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이 끝났습니다. 한국 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24년 만에 금메달을 노렸지만 아쉽게 또 한 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며 3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란과의 3-4위전에서 금메달 못지않은 감동 투혼으로 대역전극을 이끌어내고 유종의 미를 거두며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약 한 달 뒤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그 희망을 아시아 정상으로 이끌어내고 활기찬 새해를 맞이하려 할 것입니다.

한동안 뜸했던 조광래호의 행보가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뛴 선수들을 직접 중국 광저우에서 확인한 것을 비롯해 독일, 이집트, 일본 등으로 날아가 선수들을 점검하고 상대팀 전력 분석에 열을 올리는 등 바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K-리그 챔피언십 플레이오프를 관전한 28일, 젊은 선수를 일부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다음달 13일부터 창원에서 아시안컵을 향한 담금질을 벌이겠다고 밝히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며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1960년 이후 51년(!)간, 무려 반세기 넘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조광래호의 힘찬 발걸음이 시작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일단 아시안컵에는 해외파와 국내파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면서 세대교체를 부분적으로 시도하는 이른바 신선한 선수 구성이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박주영 등 '양박쌍용'이 포함된 해외파뿐 아니라 지동원, 구자철, 윤석영 등 아시안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낸 K-리그파 젊은 선수들을 대거 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을 거듭하고 있는 손흥민의 발탁도 점쳐집니다. 가능한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모두 끌어들여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도 이루고,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세대교체도 가속화하는 계기를 만드는 선수 구성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아시안컵 대표팀 엔트리가 점쳐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51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던 경력을 보듯 한국은 우승을 위해 아주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하고, 그만큼 많은 대비를 해야 합니다. 조편성이 무난하고 아무리 최상의 전력을 갖춘다 하더라도 토너먼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돌발 변수에 잘 대비하고, 단기전에 최대한의 전력을 드러낼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탄탄하게 잘 갖춰야 합니다. 특히 이번 대회가 중동에서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에 의외의 변수가 나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그야말로 모든 상황에 제대로 대비하고 '완벽하게 갖춘 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홍명보호의 아시안게임 도전을 나름대로 참고하는 것도 좋을 수 있습니다. 전력은 최상 수준이었음에도 아랍에미리트라는 돌발 변수에 발목이 잡혀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홍명보호는 조광래호에 많은 교훈과 과제를 던져줬습니다. 홍명보호에서 활약한 박주영, 김정우, 구자철, 홍정호, 김영권, 김보경 등이 대거 조광래호에서도 활약한 만큼 이들이 경험한 것을 잘 되새겨서 아시안컵에서 두 번 다시 아픈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아시안컵은 한국이 강호의 입장에서 경기를 펼치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상대의 밀집 수비가 상당히 집요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긴데 이를 효과적으로 뚫을 만한 확실한 무기를 갖춰야 합니다. 뭔가 시원시원하게 연결되는 패스플레이와 선수들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면서 이를 확실하게 해결할 만한 선수가 제 몫을 다 해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미드필더들의 유기적인 전술 운영뿐 아니라 박주영, 지동원 등 공격수들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또한 상대의 역습을 원천 봉쇄하면서 탄탄한 수비력으로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경기를 펼칠 필요도 있습니다. 이는 아시안게임 4강전 아랍에미리트전에서 종료 직전 한 골을 내주고 패한 것에서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부분들은 어떻게 보면 아주 기본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그러려면 선수들의 마인드가 중요한 게 사실입니다. 여태껏 한국 축구 자체가 아시안컵에 대해 가치 있는 대회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는데 진정한 아시아 최강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시안컵이 중요한 대회라는 것을 인식하고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 그나마 한국 축구가 3-4위전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고 8년 만에 동메달을 획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것도 그만큼 선수들의 전반적인 마인드에서 '간절함'이라는 것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래도 '캡틴' 박지성이 오래전부터 아시안컵 출전에 강한 의욕을 내비쳤고, 대부분의 주축 선수들이 일찌감치 아시안컵 우승에 강한 의욕을 드러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어쨌든 이번 2011 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에 매우 중요한 대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이번 아시안컵은 중동에서 열리는 대회로 지난 남아공월드컵에서 단 한 팀도 본선 진출팀을 배출시키지 못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바레인 등 중동 국가들이 많이 벼르고 나설 공산이 큽니다. 최상의 전력으로 대회에 나서는 만큼 기대도 크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가는 망신을 당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 목표에 다가가지 못했던 뼈아픈 교훈을 되새기면서 비장한 각오로 아시안컵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조광래호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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