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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 이후, 남는 문제는선거 결과에 따라 황교안 독주 체제 운명 갈려...'예산폭탄론' 부담 될 수도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04.03 09:27

본래 선거 때가 되면 온갖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투표일에 가까워 질수록 더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강기윤 후보와 함께 경남FC의 홈경기가 열리는 축구장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했다든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돈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회찬 전 의원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든지 하는 일들이 그렇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여영국 후보와 함께 농구장을 방문하지 않았느냐, 축구장은 선거 때마다 다들 가는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 라는 항변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태도는 자유한국당이 앞으로도 극단적인 정치적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세훈 전 시장의 경우 전당대회 국면에서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며 자신의 수도권 중도층 득표력을 과시하였는데, 그런 인물도 실제 선거에 진입하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게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권주자로서의 황교안 대표 지지율은 전당대회 이후 여러 논란에도 불구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보수 유권자층의 문재인 정부를 견제 심리를 흡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당혹스럽게도 국회 정무위를 공전하게 만들고 있는 김원봉 서훈 논란에서도 나타난다. 보수야당들은 “약산 김원봉을 서훈한다는 것은 김일성도 서훈 대상이 된다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잘 따져보면 무리가 있는 주장이다. 김원봉은 해방 이후 남한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의사가 분명했으나 여운형이 암살되고 친일 경찰에게 쫓기는 등 당시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월북해 북한 정권에 참여했다가 숙청된 인물이다. 처음부터 북한 단독 정권 수립을 목표로 움직였던 김일성의 경우와 같이 볼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수야당들이 극단적 주장을 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의도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이 정권에 대한 이념적 공격을 염두에 둔 행보다. ‘종북론’을 제기하면서 보수적 유권자층의 결집을 노리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친일청산 관련 이슈가 재론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김원봉은 영화 암살 등을 통해 공산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의 면모보다는 친일청산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문제를 보여주는 인물로 대중에 각인돼 있다. 셋째는 사회주의 활동 경력에도 불구 서훈 대상자가 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부친 문제를 계속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손혜원 의원이 김정숙 여사와 가깝다는 점을 부각해 ‘내로남불’ 프레임에 집어 넣고 ‘적폐청산’ 등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이다. 

2일 자유한국당 창원성산 강기윤 후보가 황교안 대표(사진 위)와 함께 경남 창원 성산구 상남동 원이대로 일대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의당 여영국 후보도 이정미 대표(사진 아래)와 가음정시장 입구에서 막바지 유세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보궐선거 2승을 거두면 앞으로 이런 행보는 더 가속화 될 것이다. 창원성산에서 패배하고 통영고성에서 승리하는 경우도 지금과 같은 태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두 승부처에서 모두 패배하면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총선까지 이르는 전략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황교안 대표가 자신의 측근을 다소 무리해가며 공천한 점도 당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황교안 대표에게는 이번 선거가 중요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무리수가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쉬운 것은 이에 맞서는 범여권도 이번 재보궐선거를 진지한 정책 논의의 장으로 만들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막무가내식 정권심판론에 ‘노회찬 대 황교안’식의 편의적인 선거구도로 대응한다거나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운 예산폭탄론을 띄운다거나 하는 수준에서 전혀 나아가지 못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식 선거운동 앞에서 어떤 진지한 논의가 가능하겠냐는 항변을 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유력 인사가 “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고도 했다잖은가.

이 중에서도 여당의 예산폭탄론은 이전에 논란이 된 대규모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을 연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지역 개발 공약은 지역구 선거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고 특히 여당 입장에선 정권심판론을 피해가기 위한 좋은 수단인 것도 분명하다. 또 지금 정부의 문제는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문제라기보다는 덜 쓰는 게 문제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돈을 쓰더라도 제대로 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꼭 선거 공약이나 구호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정치공세만 촉발시킨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3일 상당수 일간지가 2018 회계연도 국가결산의 공무원 군인연금 충당부채 문제를 중요하게 다뤘는데, 대부분 무책임한 공무원 증원은 안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 증원 여부는 단지 연금 지출에 한정해서 판단할 일은 아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연금이 문제라면 공무원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방법도 있다. 이미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여러 대안이 제출된 바도 있지 않은가. 종합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판단했을 때 공무원을 선제적으로 늘리는 게 향후의 지출을 감소시키는 방법이 되는 분야도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 등 때문에 나날이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복지 분야 같은 대목이 그렇다. 이런 문제는 외면하고 일부의 근거만을 들어 정부의 과다한 재정 지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만 높아지는 것은 걱정이다.

이런 상황은 문제해결 방안 모색을 더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면 몰지각한 아이 돌봄이가 14개월 된 유아를 학대해 해고당했으면서 오히려 자기 경력이 훼손됐다는 적반하장식 주장을 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 일을 보자. 우리가 당장 떠올리는 대책은 어떻게 하면 이런 상식 이하의 돌봄이들을 걸러 낼 것인가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자면 결국 정부의 재정 투입이 확대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문제가 있는 인력들이 아이 돌봄이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진입 장벽을 이렇게 낮춰 놓은 이유는 아이 돌봄이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돼왔기 때문이다. 이건 지금도 그렇다. 그건 왜인가? 시간제와 전일제 등의 미스매치 등이 언급되지만 결국 인건비 등의 지원 문제다. 아이 돌봄이들에 대한 ‘질적 관리’가 필요하고 정부가 이에 준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이걸 실제로 작동하게 하려면 정부가 돈을 더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가 돈을 정치적 이유로 헛쓰고 있다는 ‘프레임’이 이미 형성된 상태에선 이런 정책에서 과단성 있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통영·고성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이 선거 하루 전인 2일 경남 통영시 중앙동 일대에서 손으로 자신의 기호를 표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 (연합뉴스)

지금 정치권의 현안 중 하나는 추경 편성 문제인데 정부가 거의 확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미세먼지 추경 1조원이지만 정치권 예상을 보면 경기 대응 용도 등을 합칠 경우 9조원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번에는 적자국채 발행 등이 불가피하다고 하니 당정 간의 온도차가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매년 ‘벚꽃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결국 본예산을 제대로 짜지 못한 방증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 그렇다면 그 대목 역시 보수적인 재정 관료들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정권이 출범 2년이 지나도록 관료들이 만든 긴축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서사’는 어떤 것일까? 정부가 돈을 써야 할 곳에는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선거 등과 연계해 협소한 정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만 돈을 쓴다는 것이다. 아마 이게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에 이를 때까지 반복할 레파토리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정권은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를 뻔히 알면서도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 여기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이 정권이 약속한 개혁을 완수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근거를 쌓아가야 한다. 보궐선거 이후 정권의 정치적 성패는 여기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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