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는 작년 상반기부터 엔터 1위 SM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었다. 그러다가 박진영의 구원파 의혹 논란으로 JYP의 주가는 상승세에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JYP는 작년 8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SM을 누르고 엔터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창출했다.

올 1월, JYP가 다시 엔터 1위 자리를 찬탈한 이후 3월에 다시 엔터 1위가 되는 식으로, 작년 8월 이후 SM과 JYP는 엔터 1위라는 왕좌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었다. 하나 3월 이후 JYP는 좀처럼 SM에 엔터 1위 자리를 내줄 생각을 하지 않고 엔터 1위 집권을 장기화하는 중이다. 한때 무늬만 엔터 3사이던 과거와는 다른 시가총액의 몸집을 보이고 있다.

2일 오전 엔터 1위 JYP와 2위 SM의 시가총액 격차는 2,000억 원 이상으로 크게 벌어졌다. JYP가 SM을 앞지른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시총으로 2,000억 원 이상 앞선 적은 처음 있는 일이다.

YP로고, SM로고

반면, 국세청의 중수부로 통하는 서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는 YG는 JYP에 비해 시총 기준 58%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말았다. 양현석이 ‘K팝스타’에서 JYP보다 YG가 돈이 많다고 자랑하던 과거완 달리, 지금 YG의 몸집은 JYP의 2/3도 안 되는 수준이다. 빅뱅의 부재가 그만큼 YG에게 타격이 컸음을 보여준다.

JYP가 엔터 1위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든 데는 2PM과 갓세븐, 트와이스 이들 3인방의 공이 가장 크다. 이중 2PM은 JYP의 엔터 1위를 가능하게 만든 ‘개국공신’에 해당한다. 한때 FNC에 눌려 엔터 3사의 지위에서 퇴출될 위기에 빠진 ‘만년 3위’ 엔터사에 불과했던 JYP에 산소호흡기를 제공했던 이들이 2PM이다.

JYP의 엔터 1위 자리를 공고하게 만든 3세대 보이그룹과 걸그룹 갓세븐과 트와이스 중 트와이스는 JYP의 실적 개선 향상을 도모한 1등 공신으로 우뚝 섰다.

대중에게 인기의 척도로 인지되는 건 보이그룹보다 걸그룹이다. 하지만 기획사에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해주는 건 보이그룹이다. 걸그룹을 선호하는 남성 팬 층의 지출 액수가, 보이그룹에게 지갑을 여는 여성 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트와이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트와이스는 이런 통념을 처음으로 무너뜨린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2위 음악시장인 일본에서 트와이스는 한국 걸그룹으론 데뷔 이후 가장 짧은 기간에 돔 투어를 하는 걸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트와이스가 무서운 점은 대개의 콘서트에서 굿즈 판매 비율이 100%를 넘지 못하는 데 비해, 트와이스의 돔 투어에 참여한 관객이 굿즈를 구매하는 비율이 돔 투어 티켓가에 비해 100%를 넘는다는 점이다.

굿즈가 기획사에 안기는 수익이 앨범 판매보다 쏠쏠하단 점을 감안한다면 JYP는 올해 1/4분기 순이익 창출에 있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트와이스 굿즈의 인기는, 돔 투어에 참여하는 관객이 굿즈를 사기 위해 대기하는 행렬이 일본에서 실시간으로 올리는 SNS를 통해 체감이 가능하다.

트와이스가 일본에서 소녀시대와 카라, 동방신기와 샤이니 이후 승승장구하게 된 건 'TT' 포즈가 큰 인기를 끈 덕이 가장 크지만, 트와이스의 데뷔 초기 쯔위의 대만기 파동으로 이어진 중국 진출 불발의 영향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 창출에 있어서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커다란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JYP가 SM이나 YG와 달리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수익 창출에 있어 중국 시장의 의존도를 낮추면 자연스럽게 다른 국가로의 시장 진출을 도모하게 된다.

트와이스 일본 투어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중국 시장이 막히는 대신 ‘TT’ 포즈의 히트를 통해 트와이스의 일본 진출을 원하는 일본 내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에 JYP는 중국 시장 대신 일본 진출의 활로를 열었고, 그 결과 트와이스는 돔 공연이라는 일회적인 상징성이 아닌, 돔 투어라는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가능케 만들었다.

트와이스 돔 투어의 순기능은 그게 다가 아니다. 돔 투어 관객을 보면 미성년자 아들, 딸과 함께 콘서트에 참여하거나, 부모와 대동하지 않은 10대 관객이 많다. 이는 한류를 사랑하는 일본의 10대와 20대들이 가정을 꾸린 다음에 태어날 차세대에도 영향을 미쳐 ‘한류의 내리사랑’ 가능성을 높이는 순기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를 소비하는 일본 세대들이 2000년대 욘사마와 보아를 사랑하던 세대가 가정을 꾸리고 태어난 차세대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좋아하던 한류를 간접적으로 소비해온 세대가 현재 한류의 소비자가 되고, 이는 일본에서 장차 태어날 차세대 또한 한류를 소비할 확률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배용준과 보아를 사랑하던 일본 내 한류 흐름이 당대에만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 트와이스 돔 투어에 참여한 가족 단위의 관객을 보면 간파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트와이스의 선전은 JYP의 순이익 증진만 도모하는 게 아니라, 한류의 내리사랑이 가능한 초석을 다지는 일임을 알 수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