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회계비리 문제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매입형', '공영형', '협동조합형' 등 새로운 형태의 공립형 유치원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공립과 사립유치원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자 출구전략"이라며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지난달까지 사립이었던 서울 관악구 '해슬아유치원'은 공립 '구암유치원'으로 탈바꿈했다. 교육청에서 사립유치원의 땅과 건물을 사들여 공립으로 전환한 '매입형 유치원'의 첫 사례다. 오늘(12일)은 상계동에 국내 최초 '부모협동조합형' 유치원인 '꿈동산유치원'도 개원한다. 부모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직접 유치원을 설립·운영하는 새로운 형태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유치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8일, 지난달까지 사립이었던 서울 관악구 '해슬아유치원'은 공립 '구암유치원'으로 탈바꿈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연 교육감은 12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공립형 유치원은 공립과 사립이 공존할 수 있는 출구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2021년까지 국공립유치원 취원률 40%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교육감은 사립유치원을 공립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정적 문제에 대한 질문에 "지금 공립유치원 확충 문제가 온 국민의 관심이기 때문에 교육재정 특별회계를 편성하는 한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며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교육감은 "사립유치원 입장에서는 사립과 공립이 공존할 수 있는 일종의 출구전략도 된다"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에 따르면 이번 구암유치원 전환 사례에 지원된 금액은 50~60억 원 선이다. 서울시 내 매입형 유치원을 100개만 늘려도 5천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유치원 원아의 수가 격감하는 추세인만큼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립유치원들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매입형 유치원'이 사립과 공립, 양측의 공존을 꾀할 수 있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조 교육감은 부모협동조합형 유치원에 대해 '반값' 원비 실현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동조합형 유치원은 이익을 남길 이유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원비가 15만원~20만원 선으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존 사립유치원 원비가 30~60만 원 선인 것과 비교하면 반값 수준이다.

조 교육감은 "일단 부모협동조합으로 설립만 하면 공영형 유치원으로 바로 지정하려 대기상태에 있다"며 "공영형은 공립수준의 지원이 바로 들어가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건물 임대, 유치원 운영 등 부모협동조합 유치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8일 개원한 국내 첫 '매입형 유치원' 서울구암유치원을 방문, 어린이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존 사립유치원에 대해 공립 수준의 예산과 행정을 지원하고 그만큼 공공 의무를 부과하는 공영형 모델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매입형 등의 모델과 비교해 재정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교육당국은 공영형 모델 실현을 위해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치원 이사 과반 이상을 외부 인사로 구성해 사립유치원 원장과 이사장의 유착과 전횡을 막는다는 특징이 있다. "공공재정이 투여되는 만큼 공공적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라"는 취지라는 게 조 교육감의 설명이다.

한편, 12일 경향신문은 최근 설립허가가 취소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단톡방 '3000톡' 대화 내용을 입수해 분석, "가장 놀라운 사실은, 한유총이 정부의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에 반발해 투쟁을 벌이는 동안 이 10만건에 달하는 대화 중에 진정으로 아이들의 교육을 걱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유치원 3법을 추진하는 정부를 향해 색깔론으로 일관했다.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문통(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다녀오더니 완전 북한식 탁아소 방법으로 바꾸어 나가겠다는 발상", "주사파들의 언어전술은 이면 뜻 파악해야" 등의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반면 개원연기투쟁을 주도한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에 대해서는 "태양이고 영도자이신 유치원의 이덕선님 의향대로면 승리는 코앞"이라며 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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