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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인가 병맛인가, 이말년 ‘냉부해’ VS 선의 살리지 못한 본말전도 ‘마리텔 V2’[이주의 BEST&WORST] JTBC <냉장고를 부탁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이가온 / TV평론가 | 승인 2019.03.30 11:35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이말년 작가의 재출연을 부탁해 <냉장고를 부탁해> (3월 25일 방송)

지금까지 이런 출연자는 없었다. 이것은 입맛인가, 병맛인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이말년 작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K대 시각디자인과에 수석 입학했으나 장학금은 6학기 중 3학기만 받았다. 열심히 안 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했음에도 장학금 탈락. 인생 말년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 탄생한 예명인 ‘이말년’. 아직 본격적인 토크나 냉장고가 공개되지도 않았는데, 첫 대답부터 심상치 않았다. 냉장고 없이도 훌륭한 토커였다. 

냉장고 공개 전에 진행되는 토크가 이렇게 찰지고 재밌던 적이 있었나. 보통은 냉장고 공개하기 전에 출연자의 근황을 물어보는 형식적인 인사인 경우가 많은데, 이말년 작가는 건질 만한 얘기가 너무 많았다. 친모로부터 “저 새끼한테는 뭐 해주기가 싫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맛없게 먹는 것이 특기인 이말년 작가는 두 MC와 셰프들마저 두 손 두 발 들게 만들었다. 

보통 냉장고를 공개하면 셰프들이 어떤 요리를 할지 구상하고 기대하기 마련인데, 이말년 작가의 요리를 담당하게 될 셰프들은 당최 이 사람에게 어떤 요리를 해줘야 할지 난감하고 심지어 화난 표정의 셰프도 있었다. 미역국을 가장 좋아하지만 전반적으로 국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햄버거를 좋아하지만 간장게장도 좋아하고, 떡볶이와 회를 가장 좋아하는 일관성 없는 입맛. “셰프님들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라며 진행자마저 가이드 포기. “사 먹어라”며 요리 포기 선언까지 이끌어냈다.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시식평도 범상치 않았다. 해쉬브라운을 품은 오징어순대에 대해 “평소에 웃는 낯인데 속은 시꺼먼 친구”라며 요리한 샘킴을 한껏 긴장시켰다가 “유쾌한 배신감”이라는 찰떡 비유를 내놓았다. “10년 만에 대풍년이라서 ‘이 추수한 쌀을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할 정도”, “도시락을 싸왔는데 김치와 돈가스가 넘쳤다. 그런데 마냥 나쁘지는 않은 정도. 이런 새로운 맛을 발견한 내가 싫지 않은 느낌”같은 시식평은 평범한 축에 속했다. 

너무 단 팥빙수를 한 입 먹자마자 “이가 썩을 것 같아요”라며 오만상 찡그린 이말년 작가는 최근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냉장고를 부탁해>에 격이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자신을 <냉장고를 부탁해>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캐릭터로 프로그램을 재탄생시키는 저력이 있었다. 

이 주의 Worst: 이럴 거면 그냥 기부 방송을 하세요 <마이 리틀 텔레비전2> (3월 29일 방송)

협동과 기부. 시즌2로 돌아온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이하 <마리텔2>)가 착해졌다. 각 팀이 생방송 시청자 수로 대결했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3시간 동안 다섯 팀이 총 5백만 원의 기부금을 모아야 한다.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물론 방송에서 기부 콘셉트를 차용했다고 해서 모두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기부 방송 콘셉트를 도입했던 tvN <커피프렌즈>의 핵심은 연예인이 커피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과정이었다. 손님들이 커피값 대신 기부금을 내긴 했지만, 그건 방송 말미에 금액이 공개되는 정도로 비중이 적었다. 적어도 본말이 전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리텔2>는 어느 순간 기부가 콘텐츠를 압도해서 주인 행세를 하는 꼴이 되었다. 굳이 출연자들의 감사 리액션 의무, 기부자들의 음성 메시지 삽입 원칙을 넣었어야 할까. 그러다보니 출연자들과 생방송 시청자들 모두 기부 미션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출연자들이 받은 기부액을 모아 후원한다는 선의는 굉장히 좋았지만, 그것이 방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보니 방송의 핵심을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출연자들은 시청자와의 소통을 댓글이 아닌 기부로 하고, 시청자들도 기부 음성 메시지로 리액션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방송의 중심이 기부가 되어버렸다.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콘텐츠가 핵심이다. 기부금은 그 콘텐츠가 재밌다는 걸 증명하는 일종의 상징인데 어느 순간 누가 얼마나 기부를 했고 어떤 음성 메시지를 남겼고 출연자는 거기에 감사 리액션을 하고 있다. 강부자도 자기소개를 하자마자 기부를 언급했고, 동정남TV는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감사 리액션을 하고 있고, 막내딸 유진도 출연자들의 방송 분위기를 살피는 게 아니라 누구 방에 기부가 잘 들어오고 있는지 체크했다. 모든 신경의 중심이 기부였다. 그러다보니 방송 흐름도 늘어지고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마리텔> 특유의 쫄깃하고 통통 튀는 맛이 없어진 것이다.

기부를 차치하고서라도 <마리텔2>의 정체성은 여전히 모호하다. 동정남TV는 주지수를 빙자한 슬랩스틱 코미디인지 정통 스포츠 콘텐츠인지 모르겠고, 김구라와 박지원 의원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고, 몬스터엑스 셔누의 방송은 어떤 대목에서 슬로콘텐츠인지 모르겠고, 강부자 옆에 있는 조우종은 무슨 역할을 맡은 건지 모르겠고, 김풍은 무슨 마음으로 백종원의 후계자가 되겠다고 나선 건지 모르겠다. 온통 물음표 투성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제작진들이 기부를 지나치게 좋아한다는 점이다.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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