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지난 27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4년간 흘린 땀방울만큼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한국 스포츠의 힘을 알리며 종합 2위라는 값진 성과를 내는 데 성공하고 전 선수단이 28일 귀국했습니다. 당당하게 귀국한 선수들에 박수를 보내는 바 입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롭게 떠오른 선수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반면 이번 대회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하거나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장식한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며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갖고 좋은 활약을 펼친 이 선수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자 챔피언입니다. 전성기 못지않은 투혼과 기량을 보여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한 베테랑 선수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노장 선수는 바로 사격 베테랑 박병택입니다. 지난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시작해 6회 연속 꾸준하게 아시안게임에 나섰을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으로 국가대표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박병택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도 그간 걸어온 길만큼 참 화려하게 마쳤습니다. 자신의 주종목인 남자 센터파이어 권총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은퇴하며 아시아 권총 강자임을 재확인하고 선수 생활을 마쳤습니다.
윤경신도 빼놓을 수 없는 핸드볼의 전설이자 베테랑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박병택과 마찬가지로 6회 연속 출전을 이룬 윤경신은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그야말로 한풀이를 하다시피 할 만큼 좋은 활약을 펼치며 8년 만의 금메달을 따내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4년 전 도하 대회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편파 판정으로 고개를 떨궜던 윤경신은 이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실력으로 모든 것을 잠재우며 마침내 기대했던 금메달을 따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37세)에도 최선을 다 하는 플레이로 후배 선수들에 큰 귀감이 된 윤경신은 한국 선수단의 기수로서 대표 역할을 변함없이 충실히 잘 소화해내며 또 한 번 한국 핸드볼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귀국한 뒤 2012년 런던올림픽에도 도전할 뜻을 밝혔는데 과연 그의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는 런던올림픽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한국 배드민턴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 이효정의 마지막 활약상도 눈부셨습니다. 중국에 밀리며 두 대회 연속 노골드에 그칠 위기에 처했던 상황에서 이효정은 신백철과 짝을 이룬 혼합 복식에서 준결승, 결승에서 만난 중국 조를 잇달아 물리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광석화 같은 상대의 스매시를 안정적으로 받아내면서 큰 키에서 내리꽂는 스매시로 오히려 역공을 펼치며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보여준 이효정은 개인적으로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한을 풀며 화려하게 대표 선수 생활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아쉽게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박정은은 중국의 벽에 밀려 아쉽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고, 김경아는 일본의 후쿠하라 아이-이시카와 가스미 조에 8강에서 져 여자 복식 노메달, 단체전 동메달에만 만족하고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마쳐야 했습니다. 또 여운곤은 준결승전에서 파키스탄과 무승부를 거둔 뒤 가진 패널티 스트로크 마지막 슈터로 나서 실패해 3연패 꿈을 접어야 했고, 전종만이 나선 럭비 역시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져 동메달을 목에 거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중에 계속 해서 더 선수 생활을 하는 선수도 있겠고, 지도자 등 새로운 생활을 고려하는 선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남긴 족적은 영원하게 후배들, 그리고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스포츠의 대표적인 키워드와 같은 투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이 베테랑 선수들에 대해 우리는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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