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회가 주최하는 ‘새 정부의 미디어정책 과제'에 관한 분야별 토론회가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5년 전에 다른 단체들이 주최했던 비슷한 취지의 토론회에 비해 참석자들의 열기 또한 뜨거웠다.

아마도 5년 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할 당시에는 새로 출범할 정부의 언론정책이 특별한 주목을 받을 정도의 계기가 없었던데 반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언론정책이 뜨거운 정치사회적 주요 쟁점으로 등장한 것 자체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MBC 민영화·신문방송 겸영

▲ 16일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새 정부의 지상파방송 정책방향' 모색 토론회.ⓒ곽상아
첫날 다룬 두 주제는 새 정부의 지상파방송 정책과 뉴미디어 정책이었고 둘째날은 신문정책과 인터넷미디어 정책이었다. 그러나 가장 뜨겁고 치열했던 주제는 신문과 (지상파) 방송의 겸영 허용 여부와 MBC의 민영화에 관한 논란이었다.

첫날인 16일 지상파방송 정책방향에 관한 토론회에서 황근 교수(선문대 언론광고학부)의 발제가 끝나고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이 첫 토론자로 나섰다. 원래는 이 의원이 세 번째 지정토론자로 되어 있었으나 다른 일정 등을 이유로 자리를 뜨게 되어 사회자가 먼저 토론토록 배려했다.

이 의원이 마이크를 받았다. 자신이 하는 토론 내용은 ‘한나라당과 인수위원회의 입장과는 상관없는 개인의 의견’이라며 “인수위원회의 방송정책 태스크포스(TF)에 소속되어 있으나 (제 발언을) 인수위와 결부시키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도 바로 자기모순임이 금방 드러난다.

“인수위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구성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 구성에 있어 실무형 인사도 중요하지만 방통위가 정책권을 갖기 때문에 효율성 담보 방안까지 고민해야 한다. 합의제 위원회는 민주성은 제고되지만 정책 결정의 효율성(신속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장치를 고민하고 있다.”

“인수위 방송통신 태스크포스를 2~3일 내로 소집해 방송통신위 위원 구성 문제를 실질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성격, 위원 숫자, 구성 방법 등 여러 경우의 수를 다양하게 논의해서 정부조직개편과 함께 연관성을 가져가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국회 방통특위도 빨리 소집해야 한다.”

그는 KBS의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언급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안정적인 재원조달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신료 인상(폭)과 관련해서는 물가연동제가 필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인수위에도) 안으로 제시했다. 국민 부담을 한꺼번에 주지 않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한나라 이재웅 의원 “개인의견이지만 …” 사실상 협박?

▲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 ⓒ곽상아
그리고 MBC의 민영화 방침도 재확인했다. 이게 개인 의견인가? 그는 스스로 인수위의 방송정책 태스크포스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이날 발언의 하이라이트는 다른 내용이었다.

“발제자가 (지상파) 방송 진입장벽을 완화해야 한다는데 찬성한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그러나 방송정책이 자칫 정쟁에 휘말리면 미디어정책 전체의 희망이 없어진다는 우려에 동의한다.”

“그러나 국회는 국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차원에서 국민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권이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려는 일만 하지 않으면 언론사 스스로 언론자유를 지켜낼 수준은 된다고 본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언론사에게도 책임이 있다. 설사 광고압박이 있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미 선배들이 그러한 용기와 희생을 보여왔다. 언론계에 부탁한다.”

부탁이 아니라 협박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는 자리를 떠났다.

양승동 방송프로듀서연합회 회장과 정윤식 강원대 교수, 정청래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의 토론에 이어 마지막으로 언론노조 MBC 본부 박성제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은 (듣기) 좋은 말만 못하겠다. ‘새정부의 미디어 정책과제’란 제목의 토론회인데, 이 정부(새 정부를 잘못 표현)가 미디어정책을 논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이명박 정부가 과연 미디어 문제를 '정책'으로 보고 있는지 의문이다. 언론을 통제의 대상, 새판짜기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언론인 성향 파악, 길들이기, 팔아넘기기 등 자신들이 말하는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나라당의 추천으로 방송위원이 된 사람(강동순)이 대선 오래 전부터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방송의 새판을 짜겠다고 했고, 한번도 한나라당의 그런 입장이 바뀐 적이 없다. 한나라당의 어떤 의원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똑같이 반론권을 주겠다고하는데도 방송 출연은 거부하고 MBC에 항의하러 왔다.”

“방송사 새판을 짜고 MBC를 민영화하겠다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 미디어정책을 같이 이야기하려면 솔직해져야 한다. MBC의 공영성을 강화하라고 요구하면서 한나라당의 입맛대로 MBC 사장을 보내고 그 MBC 사장을 통해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MB(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가까운 사람이 MBC 사장 공모에 응모한다면 이름을 공개하고 강력한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이다.”

MBC 사장 공모는 1월말로 예정되어 있다.

박성제 MBC본부장 “인수위가 지금처럼 하면 우린 싸울 수밖에 없다”

그의 거침없는 발언은 계속된다. “새 정부가 음모, 길들이기, 통제 의도를 버리고 사심없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지혜로운 의견을 제시한다면 논의에 참여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지상파 정책에 관한 한나라당과 인수위의 모든 논의를 거부한다.”

▲ 전국언론노조 박성제 MBC본부장 ⓒ곽상아
“M&A 전문가에 따르면, MBC의 자산가치가 10조원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대기업에 주지 않고 MBC 민영화가 가능한가. MBC 주식 30%를 가진 정수장학회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민영화의 실익이 과연 무엇이고, 시청자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정략과 정파와 관련 없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구에서 (MBC의 문제 등을) 논의하면 거기에는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하면, 저희(MBC 노조)는 싸울 수밖에 없다.”

“MBC 경영진은 사업을 확장하고 드라마와 예능 위주로 수익을 내고 싶어하지만, 노조와 구성원들이 공영성을 강조하며 견제와 반대를 통해 균형을 잡아왔다. 그래서 황우석 보도, 삼성 X 파일 보도가 가능하고, 'PD수첩'이 노동자 농민 등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던 것도, 뉴스후와 다큐 등의 제작도 가능했던 것이다. 노조가 이런 역할을 해 왔다고 감히 자부한다.”

“전경련도 MBC 민영화를 거론한 바 있다. MBC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공영성 강화하라고 하면 된다. MBC가 민영화가 되면 국민에게 이득이 될 것인가, 손해가 될 것인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MBC를 민영화하기보다 공영성을 더 강화하고 시청자를 위한 공공서비스를 잘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MBC의 기자와 PD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사생결단의 각오로 이명박 정권과 한판 싸움을 불사할 것이다.”

이재웅 의원이 다른 일정 때문에 이날 토론회에서 맨 먼저 발언하고 자리를 떠난게 아쉬웠다. 앞으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 캠프의 반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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