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특히 더 '반쪽짜리 시상식'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을 듯 보입니다. 케이블 방송사 엠넷이 주최하는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가 마카오에서 큰 스케일로 열렸지만 올 해 2010년 대한민국을 다시 한 번 아시아 문화의 중심에 올려놓은 이른바 '한류돌'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국내외에서 엄청나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 그리고 이에 걸맞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 한류돌이 저마다의 이유로 시상식에 불참하면서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는 그 명분을 상실하게 되었는데요. 2010년 한 해는 '대한민국 아이돌의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유명 아이돌의 불참은 사실상 MAMA의 자존심을 구겨 놓았죠.

MAMA에 불참한 대표적인 아이돌로서 소녀시대와 카라, 그리고 2AM 정도를 뽑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올 해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아이돌이죠. 특히 소녀시대와 카라는 가히 '2010 TOP'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신드롬급 인기몰이를 하며 국내외 가는 곳마다 연일 화제를 터트리고 다녔던 2010년 최고의 아이돌입니다. 이런 소녀시대와 카라의 불참 그 자체만으로도 MAMA는 이미 실속 없는 시상식이 된 것이지요.

소녀시대, 카라, 2AM 등 2010년 최고의 아이돌이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스케줄로 인해 MAMA에 불참했지만 MAMA를 향한 네티즌들의 관심도와 애정은 은근히 높았습니다. 잠시 국내 무대에 돌아왔지만 미국 진출 이후 쏟아진 다른 아이돌에게 밀려 미국으로 돌아간 원더걸스가 MAMA에 나타난 것을 제외하고는 국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다른 화제가 없었는데도 네티즌들의 관심도는 하늘을 찌르더군요. 그 이유를 찾아보니 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바로 '슈퍼스타 K'들의 출연 때문이었습니다.

시상식이 많은 네티즌들과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팬들과 대중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상식에도 거대 인기 걸그룹과 2AM 등 일부 남성 아이돌이 불참했지만 2PM, 미쓰에이, 2NE1 등이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슈퍼스타 K의 인기에 밀려 네티즌들에겐 뒷전이더군요. 예전에는 아이돌의 시장 독점에 대해 비판해왔는데, 이번 MAMA를 보니 2010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가수를 위한 시상식이 아닌 자신들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 출신들을 띄우기 위한 일종의 '쇼'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번 MAMA 시상식에 대표성이 없다는 것을 MAMA 측이 더 잘 알 것입니다. MAMA와 엠넷 관계자들은 불참하는 소녀시대, 카라가 밉겠지만 실질적으로 올해 상을 수상할 만한 자격이 있는 가수들은 소녀시대와 카라를 제외하고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몇몇 거대 남성 아이돌 그룹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거대 아이돌의 불참은 아이돌에 대한 과한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철회를 실현시켜주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소녀시대와 카라가 출연해도 이들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은 식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명 아이돌의 불참으로 '슈퍼스타 K 띄우기가 더 강했던 시상식이 아니었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이번 MAMA가 아이돌을 위한 시상식이 아니라 '슈퍼스타 K를 위한 쇼'였다고 해서 슈퍼스타 K가 문제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슈퍼스타 K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니까요. 슈퍼스타 K가 수상자는 아니었지만, 그나마 슈퍼스타 K가 있었기에 엠넷은 겨우 체면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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