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5일) 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결승전에서 있었던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64-66, 2점차까지 맹추격한 상황이었던 종료 9.9초 전, 이미선의 '정당한 스틸'이 손을 쳤다면서 파울로 지적된 것이 결정적인 미스였습니다. 결국 이 상황에서 한국은 자유투를 허용해 추격 의지가 꺾였고 결국 64-70으로 지면서 아쉽게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경기 내내 살펴봐도 심판진의 보이지 않는 '중국 밀어주기'가 나타나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요. 선수들은 시상식에서도 아픔을 삼키지 못했고, 이 상황에 대해 중국 기자들조차도 "불공정한 판정"이었다면서 심판이 석연치 않은 판정을 범했음을 인정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스포츠에서 홈 텃세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습니다.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그 힘을 등에 업고 경기를 이기려는 선수들, 그 분위기에 떠밀려 다소 '불공정'하고 홈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심판까지 홈 텃세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정말 지나치면 스포츠맨십을 어기고 나아가 심하게는 스포츠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폐막을 향해 가고 있고, 한국 선수단이 역대 원정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을 따내는 등의 쾌거가 있었지만 반대로 가슴 아팠던 순간들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특히 중국의 홈 이점을 활용한 텃세, 편파 판정은 아픔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 쇼트트랙에서 어이없는 판정으로 금메달을 개최국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에게 줬던 사건과 맞먹는 수준의 황당한 판정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메달이 많이 나오고,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며 '편파 판정' '홈 텃세'에 순응해야 했던 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직접 현지에 간 것은 아니지만 TV 중계 화면을 통해 꾸준하게 경기를 보며, 그리고 보도 지상으로 나간 것만 해도 10여 차례는 넘어 보였을 정도였습니다.

▲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중국과의 결승. 중국에 패한 한국 대표팀의 마지막 검사 구본길이 마스크를 벗으며 주저앉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심한 텃세는 바로 이미 정해진 경기, 훈련 일정을 조직위원회 마음대로 바꿨던 사례들이었습니다. 태권도는 대회 시작 전날인 15일에 경기 일정 변경이 있다고 통보해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상당한 애를 먹이게 했습니다. 17일에 열려야 할 경기가 20일에 열리는가 하면 19일에 열리는 경기는 17일로 이틀 당겨져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상당한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이었을까요. 들쭉날쭉한 컨디션으로 대회에 출전한 한국은 중국, 이란 등 경쟁국들의 탄탄한 기량에 큰 힘을 쓰지 못하며 역대 최저 성적인 금메달 4개에 그치는 아픔을 맛보며 종주국 자존심을 구겼습니다. 경기 일정이 변화가 있더라도 하루 전에 바뀌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그야말로 황당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박태환의 채혈 검사 해프닝은 꽤 유명한 '텃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광저우에 도착하자마자 '도핑테스트 명목'으로 채혈 검사를 한 것을 시작해 대회 기간 중 모두 4차례나 채혈 검사를 하는 '전례 없는 텃세'를 부렸습니다. 박태환 스스로도 "황당하다"고 했을 만큼 이해하기 힘든 이 텃세 속에서도 박태환은 자유형 100, 200, 400m를 모두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만, 만약 기대했던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당연히 '기분 나쁜 텃세'로 우리에게 기억됐을 것입니다.

이보다 더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에 '중국 전통 종목'으로서 정식 종목에 첫 채택된 드래곤 보트에서 한국 팀이 결선에 올라 탄 배에 따개비가 유독 많이 붙어 있어 경기에 지장을 받을 만큼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히 다른 배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중국은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오히려 한국에 '그 배를 타지 않으려면 차라리 1위를 하지 말라'는 말까지 통보받았다고 전해졌습니다. 당연히 좋은 레인을 배정받고 좋은 경기를 펼치려면 1위를 해야 하는 게 옳은데 1위 하지 말라고 하니 참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행히 결선에서 동메달을 따내기는 했지만 참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하마터면 고생했던 것들이 한순간에 날아갈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여자 농구에서 나왔던 편파 판정만큼 이해하기 힘든 판정들도 참 많았습니다. 여자 유도 48kg급에서는 정정연이 준결승에서 중국의 우수건과 맞대결을 펼쳐 2분5초 만에 허리안아돌리기 기술을 시도해 먼저 등이 닿은 우수건의 패배가 예상됐습니다만 비디오 판독까지 한 결과 우수건이 오히려 기술을 성공했다고 하면서 결승 진출권을 정정연이 아닌 우수건에 주고 말았습니다. 경기를 펼친 당사자가 자신이 이겼다고 확신을 한 상황에서 나온 판정이었기에 정정연은 한동안 매트를 떠나지 않았고,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체조 남자 마루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수면도 그랬습니다. 김수면은 거의 완벽한 경기를 펼치며 15.400점을 받았던 반면 중국의 장청룽은 경기를 펼친 뒤 무려 5분 넘게 시간을 끈 끝에 똑같은 점수를 받고 공동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금메달을 따내기는 했지만 단독이 아닌 공동 금메달이었기에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고, 누가 봐도 장청룽보다는 김수면이 더욱 깔끔하고 고난도 기술을 많이 구사했기에 조금은 석연치 않은 '공동 금메달'이었습니다. 또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중국이 많은 점수를 따내면서 결국 44-45 1점 차로 패배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정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 여자 단식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김경련이 중국 선수와 맞붙었던 경기에서 중국인 부심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에 피해를 보고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편파 판정들이 다 옳지 않았다고 할 수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판정들, 그리고 그에 맞먹는 홈 텃세들이 유독 많았던 것은 공정한 경쟁과 판정을 통해 깨끗한 금메달, 승자를 보기를 원하는 많은 스포츠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것도 크게 주목받을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음에도 비인기 종목, 평소에 별 관심이 없는 종목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주목받지 못했던 것은 선수들에게 미안하게 느낄 정도로 안타까웠습니다. 지금은 번복될 수 없지만 그동안 피땀 흘리며 고생해온 선수들이 편파 판정, 홈 텃세 때문에 오히려 슬럼프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기까지 합니다.

외적인 요소로 이번에 겪었던 아픔을 극복하고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야 '진짜 최고 선수'가 된다 하지만 어쨌든 이런 판정들이 선수들의 선수 생활에 큰 후유증으로 남지는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홈 텃세에 대해서도 중국 내부적으로도, 또 아시아올림픽평의회나 각 경기 단체들도 면밀히 판정이나 텃세에 대해 분석해서 향후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대책도 연구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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