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를 보면서 이렇게 감동받았던 적이 있었을까. 1일 방영한 <안녕하세요>에는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자퇴하겠다는 딸 때문에 고민이라는 사연자가 등장하였다. 지적장애 1급 아들을 둔 사연자는 공부도 잘하고 심성도 고운 둘째 딸에게 심적으로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듯하다.

사연자에 따르면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둘째 딸 민주는 그녀의 자랑이자 자부심이고 꿈이다. 자타공인 모범생 딸도 그러한 엄마의 기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본인 스스로도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려고 노력하지만, 엄마를 더욱 기쁘게 하기 위해 공부를 더욱 잘하고 싶은 마음. 그런데 엄마를 생각해서 꾹꾹 참아왔던 두려움과 부담감이 오히려 사춘기 소녀인 딸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다.

벌써부터 성적에 대한 중압감을 가지고 있는 딸은 엄마 외에도 장애를 가진 오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중학교를 그만둔 이후에도 엄마가 원하는 대로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자사고)에 들어가 오빠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특수학교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도 있었다. 그러나 노래를 즐겨 부르고 만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딸은 특수학교 선생님 외에 예능 PD, 방송작가 등 엄마도 몰랐던 다양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사연자의 딸과 마찬가지로 장애를 가진 형제가 있는 신동엽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조심스레 조언을 한다. 형제자매남매 중에 장애인이 있다면 본인이 아닌 장애가 있는 형제에 맞춰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빠와 엄마 때문에 너무나도 일찍 철이 들어버린 딸이 자신을 향한 가족의 기대에 억눌려 진짜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일찌감치 자신의 미래에 대한 어느 정도 계획을 세워둔 딸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미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잘해나가고 있었고, 엄마의 걱정과 우려와 달리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한다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충실히 해나갈 수 있는 똑똑하고 속 깊은 아이다.

다만, 학교에서 친구들과 더 어울리고 싶어 하는 딸이 성적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딸이 자사고, 명문대에 들어가 자신과는 다른 멋진 인생을 살게 하고픈 바람 때문에 딸에게 좋은 성적을 기대한 엄마도, 이런 엄마의 바람을 묵묵히 받아들이기만 했던 딸도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이들 모녀는 그저 서로를 위해 힘껏 애써왔을 뿐이다. 다만, 딸의 성적과 진로에 대한 엄마의 욕심은 조금은 내려놔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공부와 자신의 미래에 관해서는 알아서 잘하고 있는 딸이니까.

하지만 이영자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처럼,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지금보다 더 따뜻해진다면 민주처럼 장애인 형제를 둔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을 하든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딸의 간절한 염원, 참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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