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편을 제작한 강윤기 PD와 심인보 기자는 <미디어스>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뭘, 인터뷰까지…"라며 뒷말을 줄였다.

시사프로그램 제작자로서 천안함 사건의 최종 보고서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데 충실했을 뿐인데, 불방 논란을 거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게 되고 인터뷰까지 하게 된 것이 조금은 쑥스럽다는 것이다.

▲ <미디어스>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1층에서 강윤기 PD(왼쪽)와 심인보 기자(오른쪽)을 만나 <추적60분> 천안함 방송과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곽상아
강윤기 PD에게 6개월만에 천안함 방송을 다시 제작하게 된 배경을 묻자, 강 PD는 국방부가 최종보고서를 발표하던 9월 중순을 떠올렸다.

최종 보고서를 3일동안 자세히 읽어본 이후, 정기영 안동대 교수와 통화를 하게 됐는데 "사람들이 보고서를 내고 논문을 발표하는 이유는 바로 '검증'을 위한 것"이라는 교수의 말이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사실 (KBS) 내부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천안함 보고서 역시 '검증'해볼 수 있는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기획안을 제출했고, 이후 심인보 기자와 함께 제작에 들어가게 된 것이죠."

강윤기 PD와 심인보 기자는 19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방부가 "<추적60분> 방송은 언론 3단체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서 매우 유감"이라며 반박자료를 낸 것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은 태도"라고 입을 모았다.

"(흡착물질이 '알루미늄 황산염 수화물'일 가능성을 검토했으나 '알루미늄 산화물'로 발표했다는) 합조단의 의사 결정이 저희 방송을 통해 드러났지만, 국방부는 이것에 대해 일말의 언급도 하지 않았어요.

그동안 국방부가 국민과 학자들을 속여온 건데, 이제와서 '흡착물질의 성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함미, 함수, 연돌, 어뢰추진동력장치 등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이) 같은 물질이었던 게 중요한다'고 하니까, 그런 대응 자체가 당황스러운 거죠."(강윤기 PD)

"국방부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계속 되풀이했어요. 폭발원점에서 어뢰가 나왔다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제기를 가리고 있는데, 방송에서 지적했던 태도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겁니다."(심인보 기자)

국방부의 가리비 제거 관련 대목이 방송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서는 "가리비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만큼의 새로운 팩트를 알아내지는 못했다. (삭제가) 방송의 흐름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마치 중요한 내용이 삭제된 것처럼 보도하는 것도 올바르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이 언급하지 못하는 대표적 의제로 '천안함 사건'외에 '4대강 사업'이 꼽히는 상황이다. <추적60분>에서 4대강에 대한 방송은 고려하지 않고 있느냐고 묻자 이들은 "지금 다른 제작진이 준비중"이라며 "곧 방송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강윤기 PD, 심인보 기자와의 일문일답.

"'검증'을 통해 '팩트'는 '팩트'가 되고, 부족한 것은 '보충'된다"

- 6개월만에 천안함 사건을 다시 다루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강윤기 PD(이하, 강) "5월 <추적60분> '천안함 무엇을 남겼나'를 방송한 이후에도 관심있게 지켜봤었다. 틈 날 때마다 취재를 하기도 했고. 9월 13일 천안함 최종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에는 3일동안 보고서를 자세히 읽어봤었다. 자료도 뒤져보고.

당시 안동대 정기영 교수와 통화를 했었는데, 사람들이 보고서를 내고 논문을 발표하는 이유는 '검증'을 위한 것이라는 말씀을 하시더라. 검증을 통해 팩트는 팩트가 되고, 부족한 점은 보충이 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천안함 보고서 역시 '검증'해볼 수 있는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기획안을 제출하게 됐다. (내부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 한겨레가 특종으로 보도한 러시아 조사단의 천안함 보고서에 대해서도 '추적'해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시청자 의견도 있는데.

심인보 기자(이하, 심) "보고서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는 않았으나, 정부 여당에서는 보고서 신뢰도 자체를 문제삼는 상황이었다. '찌라시'라는 표현까지 등장하지 않았나. '보고서 자체가 가짜'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들이댈 만한 정확한 '물증'이 있어야 했는데, 그걸 확인할 수가 없었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약간의 진척도 있었으나 보도할 만큼은 아니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번 방송의 기획 의도는 '보고서에 대한 검증'이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거나 논쟁을 하자는 게 아니었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변호할 때 의뢰인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만 밝히면 되지, 다른 범인을 잡아내는 건 검찰의 몫이지 않나. (보고서에 대한 검증은) 데스크와 약속을 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신의를 지켜야 하기도 했었다."

- 심인보 기자는 방송 당일 트위터에서 "분노가 목구멍까지 차오른다"고 했었는데.

심 "저는 회사에 소속된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속한 조직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천안함 방송도 처음에 물론 충돌이 있었으나 회사의 용인 하에 취재가 이뤄졌다. 방송을 내기 위해서는 (데스크와) 충분한 협상을 해야 하고, (데스크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런데 (트위터에 글을 쓰던) 당시는, 마지막 VCR 내용을 놓고 (데스크와) 논의를 진행중인 상황이었다. 저희들은 간부들의 요구사항을 굉장히 많이 수용했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도 많이 양보했고, '최종적으로 여기까지다, 더이상은 안 된다'고 했었다. (간부의) 콜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BBC다큐가 이중편성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이건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너무나 화가 났고, 그래서 트위터에 글을 올렸던 거다. 제 트위터는 팔로어가 600명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까지 파장이 클 줄은 몰랐다.

글 올린 이후에는 막바지 작업 하느라 인터넷도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들한테서 문자가 오더라. 언론에 인용까지 되고. 앞으로는 말 조심해야겠다. 하하."

"'천안함 이야기 못하게 하는 사회 분위기는 도대체 무엇인가' 지적하고 싶었는데…"

- 그런데 데스크에서도 '괜찮다'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취재가 진행되고 보도자료까지 나왔던 것 아닌가?

강 "국장도 얼개는 알고 있었는데, 마지막 VCR 내용에 있어서 입장 차이가 컸던 것이다."

심 "왜 우리가 방송하기 전에는 아무도 (천안함 방송을) 하지 않았을까,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의 분위기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런 문제를 마지막 VCR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국장은 프로그램 애초 의도와 맞지 않고, 프로그램 신뢰도에 손상을 줄 것이라고 말하더라."

- 국방부의 가리비 제거 관련 부분이 방송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강 "가리비와 관련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만큼의 새로운 팩트를 알아내지는 못했다. 만약 그 가리비가 동해산이라는 것을 알아냈다면 크게 다뤘을 테지만 확증할 수는 없었다. 비단 가리비라는 국방부 주장에 대해 실명을 걸고 찬성하는 전문가도 있는 상황이지 않나. 확실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만 제기하고 싶었다.

이를 놓고 회사 간부와의 조정을 통해 마치 매우 중요한 내용이 삭제된 것처럼 보도하는 것도 올바르지는 않은 것 같다. 취재하다가 국방부에서 떼낸 가리비를 직접 보게 됐는데, 폭발 후 (가리비가) 들어갔다는 국방부 해명이 확률적으로 희박하긴 하지만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가리비가) 삼각형이라고 한다면, 그중의 한변이 2센티가 안 돼서 어뢰 추진체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심 "(방송에서는) 문제가 되자마자 가리비를 없앤 국방부의 태도 정도를 지적하려 했었는데, 사례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더라.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조정 끝에 빼기로 했다. 방송의 흐름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국방부에겐 '어뢰추진체'가 전가의 보도…합리적이지 않다"

- 후속편 요청이 많다.

강 "하하. 당분간은…. 그런데 방송이 나간 이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견을 말해주거나 제보를 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학자도 있느냐'고 묻자) 과학자는 없다."

심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겠지만 후속편을 하려면 새로운 팩트나 물증, 제보를 손에 쥐어야 한다. 이를 기다리고 있다."

- 국방부가 <추적60분>에 대해 "언론 3단체의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반박 자료를 냈는데.

강 "국방부는 정작 우리의 문제제기 가운데 무엇이 틀렸는지에 대해서는 하나도 말하지 않았다. 합리적이지 않다. (흡착물질이 '알루미늄 황산염 수화물'일 가능성을 검토했으나 '알루미늄 산화물'로 발표했다는) 합조단의 의사결정이 있었다는 것이 방송을 통해 밝혀졌으나, 그것에 대해서는 일말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화가 났던 게…그동안 국방부가 국민과 학자들을 속여온 건데, 이제와서는 '흡착물질의 성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함미, 함수, 연돌, 어뢰추진동력장치 등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이) 같은 물질이었던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당황스럽다."

심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되풀이했다. 국방부 입장에서는 '어뢰추진체'가 전가의 보도인 셈이다. 폭발 원점에서 어뢰가 나왔던 것만으로 모든 문제제기를 가리고 있다. 국방부의 태도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우리가 인터뷰했던 한 합조단 관계자가 증언했듯이 국방부 합조단 내에 이미 정해진 결론을 부인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 지상파 방송이 언급하지 못하는 대표적 의제로 '천안함'과 '4대강'이 꼽히고 있다. 4대강에 대해서는 방송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지?

강, 심 "곧 한다. 지금 다른 제작진이 준비하고 있다. 취재 중이기도 하고, 저희가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이상의 말씀은 못 드린다."

"천안함편, KBS 새 노조 파업의 결실 중 하나"

- 지난 6월 <추적60분>이 콘텐츠본부에서 보도본부로 이관되는 것을 놓고 "(향후 게이트 키핑이 강화될 보도본부로 이관되면) 시사프로그램으로서 사회 고발 기능이 무력화될 것이다" "PD저널리즘의 역할을 거세하려는 것"이라는 반발들이 있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강 "쉽지는 않지만 전체적 상황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KBS 기자, PD들이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가려는 과정에서 <추적60분>도 같이 힘을 받고 있다. 이번 방송이, 현재 우리가 처해져 있는 현실을 변화시키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하나의 좋은 계기라는 것을 (KBS내부) 선후배들이 공감해 주었다.

<추적60분>은 제작진이 부족해서, (한명 당) 한달 반마다 하나씩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동료들 모두 '천안함 사건은 중요하기 때문에, 2명이서 2달동안 취재해도 괜찮다, 나머지는 우리가 막겠다'며 동의해 주었다. 시청자들도 그런 점에서 우리들을 응원해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번 방송은 회사 측이 <추적60분>을 보도본부로 일방적으로 이관했기 때문이 아니라, 각자 아이템과 취재를 공유하고 함께 고민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회사 측이 추진하는 것처럼 폭력적이고 형식적인게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발휘하며 취재나 편집을 공유하는 것이 진짜 협업이다."

심 "사실 <추적60분> 안에서 기자는 저 혼자 밖에 없다. <추적60분>이 보도본부로 이관되기 한달인가 두달 전쯤에, <추적60분>에서 일하고 싶다고 자원해서 팀에 들어갔는데 이후에 갑자기 모양새가 너무 이상해진 거다. 마치 내가 프락치나 선발대로 온 것처럼.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들에 마음이 좋지 않았고, 힘들었다.

그런데 이후에 확실히 구성원들의 의지나 전투력은 더 상승된 것 같다. 밖에서(간부들이) 강하게 괴롭히니까, 안에서(제작진들 사이에서) 마음을 다잡는 효과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 이번 방송을 KBS 새 노조 파업의 결실 중 하나라고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심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강 "파업 여부를 떠나서, 현재 KBS에서 새 노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저희가 속해있는 시사제작국을 중심으로 기자, PD들이 전과는 좀 다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전에는 없었던 파열음도 나고. 이 파열음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제작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한발한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저희가 어쩌다가 앞줄에 앉은 것일 뿐, 다른 제작진들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고 그런 과정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내부 반응은 극과 극"

- 방송 이후 내부 반응은 어떤가?

강 "제가 입사 8년차인데, 그동안 본 것 가운데 가장 분량이 길고 최악의 혹평으로 채워진 (내부) 심의평이 나왔다. 심의하시는 분들의 연륜과 안목을 존중하지만, 저희에게 '수고했다'라고 하는 사람도 아주 많다. 심의평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한 내부 기자, PD들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추적60분> 내부에서도) 할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방송이 끝나고 나니까 성취감이 있고, 짧은 시간 안에 나름 알찬 내용을 내보냈다는 자부심도 있다."

심 "그 심의평은 국방부 보도자료보다 더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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