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그렇게 나쁜 남자가 인기였는데, 어느새 차도남을 거쳐 이제는 까도남으로 그 인기가 넘어가는 듯 합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나쁜 남자가 좀 포괄적인 느낌의 투박함이 느껴진다면, 차도남과 까도남은 그것이 좀 더 세분화되면서 세련미가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셋 다 공통적인 것은 싸가지가 없고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여자들은 남자의 그런 모습을 매력적이라 생각하고, 흔하지 않은 특별함에 끌리게 됩니다.

요즘 그런 까도남의 대표주자는 시크릿가든의 현빈과 매리는 외박중의 장근석인데요. 사실 그 둘은 이미 앞서 까칠남으로 인기를 누린 적이 있습니다. 현빈은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현진헌역을 통해 까칠한 매력을 보여준 적이 있고, 장근석 역시 미남이시네요에서 황태경역을 통해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장근석은 오히려 지금 매리는 외박중에서보다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에서 더 까칠한 매력이 돋보였었죠.

아무튼 그렇게 그 둘은 까칠남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시크릿가든의 주원의 경우 재벌 가문의 자제에 두뇌까지 명석한 백화점 사장입니다. 하지만 배경과 스펙은 최고인 반면, 성격은 오만함의 결정체로 싸가지가 없기로는 지상최강인데요. 여자란 아이 낳아 잘 키워줄 인생의 전략적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결혼 상대는 재계 순위 20위권 내 영애로 키 170에 27세 미만, 해외명문대 학사학위 소유자면 누구나 상관없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 낭비 감정 낭비 안 해도 되는 정략결혼이 최고의 로맨스이며, 사랑이란 단지 생물학적으로 호르몬 분비에 의한 화학적 작용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참 삭막한 캐릭터입니다.

그렇게 현실적으로는 참 재수없는 캐릭터임이 분명한데, 그런 역할을 연기하는 현빈을 볼 때면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현빈이 아니면 과연 누가 저런 역할이 어울릴까 싶은데요. 긴 기럭지에 수려한 외모, 툭툭 던지는 싸기지 없는 말까지, 여자들로 하여금 까칠해도 괜찮아를 절로 외치게 만드는 현빈의 매력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 주원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여자 길라임을 만나 혼란스러워하며, 자신이 먼저 좋아하면서 자기 수준에 맞지 않는다고 성질내며 사라지는데요. 분명 황당하고 뭐 저딴 자식이 다 있냐고 욕할 법도 한데,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은 현빈의 매력에 빠져 오히려 주원을 이해하고 주원의 그런 주도적인 푸쉬에 환호하게 됩니다.

이번 주 대본 유출에 의해 시크릿가든은 5-6회에서 주원과 길라임의 몸이 서로 뒤바뀐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까칠남 현빈이 길라임 연기를 하는 모습이 정말 상상이 가지 않으면서도, 정말 기대감을 가지게 만듭니다.

매리는 외박중의 강무결의 경우 분명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에 비해 그 까칠함은 많이 사라졌는데요. 그래도 홍대 인디밴드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사는 모습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무결은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 연애를 하지만, 항상 적당히 즐기는 선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할 뿐, 여자가 자신의 세계에 들어오는 것은 귀찮기만 합니다.

무결은 홍대 꽃거지로 돈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입니다. 하지만 평소 시크하고 나른한 길고양이 보헤미안 같은 그도 자신을 구속하게 되면 까칠하게 반응하며 발톱을 세웁니다. 그런 그가 매리를 만나 자꾸만 귀찮은 일에 엮입니다.

매리는 외박중의 무결은 시크릿가든의 주원과는 참 반대되는 캐릭터인데요. 단순히 재벌과 꽃거지 뿐만 아니라, 주원의 경우 자신이 능동적으로 길라임에게 무대포로 들이대며 엮이는 케이스고, 무결의 경우 매리가 자신에게 무대포로 들이댐에 따라 수동적으로 엮이게 되는 케이스입니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서로 다른 매력의 까도남들에 의해 수동적으로 끌려도 가봤다가, 능동적으로 밀어 부치기도 해봤다가 감정이입을 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게 됩니다.

그런데 현빈과 장근석 외에 요즘 매리는 외박중에서 정인역을 맡고 있는 김재욱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도도함과 여유로움이 몸에 밴 도련님 같은 캐릭터로 어떻게 보면 시크릿가든의 주원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정인 역시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며 차가운 면을 많이 보여주는데요. 정중한 싸가지라는 말이 너무도 어울리는 감정 따위는 없는 것만 같은 절제된 모습이 참 매력적입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김재욱은 까도남보다는 차도남에 가깝겠지요.

아무튼 그런 까도남과 차도남은 겉으로는 그렇게 나쁘고 차갑고 까칠하지만, 내 남자로 만들었을 때는 180도 달라지는 그 모습에 여자들은 길들인다는 모성애와 소유욕을 동시에 자극받게 되는데요. 앞으로 또 얼마나 멋지고 까칠한 모습들을 보여줄지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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