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라선 요즘, 유사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전혀 다른 처벌을 받는 상황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추돌사고를 일으킨 불독맨션의 드러머 조모씨와 권상우에 대한 전혀 다른 판결은 우리 사회의 어긋난 정의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회, 미친 권력에 도전하라

한류스타(?) 권상우는 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새벽, 빗길에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가다 연이어 주차되어 있던 차량들과 추돌 사고를 일으키고 따라오던 경찰 순찰차도 받아버리고 도주했습니다. 음주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심야 탈주극 같은 영화를 찍은 그는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고 이틀이 지난 후에야 경찰서에 출두했으나 약식 기소로 끝이 났습니다.

뺑소니에 순찰차까지 받은 권상우는 천하무적이었습니다. 음주가 의심되었지만 음주 측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의 음주 혐의는 그대로 묻힐 수 있었습니다. 버린 고가 외제차에 나온 매니저의 명함을 확인한 경찰은 일반인들에 대한 대응과는 달리 철저히 유명 연예인의 편의를 봐주는 행정과 느슨한 대응으로 우스갯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최초 도주 운전자를 매니저로 바꾸는 범죄 행위를 도모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권상우는 약식 기소로 최초 500만원 벌금에 그쳤지만 여론이 들끓자 벌금이 조금 상승되고 담당 경찰관을 '근무태만'으로 징계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권상우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에 '사고 후 미조치'는 유행이 되고 음주운전 추돌사고는 현장에서 이탈만 하면 중형을 선고받지 않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습니다. 실제 유사 사건 후 도주하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며 권상우에 대한 잘못된 조처는 한심꺼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운전 당시가 야간이고 비가 내려 노면이 미끄러운 상황이라 주의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주의 영향으로 전방주시를 소홀히 한 채 정차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지난 18일 아는 사람들만 아는 밴드 블독맨션의 드러머 조모씨는 음주 후 자신의 소형 자가용을 몰고 30km/h 정도의 속력으로 이동 중 정차된 차량과 추돌하는 사고를 냈습니다. 권상우와 유사한 상황과 사건이 아닐 수 없지요. 다만 다른 것은 그는 도주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도주하지 않고 현장에서 검거된 그는 재판부에 넘겨져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권상우에 가해진 약식 기소와는 전혀 다른 판결이 내려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야 도주극을 벌이고 심지어 국가 권력을 집행하는 순찰차를 들이받고 도주한 권상우는 벌금형이고 저속으로 운전하다 정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그는 집행유예이기는 하지만 실형을 받았습니다.

블독맨션의 조씨가 도주했다면 그는 권상우와 같은 벌금형으로 끝났을까요? 아마도 국산 소형차를 버린 죄로 차량 조회를 통해 심야시간에 집까지 찾아가 검거 작전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일반 국민들에게는 익숙한 방식에 특권 계층이 아니라면 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경찰차의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들이받고 도주한 이는 약식 기소로 그가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하면 껌 값도 안 되는 비용으로 자유를 얻고, 정차된 차에 추돌했으나 도주하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려던 인디밴드 드러머는 실형을 받는 상황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과거 탈주범이 경찰과 대치하며 남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전설적인 명언은 우리사회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가치가 되어버렸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 무한한 자유를 얻을 것이다. 권력을 가지지 못한 자 모든 것이 속박일 것이다.'

권력에 지배당하고 권력 앞에 무능한 법이라면 의미를 상실한 법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살인 예비죄나 다름없는 음주운전은 블독맨션의 경우처럼 실형에 처해지는 것이 맞습니다. 권상우나 김지수도 그와 같은 실형을 받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유명 연예인이라 약식 기소로 무마되고 한 회당 수 천 만원의 출연료를 받으며 지금도 TV에 등장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반성이나 죄책감이란 찾아볼 수도 없는 그들은 다양한 이유를 근거로 연기를 하고 이에 언제 그랬냐는 듯 환호하는 일부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오늘도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정의가 지배하지 못하는 사회는 권력을 지향하고 권력을 탐하는 사회로 변해갑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남을 짓밟고 최고가 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삶이라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에게 미래란 무엇일까요? 동일한 범죄에도 권력의 유무에 따라 전혀 다르게 처벌되는 현실 속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까요?

만약 블독맨션이 유명한 밴드였다면? 혹은 추돌 사고를 내고 권상우처럼 도주를 했다면? 과연 그는 동일한 처벌을 받았을까요? 앞에 정차된 차량 운전자가 2주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고 하지만 뒤 따르던 경찰차를 들이받고 도주한 권상우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요?

경찰에 대한 범죄는 가중처벌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1억이 넘는 외제차를 버리고 도주할 정도로 권력을 가진 이에게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은 불공정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인지도 모릅니다. 블독맨션 조씨도 외제차를 몰았다면 형량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

드라마 배역을 통해 대단한 영웅이 되어가는 권상우와 달리, 음악을 하는 블독맨션의 조씨는 자신의 죄를 씻어낼 수 있는 방법은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잊히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범죄 후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전혀 다른 그들의 모습은 우리사회 권력의 위대함을 확인시켜 준 사례일 듯합니다. 음주운전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중범죄일 수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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