 역할이 얼마나 됐을지도 의문이다. 이겼으니 단일화는 잘한 일이지만 504표 박빙의 승리는 민주당으로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물론 지방선거 압승의 기억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게 경남지역은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이번 보궐선거가 다른 지역이었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으로서는 쉽지 않았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 덕이라지만 56%를 넘어섰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 높던 지지율을 다 까먹은 상황이다. 그 원인에 대해서 통렬한 반성이 없다면 내년 총선이 그만큼 어려워질 것은 분명하다.

선거는 두 곳, 영향은 역대급…경우의 수?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범진보와 한국당 모두 패배하지는 않았지만 이기지 못했다. 비록 작고, 지역의 한계가 있다지만 이에 대한 민심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야 모두에 대한 경고일 것이다. 국회의 상황은 여야 모두 낙제를 면할 수 없다. 하향세의 민주당과 상승세의 한국당 모두에게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심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다른 의미도 찾을 수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범진보와 한국당이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언론은 머쓱해졌다. 언론 스스로 미니 보궐선거라고 하면서도 결과에 대한 정국 영향력을 지나치게 크게 보도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민심을 가늠하기에 충분치 않은 미니 보궐선거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를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또한 내년 총선이라고 해서 언론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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