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013년 10월 8일, 공영방송 MBC의 메인뉴스에서 "비오는 날은 '소시지 빵'이 잘 팔린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네티즌들은 해당 보도장면을 캡처해 공유하고 비웃길 마다하지 않았다. 그 당시 MBC '뉴스데스크'는 폭염을 전한다며 아스팔트에 베이컨을 구웠고, '알통굵기'로 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가늠했으며, '동물뉴스'를 쏟아냈다. '비오는 날은 소시지 빵' 보도가 MBC 뉴스의 몰락을 상징하는 장면이 된 건 당시 쌓이고 쌓인 MBC 뉴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헛웃음으로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저만 나가면 '다시 좋은 친구 된다'며 잘 배운 멀쩡한 분들이 ‘피구대첩, 양치대첩’ 거짓말하고 패악을 부리고 다른 이들 인격 짓밟으며 인간성과 자존심을 버렸으면 잘-사셔야죠. 이게 뭡니까. (뉴스 시청률)1%가 뭡니까. 혀를 차기도 안타깝습니다."

지난 2일, 지금은 'TV홍카콜라'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는 자신의 SNS에 월간조선의 기사를 공유하며 이 같은 글을 게재했다. MBC 제3노조(MBC 노동조합)가 발표한 <1.0% 뉴스데스크 시청률, 정녕 망사의 비조가 되려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인용해 MBC 뉴스의 낮은 시청률을 비판하는 기사였다. 그러자 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롯해 배 전 아나운서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 쓴 기사 수십 건이 쏟아졌다.

그런데 과연 현재의 MBC 뉴스를 단지 시청률 저조하다는 이유만을 들어 "혀를 차기도 안타까운" 뉴스로 치부할 수 있을까.

뉴스에 있어 '다시 좋은 친구'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무엇보다 보도 내용의 변화일 것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얼마만큼 수행하는가가 핵심이다. '소시지 빵' 시절 MBC의 보도는 보도 그 자체로 비웃음을 산 면도 있지만, 정확히는 이 같은 보도를 통해 시시각각 언론 본연의 기능을 저버렸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지금은 어떨까.

지난해 MBC는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연속 보도를 내놨다. 아이들 보육을 위한 정부의 누리과정 지원금으로 명품백, 차, 개인공과금, 성인용품까지 사들였던 일부 사립유치원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취재진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제도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 이를 개선해보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정부는 대책을 내놨고, 국회에서는 이른바 '유치원 3법'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 보도는 지난해 한국기자상과 한국방송기자대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 MBC 인권사회팀은 '바로간다' 코너를 통해 그 해 8월 있었던 CJ대한통운 물류센터 사망사고에 집중, 택배 물류업 현장을 취재해 일용직 택배 노동자의 현실을 조명했다. 기자가 직접 3곳의 물류센터에서 42시간 근무한 결과 안전문제, 근로시간 문제 등 택배 현장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2009년 발생한 '쌍용차 사건' 당시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국가폭력의 진상을 밝혀냈다. 이 두 보도는 각각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이달의 좋은 보도', '올해의 좋은 보도'로 선정됐다.

이 외에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을 다룬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들이 '이달의 좋은 보도'로 선정되기도 했다. MBC의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 연속 보도는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보도상을 수상했고, 현재 MBC는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사건들을 연속보도하고 있다.

그 때문일까. MBC 보도는 지난해 사단법인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선정한 '미디어어워즈' 8대 미디어에 다시 이름을 올리며 조금씩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미디어미래연구소는 매년 언론학자와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한국언론학회 전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 신뢰성·공정성·유용성 등 분야별 8대 미디어를 선정한다. 그동안 부문별 3~5위를 유지하다가 2012년 이후 순위에서 사라진 MBC는 지난해 각 부문에서 6년만에 8위에 이름을 올렸다.

MBC 정상화위원회가 그동안 발표했던 과거사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보도내용에 대한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사례는 조작보도다.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 당시 MBC 뉴스데스크의 '안철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보도는 조작된 보도로 드러났다. 당시 MBC 정치부 기자들은 안철수 박사학위 논문은 표절이 아니라는 취재를 해놓고도 이를 누락했다. MBC 제3노조 위원장이었던 김세의 전 기자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총 5건의 리포트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국정농단·탄핵보도, 세월호 참사 보도, 2017년 대선 등 선거관련 보도 등 그동안 MBC에 제기된 의혹과 관련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도내용의 변화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가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저조를 비판하는 발언을 게재하자 언론은 이를 받아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MBC의 뉴스 시청률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배 전 아나운서가 인용한, MBC 제3노조 성명 기사에 언급된 일자의(2월 24일) 각 방송사 메인뉴스 시청률(닐슨코리아)을 살펴보면 전국 가구기준으로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2%, SBS 8뉴스는 3.2%, JTBC 뉴스룸은 2.9%다. 2049 개인 기준으로는 MBC 뉴스데스크가 1.1%, SBS 8뉴스 1.4%, JTBC 뉴스룸 1.2%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내용과 형식의 진전과 달리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시청률에 내부 비판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MBC 뉴스가 '변했지만 변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 복잡한 이슈가 늘어났다. 공영방송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특히 빛을 발해야 한다"며 "복잡한 이슈의 한 가운데 뛰어들어야 한다. 이슈 자체를 회피하거나 공방의 주장을 나열하는 피상적 보도로는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현재 MBC 보도에 대한 논의는 앞서 언급한 과거 보도사례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2015년 방문진 감사 역임 시절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MBC 보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애국진영에서 공정방송을 하는 데는 MBC밖에 없다고 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배 전 아나운서가 말하는 '다시 좋은 친구'의 보도가 신변잡기식 보도, 조작보도,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일컬어지는 극우단체에게만 호소력을 갖는 보도는 아닐 것이다.

한편, 뉴스 시청률과 달리 MBC의 디지털뉴스 구독자 증가세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네이버채널 구독자 수는 5만 명에서 67만 명으로, 유튜브는 9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페이스북은 16만 명에서 19만 명으로 그 수가 증가했다. 네이버채널 구독자 수의 경우 올해 들어 30만 명이 더 증가해 구독자 수 90만 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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