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영화계 인사들의 반발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박양우 후보자는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영화계의) 우려는 알고 있다. 충분히 반영해 겸손하게 하겠다”면서도 대형 영화사의 스크린 독과점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은 “장관은 (정책에 대한) 견해와 소신이 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26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박양우 후보자의 CJ E&M 사외이사 경력과 영화인·시민단체의 반발을 문제로 지적했다. 앞서 영화인과 시민단체는 "한국영화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대기업 독과점 폐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어온 인사"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장관 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경환 의원은 “영화인들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라고 한다”면서 “(도종환 장관이 2016년 발의한) 스크린 독과점 금지 법안에 대해 찬성인가 반대인가”라 물었다. 박양우 후보자는 “사외이사 건으로 그러신 것 같은데 우려를 깊이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스크린 독과점 금지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져야 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영화산업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좋을지 정부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에 최경환 의원은 “장관은 견해와 소신이 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안민석 문체위 위원장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박 후보자의 답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에 천만 관객이 관람한 수작 영화가 많지만, 수작이 아닌 영화도 천만 관객이 넘을 때가 있다. CGV를 통하지 않으면 천만을 넘기 어렵다”면서 “도종환 장관은 영화 유통업과 상영업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동의하냐”고 질의했다. 박양우 후보자는 “CGV가 상영관의 40%를 차지하기 때문”이라면서 “(영화 유통업과 상영업의 분리에 대해선) 그 사정을 안다”고 답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영화계의 우려가 있다. 영화계 인사들이 (박 후보자가) 그냥 사외이사를 했다고 반발하겠냐”면서 “그분들의 오해를 살만한 일을 한 게 없냐”고 말했다. 박양우 후보자는 “CJ E&M의 사외이사로는 회사에 대한 자문과 조언을 한 것”이라면서 “(문체부 차관 시절) 중소제작자를 위해 많은 (활동을 했다)”고 답했다. 박양우 후보자는 “(장관이 되면 영화계 인사들의) 충분한 권익과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면서 “전체적인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도록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5일 <국회는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하라!> 성명을 통해 박양우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했다. 언론노조는 “박 후보자의 결격 사유는 재벌미디어기업 CJ ENM의 사외이사와 감사를 맡았던 전력에 있다”면서 “미디어・문화산업에서 독점적 지위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벌기업의 사외이사 출신 장관이 과연 대한민국의 문화다양성, 미디어다양성을 지키고 진흥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언론노조는 “CJ ENM 사외 이사로, 학자로 그가 해온 발언과 활동을 살펴보면 문화다양성·미디어다양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결여돼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CJ그룹이 주도하는 드라마산업의 장시간 노동환경을 유관부처인 문체부가 제대로 개선할 수 있겠는가. 독과점과 불공정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5일 박양우 중앙대 교수가 문체부 장관 후보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영화인들과 시민사회는 “한국영화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대기업 독과점 폐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어온 인사”라고 크게 반발했다. 박양우 교수는 2014년부터 CJ E&M 사외이사 및 감사직을 맡았는데, 이사회에서 단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없다.

한국영화 반독과점 공동대책위원회는 <박양우 CJ 사외이사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 물망에 오른 것을 개탄한다!> 성명에서 “박양우 교수는 한국영화배급협회장,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일관되게 CJ그룹의 이해만을 충실하게 반영해 왔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박양우 교수는 최악의 인선이 될 것이며, 두고두고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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