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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께', 농촌마을 작은 교회를 통해 바라본 한국 기독교 문화[미디어비평]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너돌양 | 승인 2019.03.30 12:18

전북 군산시는 전국에서 기독교인 비율이 30퍼센트로 가장 높은 도시이다. 그곳에 위치한 상평마을의 작은 교회는 70년 전부터 일요일마다 성도들을 맞이하고 있는데, 이 교회의 신도들은 대부분 장년, 노년층으로 그중 여성신도들은 수십 년간 예배 후의 식사차림 노동을 해왔다고 한다. 이제 노인밖에 남지 않은 작은 마을의 교회에 출석하는 여인들은 그들의 아버지에게 자신들의 소원을 속삭인다. 

시골마을 작은 교회에 다니는 여성 신도들의 기도문을 통해 고령화되고 있는 지역 사회, 가부장제와 결합되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한국 기독교의 독특한 문화를 담고자 하는 김유진 감독(작가)의 <우리 아버지께>(2018)에는 기도문 녹취에 참여한 여성 신도들이 개별적으로 기도문을 올리는 모습이 단 한 컷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걸레질을 하는 여성 신도의 주름 잡힌 손, 신도들이 살고 있는 집 거실의 전경을 통해 기도문에는 드러나지 않는 신도들의 삶의 이면을 엿보고자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아버지께> 스틸이미지

대부분 중장년 이상 여성인 신도들의 집에는 그들의 자식, 손주 사진으로 가득하다. 집안 곳곳에 전시된 가족사진만큼, 신도들의 기도는 대부분 가족의 평안과 안녕에 대한 염원으로 채워져 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주님을 믿고 마음의 안식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 또한 숨기지 않는다. 자신들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수십 년 넘게 예배 후 목회자와 신도들을 위해 식사를 직접 차리는 노동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던 여성 신도들이다. 가정에서 가족들을 위한 가사·돌봄 노동을 줄곧 이어온 마을의 여인들은 마음의 안식을 얻기 위해 찾았을 교회에서도 가사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가족의 행복과 국가의 번영, 목회자들의 사역 성공을 기원해온 신도들을 기반으로 교회는 번성할 수 있었고,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역 사회를 떠나는 위기 속에서도 기존 신도들의 신앙을 증진시키며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주 예수그리스도와 교회를 위해 봉사해온 지역 신도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젊은 신도, 주민들이 새롭게 유입되지 않는 교회와 마을 공동체 또한 자연스럽게 존폐 위기에 놓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회는 물론 지역 커뮤니티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던 여성 신도들의 식사 대접 행사가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가족의 건사뿐만 아니라 교회의 운명까지 걱정해야 하는 신도들의 고민은 점점 깊어져 간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아버지께> 스틸이미지

노인밖에 남지 않은 농촌마을의 작은 교회가 70년 가까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 아버지의 은총과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신도들의 믿음과 헌신에 있었다. 절대자를 향한 신도들의 헌신적인 신앙생활을 바탕으로 생명력을 이어가는 교회의 역사는 여성의 희생을 담보로 한 굳건한 신념체계를 유지해온 가부장제와 유사해 보인다. 

아버지를 믿고 의지하면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님이 행하는 기적과 축복을 염원하며 복종과 섬김을 다짐하는 여인들의 기도는 계속되고 있으며, 신도들의 이 간절한 염원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한국 기독교를 바라보며 겪는 내적갈등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우리 아버지께> 김유진 작가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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