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조양호 한진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 상실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반대결정을 밀어붙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수탁위는 위원별 독립적 판단에 근거해 검토했다"고 반박하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28일자 조선일보는 <6시간 토론해도 贊反 결론 안 나자 국민연금 주주권과 직접 관련 없는 5명에 전화, 2명이 와서 반대표 던져>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사전 예고도 없이 다른 분과 위원을 불러 표 대결에 참여시킨 데다, 공교롭게도 뒤늦게 합류한 위원 2명 모두 반대표를 던져 팽팽했던 균형이 순식간에 깨졌다"며 "수탁자책임위원 70% 정도가 정부와 노동계, 시민단체가 추천한 위원이라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28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조선일보는 "오후 6시, 1차 표결을 했으나 반대 4명, 찬성 및 중립·기권 4명으로 여전히 과반수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며 "이에 박상수 위원장이 수탁자책임위 내 다른 분과인 책임투자 분과 위원까지 포함한 전체회의 개최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그러자 일부 위원은 이틀 동안 격론이 벌어진 사안인데 갑자기 책임투자자 분과를 참여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며 "조 회장 연임을 반대한 위원조차 '안건을 깊이 검토하지 않은 위원들이 중요한 사안에 결정권을 갖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결국 위원 5명이 전체회의에 찬성했다"며 "연락을 받은 책임투자분과 위원 5명 중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민주노총·한국노총 추천)와 이상민 서강대 교수(소비자단체협 추천) 2명만이 뒤늦게 합류했고, 두 사람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회의에 참석한 10명 중 6명의 반대로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수탁자책임위의 구성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며 "수탁자책임위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책임투자 방향을 검토·결정하는 민간 전문가 기구다. 하지만 14명의 위원 중 10명이 정부와 노동조합, 시민단체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추천해 복지부가 위촉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수탁위는 "사실이 아닌 추측성 보도"라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이들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각 계 가입자 대표가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며 "개별 전문위 위원도 추천위원의 전문성과 각 단체에서 1순위로 추천한 인사를 우선 고려해 위촉됐으며, 전문위는 관계 법령 등 관련 절차, 방법에 따라 대한항공 안건에 대해 각 위원별 독립적 판단에 근거해 검토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수탁위는 "3월 26일 제8차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개최해 대한항공 조양호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논의했으며, 위원들의 무기명 표결로 결정됐기 때문에, 위원들 개별적으로 어떤 의견을 표명했는지 알 수 없음을 알린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수탁위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및 보건복지부는 사실이 아닌 내용에 대해 추측성 보도를 하는 것에 매우 유감임을 밝히며, 정정보도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한 위원 개인별 입장에 대한 추측성 보도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위원들의 위원회 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위원회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함을 알려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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