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합원들 앞에서 처음으로 '투쟁'을 외쳐봅니다. 투쟁!"

오세윤 네이버 노조 위원장은 노조 출범 1주년 행사 및 네번째 단체 행동이 열린 오늘(3일) 이 같이 말했다. 오 위원장은 사측과의 교섭이 40여일 째 교착상태에 머무르는 가운데 향후 쟁의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은 3일 오후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 앞에서 4차 단체 행동 및 출범 1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오 위원장은 단체행동에 나선지 41일이 지난 만큼 향후 청와대, 고용노동부, 성남시청 등 정부부처에 네이버 노사대치 상황을 적극 알리고,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화섬노조에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그동안 사측과의 대화를 위해 공개하지 않았던 네이버의 내부 문제들을 적극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는 3일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 앞에서 4차 단체 행동 및 출범 1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페이스북)

오 위원장은 "전면적 싸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파업을 불사하고 싸우는 것이 가시밭길임을 알기에 우리는 대화로 문제를 풀기위해 조금씩 양보해왔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물러나지 않겠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국내 IT기업 중 최초로 노조를 설립한 네이버 노조는 사측과의 단체교섭 결렬로 지난 2월 20일부터 격주로 단체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네이버 노사는 15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노사는 두 차례의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 절차를 밟아 중노위의 조정안이 도출됐지만 사측이 협정근로자 지정 문제로 이를 조정안 수용을 거부하며 교섭이 결렬된 상태다.

중노위는 ▲리프레시(안식)휴가 15일 (입사 후 2년 만근 시, 3년만근 시마다 계속 발생) ▲출산전후 휴가 중 남성출산휴가 10일 ▲전직원 대상 인센티브 지급 근거에 대한 사측의 설명 등을 조정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기타 쟁점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성실히 교섭하여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네이버 노사가 '협정근로자' 지정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며 교섭은 교착상태에 이르렀다. 협정근로자는 노조 조합원 중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노동자의 범위를 단체협약으로 정해놓은 것으로 '쟁의참가배제자'를 의미한다.

노동조합법에서는 협정근로자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점 ▲사업장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행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명시하고 있어 보통 사측은 이를 근거로 단체협약에 협정근로자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해당 법조항은 노동자의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신체의 안전과 물적 안전을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다. 때문에 노조 주도하에서 교대제 등의 방법을 통해 해당 시설의 유지가 확보된다면 나머지 노동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있으므로 협정근로자를 굳이 단체협약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

네이버 사측은 정상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한 인력이 필요해 단협에 협정근로자를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측은 협정근로자 지정의 법적 의무가 없으며, 사측이 직원 상당수를 협정근로자로 지정해 노조의 단체행동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사측은 '협정근로자'를 받지 않으면 교섭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는 단체교섭권을 내어놓고 교섭을 하자는 것"이라며 "단체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노조에 있을 때 경영진이 노조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이런 손발 다 잘린 노조를 하겠다고 용기내어 노조를 만들고 가입한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오 위원장은 "파업중에도 교섭은 하는 법"이라며 "대등한 파트너로 노조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면 대화를 요청하라.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고 경영진에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