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 장자연 씨 사건,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 그리고 최근의 버닝썬 사건 등에 대한 엄중 수사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사건들이 공통적으로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검찰과 경찰 등의 수사 기관들이 고의적인 부실수사를 하거나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진실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면서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달 말로 종료예정이었던 활동기한 연장에 대해 법무부에 건의하였고, 법무부가 받아들여 설익은 결론도 내지 못하고 마감할 위기의 장자연 사건 및 김학의 사건의 검찰 재수사는 불가피해진 국면을 맞았다. 이는 네 번째 조사연장으로 본래는 과거사위가 조사단의 연장요청에 대해서 거절했던 사안이다. 과거사위의 결정이 일주일 만에 번복된 것이다.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알려진 고인의 동료배우 윤지오씨가 12일 오후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자연 사건 등이 이처럼 극적인 전환점을 맞을 수 있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 촉구였겠지만, 그에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장자연 사건 관련 청원 두 개에 쏠린 민심이 결정적이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의 상위를 차지하는 두 개의 청원은 가히 폭발적인 추천수를 받고 있다. 1위는 고 장자연 씨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청원하는 내용이고, 2위는 현재 장자연 사건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동료배우 윤지오 씨에 대한 신변보호 청원이다.

장자연 사건 재수사 청원은 일주일 만에 청와대 답변기준인 20만을 훌쩍 넘어 현재 66만 명 이상의 추천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윤지오 씨 신변보호 청원도 35만 명을 넘어선 상태이다. 결과적으로 장자연 사건 관련 국민청원에 대한 시민들의 동의가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두 개의 청원에 쏠린 민심은 고 장자연 씨의 억울한 죽음과 사회 특권층의 범죄에 대해 무기력한 수사기관들에 대해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 촉구는 이에 대한 답변이었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 두 개의 청원에 한 달이 지나야 답변을 하던 전례를 깨고 일주일 만에 답변을 한 셈이다. 이처럼 신속한 답변은 물론 이달 말로 과거사위 활동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과거사위가 그대로 종료된다면 이후에 청와대가 답변을 한다고 해도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이처럼 청와대 국민청원에 모인 장자연 사건 등에 대한 민심에는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이 있다. 이번 청원은 장자연 사건 재수사보다 윤지오 씨 신변보호 청원이 먼저였다. 윤지오 씨는 지난 10년간 신변에 위협을 받아왔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는 공익제보자 모두가 겪거나 갖는 공포이기도 하다. 얼마 전 KBS 9시 뉴스에 김학의 사건 피해자가 나와 “국민여러분들이 저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했던 장면도 잊을 수 없다. 국민청원에는 이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 청원이 진행 중이며 이 역시 12만 명의 추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 등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같이 권력층이 연루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 위해서는 목격자 등의 증언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의 용기를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신상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당연히 증인 보호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이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있으나마나 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말뿐인 증인 보호 프로그램의 정상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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