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의 평가와 판단이 시장획정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며 "3년 전과는 분명히 같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전국 단위 시장획정을 병행한 방통위의 '2018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를 두고 한 말이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다분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권역 단위별 시장획정을 기준으로 CJ헬로 인수합병을 불허했던 공정위가 3년 사이에 별다른 근거없이 정책방향을 뒤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동일한 상황에서 심판만 바뀐 셈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9차 국제경쟁회의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각) 국제경쟁정책회의 참석차 방문한 독일에서 동행기자단과 간담회 중 "방통위의 평가와 판단이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심사를 할 때 시장획정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일단 방통위에서 권역별 시장과 전국적 시장을 동시 병행하면서 전국 시장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나아간 포지션을 취했다"며 "물론 방통위 판단과 공정위 판단이 반드시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방통위의 정책방향이 기업결합심사에서 시장획정을 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공정위는 SK텔레콤이 CJ헬로 기업결합을 신청하자 방통위의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를 근거로 유료방송 시장을 79개 권역으로 보고, 지역에서의 경쟁 제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불허'를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방통위가 내놓은 '2018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서는 전국 단위 시장획정을 병행해 명시했기 때문에 이를 달리 해석할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3년 새 정책방향을 수정할만큼 괄목할만한 시장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뒤따른다.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분석을 맡고 있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설명에 따르면, 전국단위 기준이 병행 명시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이미 2012년도부터 전국단위 기준 유료방송 점유율은 일종의 가정하에 보고서에 명시되어 왔다. 지리적 경쟁이 시장 분석에 있어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었고, 그 추세를 올해 좀 더 강조하게 됐다는 게 키스디측 설명이다. 2016년 공정위의 불허 판단이 잘못되었거나, 현재 공정위의 정책방향이 명확한 근거없이 뒤바꼈다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규제환경이 달라지기도 하고 해외의 영향도 있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여러가지 변화라는 것이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지만 방통위의 해당 보고서가 그동안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역시 2016년 초부터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2016년 SK텔레콤과 2019년 LG유플러스가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을 반대했던 한국방송협회는 같은 이유로 LG유플러스의 CJ헬로의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달 낸 성명에서 2016년 3월 LG유플러스와 KT가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에 반대하며 주요 일간지에 공동 게재했던 광고 문구를 인용했다.

인용된 광고문구는 'SK텔레콤은 나쁜 인수합병을 포기하십시오'였다. 당시 KT와 함께 LG유플러스는 해당 인수합병이 방송 사업자 간 경쟁성을 제한할 우려가 있고, 콘텐츠 시장 독과점으로 중소 제작자와 창작자의 의욕을 꺾어 한류 콘텐츠가 고사시킬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방송협회는 "3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그러한 우려가 완벽히 해소된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그렇지 않다. 특히 방송플랫폼 시장이 소수의 대기업에게 독과점 될 경우 실제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의적 주체인 콘텐츠 사업자에 대해 지배력이 남용될 수 있는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협회는 "이러한 독과점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 및 경쟁 제한 행위는 방송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지상파 등 콘텐츠 생산 주체들의 재원 확보를 어렵게 하여 궁극적으로 국민 편익과 방송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며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의 연장, 특수 관계 등 경쟁제한행위에 대한 엄정한 심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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