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심야가 웃음으로 점령당했다. 한동안 강호동의 야심만만이 폐지되면서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혼자서 여유로웠던 월요일 밤이 ‘밤이면 밤마다’와 ‘안녕하세요’가 급습해 마치 주말 저녁 시간과도 같은 예능 삼국지가 시작됐다. 밤이면 밤마다에는 공중파 예능에서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김제동이 출연하고, 안녕하세요에는 컬투가 간만에 티비에 모습을 드러낸다.
어디 누가 더 재미있냐는 조만간 판별이 날 것이고, 그런 우열 속에 또 어떤 프로그램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예능이라는 것이 대단한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니고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데도 버텨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는 탓이다. 그러나 유재석이라고 해서 놀러와가 항상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토크쇼가 그것도 두 개씩이나 늘어나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좋아할 수도 있다. 예능만 생각하면 분명 월요일 밤이 좋아진 것이다.
흔한 떡볶이 하나도 여러 집이 몰려서 경쟁해야 맛도 더 좋아지고 여러모로 소비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듯이 월요일 심야 토크쇼는 기대할 요소가 크다. 월요일 밤부터 술자리가 벌어지는 일은 흔치 않기에 이처럼 대폭 늘어난 심야 토크쇼가 월요병에 지친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에 큰 도움이 될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아주 좋게 생각해서 그런 것이다.
최근 티비 편성에 시사와 교양이 줄어드는 대신 예능이 그 자리를 꿰차는 현상은 걱정스럽다. 이런 식으로 예능만 늘어가는 현상에 대한 방송사의 변명은 대략 두 가지 정도일 것이다. 하나는 시청률이라는 방송사의 밥줄론이고 다른 하나는 웃음이야말로 현대 도시인에게 가장 필요한 비타민같은 존재라는 논리 정도. 둘 모두가 반박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다. 방송사도 살아야 하고, 일상에서 웃을 일이 점점 줄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아닌 게 아니라 예능만큼 좋은 약도 없다는 데 동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치적 이유도 다소는 의심해볼 수 있다.
그러나 꼭 웃음만이 명약일까? 아니 웃음은 현대인의 우울을 낫게 하는 치료약이 분명할까에 대해서는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예능이 주는 웃음에는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대 한국인이 갖는 많은 우울과 절망을 예능이 치료하기보다는 잠시 잊게 해주는 정도 이상은 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 잠시의 망각도 큰 효과지만 적어도 예능이 만병통치인 것으로 이야기될 수는 없다.
이제 월요일 심야는 예능에 점령당했다. 화요일은 온갖 외압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는 국민 시사 PD수첩이 버티고 있어 그나마 안심이다. 그렇지만 김혜수의 W가 폐지되고 예능으로 대치되는 등 현재 대한민국 방송사들은 티비에 예능 이식에 여념이 없다. 이쯤 되면 웃기 싫으면 티비를 끄든가 잠이나 자라는 말이 된다. 이것에 묘한 폭력성을 느끼는 것은 과민한 것일까?
방송작가 최란은 한 문화프로의 폐지를 장례식에 비교했다. 그 장례식은 열리지 않고 대신 웃음만 가득한 대한민국의 밤이다. 이렇듯 웃음만 강요하는 대한민국의 밤은 오히려 더 슬프게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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