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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예로운 퇴장 '왜그래 풍상씨', 막장과 짠내 감동의 조화 빛났다[미디어비평]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너돌양 | 승인 2019.03.15 13:38

최근 KBS에서 방영하는 주요 드라마들이 하나같이 '간이식'을 갈등요소로 내세운 것은 그야말로 코미디였다. 이들 KBS 드라마 중, 가장 앞서 간을 다룬 드라마는 14일 종영한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였다. 일찌감치 이풍상(유준상 분)의 간 이식을 둘러싸고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드라마를 표방했던 <왜그래 풍상씨>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간 이식과 전혀 거리가 멀어보이던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 일일드라마 <비켜라 운명아>까지 간 이식 타령을 하고 있으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실소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중에서 간 이식을 통한 가족 간 갈등과 화해를 제대로 다룬 드라마는 <왜그래 풍상씨>였다. 흔히 문영남 작가를 두고 막장 대모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구설수에 휘말리며 작가 은퇴를 선언한 임성한 작가, 최근 SBS <황후의 품격>으로 막장 드라마의 새로운 역사를 다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순옥 작가, <하나뿐인 내편>을 통해 고구마 막장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김사경 작가에 비하면, <왜그래 풍상씨>는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했던 따뜻한 가족 드라마라는 평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시청률도 준수했다. 일찌감치 수목 드라마 채널을 선점하고 있던 <황후의 품격>보다 늦게 방영한 <왜그래 풍상씨>는 초반 <황후의 품격>에 밀려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서서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마지막 회에 이르러서는 요즘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문 22.7%의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14일 방영한 <왜그래 풍상씨> 마지막 회는 가족 드라마의 전형적인 해피엔딩 결말이었다. 간을 이식받지 못해 위기에 처한 이풍상은 쌍둥이 동생인 이정상(전혜빈 분), 이화상(이시영 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간을 이식 받고 건강을 회복했으며, 큰 부상을 당해 마지막까지 사경을 헤매던 이외상(이창엽 분) 또한 의식을 회복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그간 이풍상의 속을 썩이던 철없는 동생들이 제각기 자기 길을 찾아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등장하여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하였다. 남편 이풍상의 사고뭉치 동생들 때문에 이풍상과 자주 다퉜던 아내 간분실(신동미 분) 또한 형, 오빠의 회복을 기원하는 시동생들의 진심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전형적인 가족의 화해를 그린 <왜그래 풍상씨>가 따뜻한 가족 드라마란 평가를 받는 것은 해피엔딩을 이유로 인물들 간 억지 갈등 봉합을 꾀하지 않았던 작가의 필력에 있다.

여동생들에게 간을 이식받고 건강해진 이풍상과 이풍상의 동생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죽음의 위기에 처한 아들 풍상과 자식들에게 끝까지 이기적인 면모를 과시하며 충격에 빠트린 엄마 노양심(이보희 분)은 나타나지 않았다. <왜그래 풍상씨> 등장인물 소개에서 자식들의 뽕을 빼는 나쁜 엄마의 전형적인 캐릭터이며, 끝까지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는 가엾은 인간이라고 소개된 노양심은 문영남 작가 의지 그대로 끝까지 ‘노양심’이었다. 다만, 이풍상의 화기애애한 가족 모임 중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는 것으로 끝나며 노양심이 자식들을 찾아온다는 여지를 남기는 정도였다.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그간 문영남표 드라마뿐 아니라 가족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뻔한 해피엔딩이었지만, 그럼에도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이 반응이 좋았던 것은 그만큼 현실이 많이 각박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더군다나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잔인하고 비극적으로 진행되는 드라마가 많아진 만큼, 때론 <왜그래 풍상씨>처럼 따뜻한 작품을 더 찾게 될 법도 하다. 그리고 정말 생뚱맞게 간 이식 타령이나 하는 다른 드라마에 비하면, <왜그래 풍상씨>는 비교적 설득력 있는 전개를 보여줬다는 것도 주효했다. 

막장과 짠내 감동을 적절히 오가며 지상파 평일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인 20%대 시청률을 기록한 <왜그래 풍상씨>는 유종의 미를 거두었고, 많은 사람들의 박수 속에 영예로운 퇴장을 할 수 있었다. ‘간 이식 특수’라고 할 정도로 자극적이고 황당한 설정으로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한 다른 드라마들도 부디 <왜그래 풍상씨> 정도의 감동과 완성도를 보여주기를. 문영남 작가의 필력과 유준상, 오지호, 전혜빈, 이시영, 신동미, 이보희, 박인환 등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가족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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