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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카톡' 공익제보자 도마위에 올린 언론 보도민언련 "정황·추측 근거로 기정사실화, 신원에 위협"…조선일보 '휴대전화 수리 맡기기도 겁나네'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3.25 18:33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명확한 근거없이 공익제보자를 특정하는 식의 언론보도가 이어져 제보자의 신원이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승리·정준영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수사 초반 디지털 포렌식 업체부터 압수수색해 '제보자를 색출하려 한다'는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이를 비판한 언론이 보도 욕심 때문에 경찰과 같은 실수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2일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에서 "경찰은 정준영 씨가 12일 귀국했음에도 불구하고 14일 경찰에 출석할 때까지 정작 핵심 증거인 정 씨 휴대폰을 압수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엉뚱하게 디지털 포렌식 업체를 수색했다"면서 "이 와중에 적극적으로 공익제보자를 보호해야 할 언론 역시 뚜렷한 근거도 없이 공익제보자를 추정한 후 윽박지르는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가장 먼저 공익제보자를 추측한 언론사는 YTN이다. YTN은 지난 11일 오후 5시 뉴스인 <YTN24>에서 <승리 성 접대 카톡, 동료연예인 휴대전화서 확인>이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내놨다. 이 보도에서 YTN은 "취재결과, 카카오톡 대화의 출처는 승리 씨와 같은 채팅방에 있던 동료 연예인의 휴대전화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예인이 휴대전화 수리를 맡기면서 전모가 처음 드러났고 공익제보와 수사로 이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휴대전화 수리 업체가 제보한 것이라고 사실상 특정한 셈이다. 

YTN 11일 <[단독] 승리 성 접대 카톡, 동료연예인 휴대전화서 확인> 보도화면 갈무리.

당시 승리와 그의 소속사 YG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성 접대 의혹의 증거, 즉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내용이 조작된 것이라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언련은 YTN이 '카톡 내용은 조작'이라는 승리 측 주장의 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동료 연예인의 휴대전화'를 언급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휴대전화 수리 업체'를 언급한 것은 제보자를 특정한 분명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YTN은 이후에도 공익제보자의 신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12일 YTN<더뉴스>에서 노종면 앵커는 관련 내용을 전하던 중 기자와의 대담에서 해당 카톡방이 드러나게 된 경위, 어제 YTN이 보도한 내용 등을 물었다. 이에 기자는 "(정준영 씨의)휴대전화가 고장이 나서 업체에 맡겼고 그 과정에서 공익제보자가 한 언론에 제보를 하게 되면서 보도가 됐다"고 답했다. 그러자 노 앵커는 "입수 경위를 보면 수리하다가, 그 수리기사가 물론 공익적인 생각을 하셨겠지만 그걸 다운받아서 누구에게 제보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수리업체'에서 '수리기사'로 한 발 더 나아가 제보자를 특정한 것이다. 

YTN은 13일 <정준영‧승리 내일 나란히 경찰 소환>, 14일 <‘성 접대’ 승리‧‘몰카’ 정준영 오늘 소환> 보도에서도 사설 디지털 포렌식 업체를 언급하며 '이곳에서 카톡 대화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가기도 했다. 

YTN <더뉴스> 12일 <'승리 게이트'로 번진 버닝썬...정준영도 등장> 보도화면 갈무리

민언련은 공익제보자의 신원이 공개된 바 없고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리인 방정현 변호사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YTN이 "정황상 추측을 근거로 업체 직원이 제보자라고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언련은 YTN의 보도가 추후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이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행위로 제보자 신변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보도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YTN이 승리 성접대 의혹에 대한 증거 효력 여부를 입증하겠다는 목적에 사로잡혀 관련법조차 고려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면서 "알면서도 단독의 욕심으로 보도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YTN의 보도 이후 일부 언론에서는 공익제보자를 단정하거나, 한 술 더 떠 겁박하는 듯한 보도들이 이어졌다. 13일 TV조선은 <'성관계 몰카' 정준영 곧 소환…입대 앞둔 승리 수사도 계속> 리포트에서 "정 씨의 '황금폰'에 있던 카카오톡 대화록과 영상 자료들은 당시 정 씨가 복원을 맡겼던 업체에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제보자의 신원이 밝혀진 바 없지만 '알려졌다'는 말로 제보자를 단정한 것이다. 

조선일보 <휴대전화 수리 맡기기도 겁나네>. 사회 12면. 2019년 3월 14일.

공익제보자를 겁박하는 듯한 보도도 이어졌다. 14일 조선일보는 <휴대전화 수리 맡기기도 겁나네> 기사에서 “최근 논란이 된 정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동영상이 이 업체의 작업 과정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선 것”이라며 해당 포렌식 업체의 상호명까지 밝혔다. 

같은 날 머니투데이는 <[팩트체크] 정준영 폰 복구업체, 제보자라면 오히려 처벌 받는다?>기사에서 “경찰은 수사자료 확보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해당 업체 관계자가 이번 사건의 제보자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며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른 ‘공익신고’가 인정되려면 법령에서 정한 범죄혐의가 있어야 한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로 별표에 별도로 나열한 284개의 법에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은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정준영 휴대전화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카톡 대화방과 동영상만으로 가늠할 수 있는 범죄는 대부분 일반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 관련"으로 공익제보자가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머니투데이 <[팩트체크] 정준영 폰 복구업체, 제보자라면 오히려 처벌 받는다?>. 3월 14일.

그러나 이번 승리‧정준영 카카오톡 신고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상 규정된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 284개에 포함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공익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 관련'이라는 머니투데이의 분석은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추측으로 공익신고자에 겁을 준 셈"이라는 게 민언련의 지적이다. 

민언련은 "언론은 공익신고자를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을 취재‧보도하는 일을 멈추고 공익신고자를 겁주는 보도는 반드시 삼가야 한다"며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왜 존재하는지, 기자들이 보도하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고려했다면 이런 보도는 나올 수 없다. 언론의 단독 욕심과 호기심이 공익신고자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탄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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