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의 5·18 망언 심의정보 유출사건을 둘러싸고 전체회의까지 파행됐다. 결국 방통심의위 위원들은 이상로 위원에게 민원인 정보 유출에 대한 사과·재발 방지 대책 마련·518 민주화운동 관련 심의 회피 등을 요구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이상로 위원을 통신심의에서 배제하는 ‘통신심의소위 재구성’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가 파행됐다. 네 번째다. 위원들이 이상로 위원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상로 위원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5일 오후 2시 개최된 통신소위에서 이상로 위원은 “내 의견은 항상 똑같다. 사퇴할 의사가 없고, 내가 가진 권한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오늘도 성실하게 심의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사진=연합뉴스)

허미숙 부위원장이 “준비한 그 말 외에 대화할 수는 없냐. 회의가 파행하고 있다. 여기에 관한 대화를 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상로 위원은 “여기서 할 상황은 아니다. 대화를 하기 위해 심의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소영 위원은 통신심의에서 이상로 위원을 배제하는 ‘통신심의소위원회 재구성’을 제안했다. 이소영 위원은 “(이상로 위원에게는)심의위원의 자세가 없다. 상당히 위험하다”면서 “도의적으로 미안하다는 말은 할 줄 알았는데 아무 말을 안 하고 녹음테이프(같은 말만 반복)를 돌린다”고 꼬집었다. 이소영 위원은 “여기선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면서 “통신소위를 해산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이상로 위원과 함께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로 위원을 통신소위에서 배제하는 안인 ‘통신소위 재구성’은 방통심의위 위원장의 재가만 있으면 가능하다.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소위원회의 구성은 방통심의위 위원장의 권한에 있다. ‘통신소위 재구성 안’이 통과되면 이상로 위원은 통신심의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같은 날 15시 개최된 전체회의 역시 파행됐다. 위원들은 이상로 위원과 심의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상수 위원은 “부끄러운 상황이다. 위원회 전체 차원에서, 방통심의위 직원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이상로 위원은) 자기 자신이 주장하는 게 정의롭고 양심에 따라서 한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다른 위원은 뭐냐. 이상로 위원만 양심이 있고 정의롭다는 거냐. 다른 위원은 정의와 양심이 없냐”고 규탄했다.

박상수 위원은 “현재 방통심의위 규정상 민원인 공개를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상로 위원은 규정을 고치라고 요구하고 그것이 정의라고 주장한다”면서 “축구경기 중에 반칙을 하고 게임의 규칙을 고치라고 말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냐”라고 지적했다. 이상로 위원은 “심의하러 왔기 때문에 심의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상현 위원장은 이상로 위원에게 28일까지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상현 위원장은 “29일로 예정된 통신소위가 정상화되도록 이상로 위원이 요구조건을 100% 수용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위원들이)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28일 오후까지는 윤곽이 드러나야 금요일에 정상이 된다”고 시한을 못 박았다.

▲김명신 전두환추방국민행동 대표가 25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앞에서 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규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현재 위원들은 이상로 위원에게 ▲민원인 정보 유출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5·18 관련 심의 회피 등을 요구하고 있다. 28일까지 이상로 위원이 진전된 입장을 내지 않으면 위원들은 ‘통신소위 재구성’ 계획을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5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앞에서 이상로 위원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1인 시위에는 김명신 전두환추방국민행동 대표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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