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부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6일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방향의 열쇠인 정부 기능과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인수위는 민간의 활동과 지방자치의 위축, 비대한 옥상옥 조직, 업무중복 및 기획조정과 국민 통합 역량의 취약, 권력분립 원칙과 배치 논란을 주요 문제로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정책 수요에 대응하며, 간소화하고 광대역화하며 헌법의 권한배분에 충실한다는 점을 원칙으로 삼아 이번 개편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첫 단추의 어긋남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 조직 개편안의 주요 문제는 금융과 건설자본 부양을 위한 정부 조직의 사유화와 통제강화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정책기획과 조정 및 재정 기능이 통합된 기획재정부는 경제주의에 의한 공공정책의 공공성과 자율성 훼손의 문제를 가진다. 또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일원화에 방침에 의해 금융권력의 강화가 노정됐는데, 계획된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염두에 두면 금융자본에 대한 투기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심화될 것이 명확하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쥐어질 것이 분명하다. 국토해양부는 한반도대운하 등 토건국가로의 엔진 강화를 위해 설치됐다고 봐도 될 만큼 국민 일반의 공간권이나 생태권과는 상관없이 운하 개발에 필요한 정책기능과 정부조직을 중심으로 통합했다는 문제를 가진다.

정책 기획조정과 경제·산업정책이 금융과 건설자본의 이익 그리고 공공성 보다는 경제주의를 위해 계획됐다면, 교육, 의료 등 사회정책을 관장하는 정부는 사유화를 목적으로 재편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규제의 과잉 때문에 민간과 지방이양이 계획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공공기능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 실패한 정책으로 끝나고 만 노무현정부의 규제 개혁과 지방이양정책의 교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정부개편에 따른 인력 감축 계획에 따르면 규제 개혁과 지방 이양 그리고 민간이양 부문에 전체 7천명 규모 중 무려 30%를 차지해 노무현정부와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의 논란과 문제를 양산할 것이다. 특히 교육부의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명분으로 대부분의 기능을 민간과 지방정부에 넘기고 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인력 양성, 기초과학정책과 산업자원부의 산업인력 양성 기능을 통합하여 '인재과학부'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소수의 인재를 양성하고 지식만을 가르치는 것은 공교육의 역할이 아니다. 입시와 대학 관련 정책 업무가 민간단체인 대교협에 이양되면 입시와 학문 정책은 대학 간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고, 시도 교육청에 이양된 중고등학교 교육은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와 맞물려 전인교육을 완성하기 위한 공교육 본연의 역할은 잃은 채 기숙형 입시학교, 자립형 사립학교 등의 학교 설립, 유치를 위한 지역 간 경쟁에 매몰되고 말 것이다. 상업화로 치닫는 우편 서비스의 마지막 보류였던 우정사업본부의 민영화 계획 또한 공공요금의 상승과 시장성 없는 지국 폐쇄 등의 문제를 노정하여 우편 접근권을 크게 훼손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통폐합과 전면적인 시장화까지 추진될 계획이어서 사회공공성의 전면적인 후퇴가 예상된다.

주요 사회정책을 담당하는 정부조직의 시장화 한편에선 국민 통제와 일방적 여론 형성을 위한 정부기능이 강화되는 모순을 보인다. 우선 그간 인터넷 상 자율적인 의사표현을 침해해왔던 정부통신부의 정보보호기능을, 통제일색인 집회시위 정책을 소관하는 행정자치부 기능과 합하여 행정안전부가 제출돼, 통제기능의 악화가 크게 우려된다. 또한 인권 옹호를 위해 국가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자 독립기구로 설치됐던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으로 설치한다는 방침은 인권위의 무력화를 가리킬 뿐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대통령 직속기구로의 전환 또한 공공영역의 자율성 보장이란 원칙하에 제고되어야 한다. 헌법의 권력 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은 이들 위원회를 통제하고자 하는 자구책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또한 국정홍보처를 폐지하고 기능을 문화부로 이관할 계획이지만 정치적 선전에 편향돼 왔던 문제는 조정되지 못한 문제를 가진다. K-TV의 존치와 문화부 이관도 정부 일방의 여론형성과 왜곡의 문제를 가지므로 마땅히 제고되어야 한다.

한편, 그간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부처 이기주의 속에서 끊임없는 줄다리기를 해왔던 디지털콘텐츠 등 콘텐츠 정책권을 문화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은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비추어보면 통합적 정책 조정이란 긍정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방송영상정책에 대한 인수위의 잡음이 여전한 한편, 전반적인 시장화 기조와 관광운하 등 한반도대운하와 연계된 개발주의 사업 그리고 정부홍보 업무의 강화 속에서 문화부가 문화적 권리 보장에 나서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를 가진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은 경제주의에 기초한 정부조직 설계, 권력과 자본에 대한 공공규제를 해제하여 공공정책의 사유화 강화, 한반도대운하 등 토건국가로의 엔진인 개발주의 확대 심화 그리고 통제기능의 확대와 보수주의의 강화를 중심으로 설계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개발주의에 의한 생태문화 환경의 파괴와 사회공공성 후퇴에 의한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자율적 의사표현의 통제를 예고하고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조리하며 문화적 권리에 모순적이다. 그렇다면 경제의 7% 성장, 4만불, 7위의 국가가 달성된다하더라도 실익은 개발하고 투기하는 소수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보편적 국민은 성에 진입하기 위한 끊임없는 사투 속에 피폐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사회적 소수자는 견고한 성 바깥으로 버려질 수밖에 없다. 사회공공성과 자율성 그리고 민주주의적 공론화 과정에 기초한 정부조직개편안 재논의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2008. 1. 18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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