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취향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무리 그가 대중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그들이 우리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영역은 자신이 가진 재능과 노력에 국한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개인적인 실수나 구설수같이 이른바 물의를 일으킨 이들의 잘못들은 엄중하게 그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그런 심각한 문제들이 아니라 가족사나 남녀 관계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은 존중되어야하고, 보호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습니다. 이른바 ‘공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대중들 앞에서 발가벗긴 사람처럼 살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는 뻔뻔한 파파라치들의 생각엔 도저히 동의할 수 없어요.

이번 주 남자의 자격이 선보인 새로운 도전 과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의 의도와 표현 방식이 불편했던 것도 바로 제 개인적인 성향 탓이 컸을 겁니다. 언제나 따스하고 만족스러웠던 이 중년 아저씨들의 모습과 제작진의 배려 넘치는 시각이 이렇게 불편하고 거북했던 적은 없었어요. 노총각 김성민과 이정진의 맞선 장면도 그러했지만, 특히나 상처를 가지고 있는 김국진에게 들이미는 지나친, 어쩌면 잔혹한 관심과 챙김은 차라리 안하니 만 못한 판단 착오, 무리수였어요.

김국진이 어떤 경로로 연애를 했고, 결혼을 하고 불행한 결과로 귀결되었는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생생하게 대중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비록 전성기에서 조금은 하향세에 있던 그였지만 그 당시는 여전히 김국진의 시대였었고, 그렇기에 이 남자의 결혼 생활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은 엄청난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 결과는 좋은 끝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그와의 결별 이후 새 출발을 한 상대방은 아직도 가끔씩 방송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결혼 생활을 공개하곤 합니다. 남자 김국진에게 공개연애란 상처투성이의 아픔으로 가득한, 너무나 힘겨운 과거였어요.

그런 그에게, 새로운 관계가 너무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이 무뚝뚝한 남자에게 또 다시 대중들의 눈앞에서 또 다른 인연을 공개적으로 소개를 받으라는 남자의 자격 제작진의 권유는 표면상으로는 애정과 걱정으로 가득한 것이지만 그 당사자에게나, 그것을 지켜보는 시청자에게나 너무나 잔혹한 배려였어요. 설혹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해도, 김국진에게 중요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은 만남의 대상뿐만 아니라 그 과정 하나하나가 주었던 상처를 조용히 회복하고 조금씩 치유 받는 것이 아닐까요? 말과 말, 관심과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방송에서의 만남이 그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것은 실제로 만남을 가진 다른 두 남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방송에서의 공개 구혼을 했던 모든 커플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죠. 연예인인 그들은 물론이고 일반인 출연자들 역시 방송 이후에 돌아온 자신의 실생활에서 유형의 무형의 관심과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각종 사랑의 스튜디오 같은 공개 맞선 프로그램이나, 가장 최근에 비슷한 컨셉의 골드미스 다이어리가 별의별 논란과 비판과 함께 처참하게 실패한 것도 당연한 결과에요. 방송이란 어쩔 수 없이 재미와 자극, 흥미를 위한 편집과 간섭이 있는 것이 당연하고, 이렇게 왜곡되어 전달되는 남녀의 관계는 정작 그 두 사람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 수밖에 없거든요. 가릴 것은 가리고, 숨길 것은 숨기는 것이 미덕인 남녀 관계를 모두 까발리며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버라이어티에서 리얼이란 너무나 잔혹한 미덕이에요.

그러니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고, 자신도 이젠 새로운 인연을 소개받고 싶지만 어디까지나 방송 외적으로, 개인적으로 만나고 해결하겠다는 김국진의 판단과 바람이 정답입니다. 정말 그를 걱정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면 더더욱 그의 개인사를 그의 영역으로 보호해주고,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는 것이 옳은 자세란 것이죠. 이번 주 방송은 남자의 자격이 가지고 있는 진실함과 진정성, 남자들 간의 우애와 애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될 때 줄 수 있는 문제를 보여주는 방송 내용이었습니다. 별도의 인터뷰를 통해 남자의 자격 마지막 미션이 김국진의 결혼 중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제작진의 철없는 희망은 그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도 포기하는 것이 훨씬 더 나아 보여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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