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KBS 연예대상이 강호동, 이경규, 김병만의 3파전이 돼가고 있다. 강호동은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MC로, 이경규는 극적인 부활의 주인공으로, 김병만은 정통 코미디의 신화로 각각 지지를 얻고 있다.

아주 기계적으로, 합리적으로만 대상 수상자를 정한다면 단연 강호동이 수상자가 되어야 한다. 그가 이끄는 <1박2일>이 명실상부한 국민예능 프로그램이고, 그 속에서 그의 역할도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박2일>이 김C, MC몽, 김종민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강호동의 존재감이 더욱 빛을 발했다. 모두가 프로그램에 중대한 위기가 찾아왔다고 했지만 <1박2일>은 침몰하지 않았는데, 여기에 강호동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최고의 프로그램을 변함없이 이끌며, 놀라운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강호동에게 대상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강호동은 이미 두 번이나 연속해서 대상을 받았다. 올해도 받으면 ‘독식’의 이미지가 형성된다. 주는 쪽도 부담이겠지만 받는 사람도 부담되는 구도다. 만약 <1박2일>이 올해 엄청난 대박을 쳤으면 3연속 수상도 자연스럽겠지만, 그렇지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강호동이 또 대상을 받으면 논리적으로는 말이 되지만 거부감으로 인해 안티가 늘어날 것이다.

반면에 이경규는 <남자의 자격>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공이 있다. 이것으로 KBS는 예능의 최대 격전장인 일요예능에서 MBC와 SBS를 확실히 따돌릴 수 있었다. 강호동에게 수성의 공이 있다면, 이경규에겐 공성의 공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노장 MC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드라마틱한 임팩트가 있다. 인간적인 차원에서 가산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KBS가 일요예능 최강자가 되도록 한 공로자에게 대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면, 강호동을 빼고는 이경규밖에 없다.

이경규가 튀지 않기 때문에 <남자의 자격>에서 그가 한 역할이 별로 없는 것도 같지만, 사실 그는 프로그램의 중심이면서 웃음의 진원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무리 화려한 출연자들이 있어도 중심을 잡아주는 MC가 없으면 모래알처럼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여러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실패 사례에서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남자의 자격>을 이렇게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이경규의 공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일부 네티즌들은 김병만을 열정적으로 밀고 있다. 청원운동까지 벌이고 있을 정도다. 물론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무너져가고 있는 이때 코미디언에게 대상이 가는 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다른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모두 문을 닫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에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개그콘서트>를 인정해줘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김병만의 경우는 대상이라고 하기엔 개인적인 활약이 부족했다. 그는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를 이끌었는데, 그 코너가 <개그콘서트> 경쟁력의 핵심이 아니었다. <개그콘서트>는 서민들의 속을 통쾌하게 뚫어주는 공감개그로 인기를 끌었다. 김병만의 코너는 그 중심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김병만의 최우수상은 몰라도 대상은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상이 단순히 노력을 치하하고 인간적인 의미를 중시하며 차례차례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고 철저히 객관적인 성과만을 기준으로 해서 무조건 1등 프로그램 주인공에게 주는 것도 아니라면, 성과와 의미를 모두 종합했을 때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이경규다.

그러므로 이번 KBS 연예대상은 이경규에게 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된다. 유재석, 강호동 말고 ‘유강’ 천하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MC도 이경규 아닌가.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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