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은 KT 청문회 일정을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인사청문회 이후 법안소위 일정과 함께 다시 잡자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KT 청문회는 다음달 4일로 예정돼 있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KT 특혜채용, 로비사단 구축 등과 관련해 일부 한국당 전·현직 의원, 관계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자 한국당이 KT청문회 개최를 무산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7일 오전 국회 과방위에서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 시작에 앞서 노웅래 위원장은 여야 간사에게 KT 청문회 개최를 위한 청문계획서 채택에 오전 중으로 합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노웅래 위원장(가운데)와 여야 간사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노웅래 위원장은 "KT 청문회 계획서 채택에 국회가 미적거리면, 신뢰도 추락은 물론 또 다시 KT로부터 로비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 동안 여야가 협의를 했고 마무리를 못했는데, 이에 대한 협의를 오전 중으로 마무리해달라"고 말했다.

노웅래 위원장이 이러한 당부를 한 까닭은 KT 청문회 일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KT 청문회는 지난 1월 국회 전체회의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청문회 제안에 여야 의원들이 동의 의사를 밝히면서 개최가 예정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성수 의원은 이날 "지난 14일 전체회의에서 증인과 참고인이 포함된 청문회 계획서를 채택해 내달 4일 청문회를 차질없이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며 "그런데 또 4월 이후로 미루자는 건 국민들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간사 신용현 의원도 "KT 청문회 일정이 불투명해져 매우 유감"이라며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4월 4일이 정 곤란하다면 날짜를 변경해서라도 실시계획서는 채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당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비례대표)은 "KT 청문회 건은 합산규제나 법안소위 건도 함께 일정을 잡았으면 좋겠다"며 "오늘은 인사청문회에 집중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미 의결한 사항을 간사들이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저간에 무슨 사정이 있었길래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KT 채용비리와 관련해 당사자들이 의혹이 없다고 했다"며 "그러면 오히려 청문회에서 의혹을 풀어야지 왜 안 하겠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당 정용기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방해하는 것이냐"며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도 내일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과방위 회의장을 방문해 과방위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등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왼쪽)가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방문해 박대출 의원(오른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KT 청문회 일정은 지난 1월 30일 일정 협의가 이뤄진 후 계속해서 지연됐다. 당초 간사협의에서 여야는 2월 14일 청문계획서를 채택하고, 3월 5일 KT 청문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 했고, 이로 인해 과방위 일정도 보류됐다. 이후 2월 12일 여야 간사가 다시 만나 2월 25일 청문계획서를 채택하고 3월 5일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한국당 보이콧의 영향으로 무산됐다.

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해제하고 3월 임시국회에 참여한 이후에도 KT 청문회는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야는 3월 14일 청문계획서를 채택하고 4월 4일 KT 청문회를 열기로 일정을 재합의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이 14일 전체회의에서 KT 청문회 계획서 채택을 거부했다. 이후 여야 간사가 다시 만나 27일 청문계획서를 채택하고 4월 4일 KT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에 합의했지만, 계획서 채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복수의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26일 노웅래 위원장이 여야 간사와 함께 만나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중재를 시도했으나, 한국당 측에서 KT 청문회 일정과 법안소위 일정을 새로 잡자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차라리 요구사항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 측에서 자당 의원들이 KT 특혜채용 의혹에 연루되면서 KT 청문회를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KT는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의 자녀를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의 자녀가 2012년 하반기 KT 공채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없음에도 특혜채용돼 일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전직 국회의원의 친인척이 KT에 특혜채용됐다는 의혹이 26일 새롭게 제기됐다.

또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KT '경영고문' 14인 명단에는 박상범 전 새누리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KT 경영고문은 KT의 '로비 창구'가 아니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KT 경영고문 자격으로 매월 자문료 517만 원을 지급받았다. KT 경영고문 14인 중 홍문종 한국당 의원의 측근 3인이 포함됐으며, 이 가운데 남 모 씨는 박근혜 대선 캠프 공보팀장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스 취재결과 한국당 소속 남경필 전 경지도지사의 경제특보를 지낸 이 모 씨가 KT 경영고문으로 영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씨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쪼개기 후원' 방식의 불법정치자금이 남 전 지사 측에 흘러가도록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특보직을 사임했다. KT는 이 씨를 2015년 1월 영입했으며 검찰은 이 씨를 2015년 2월 벌금 200만 원에 약식기소됐다. 그럼에도 이 씨는 2017년 1월까지 KT 경영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KT로부터 매달 862만 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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