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의 2018년도 상담 통계 분석결과 '성폭력'에 관한 상담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폭력은 하나의 유형으로 국한되지 않고, 다른 폭력과 다층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정폭력의 경우 가족과 수사·재판기관으로부터의 2차피해가 상당 수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가 7일 발표한 '여성인권상담소 상담 통계분석'에 따르면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기타 등의 상담 유형 중 '성폭력'에 관한 상담이 685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성폭력' 유형은 성추행, 강간 등 상대의 동의 없는 성적 언행으로 유발된 피해와 성매매까지 포괄한다고 여성의전화는 설명했다.

'성폭력'의 뒤를 이은 건 '가정폭력' 상담(644건)이었다. 이외에도 '데이트폭력'(255건), '스토킹'(214건) 상담 등이 높게 나타났다. 기타유형으로는 가족문제, 이혼, 부부갈등, 중독, 성적 지향 관련 상담 등이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폭력 인식개선 연중캠페인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폭력의 유형은 한 가지로 국한되지 않았다. 일례로 가정폭력 상담사례 중에서도 성폭력을 함께 경험한 사례는 24.7%(159건), 스토킹을 함께 경험한 사례는 7.1%(46건)로 집계됐다. 데이트폭력 상담사례 중 성폭력이 동반된 경우는 41.2%(105건), 스토킹을 함께 경험한 사례는 22.4%(57건)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여성의전화는 "2018년에도 피해자가 경험한 폭력은 하나의 유형에 국한되지 않고 다층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즉, 가정폭력·성폭력·데이트폭력·스토킹과 같은 구분만으로는 여성폭력 피해자가 처한 현실을 온전히 드러내는 데에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2018년 피해 유형별 상담 건수>

상담 사례 대부분은 가해자가 남성, 피해자가 여성이었다. 상담 사례 중 성별을 파악하기 어려운 기타 상담 17건을 제외하고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는 1552건이었으며, 그 중에서 가해자가 남성인 사례는 1490건으로 전체의 94.3%를 차지했다. 이를 피·가해자 관계에 따라 분류하면 전·현 배우자, 전·현 애인, 데이트 상대자가 57.5%, 직장 관계자 11.6%, 학교 관계자 5.4%, 동네 및 지인 6.8%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모르는 사람에 의해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는 2.3%에 그쳤다. 피해사례 다수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며, 지인 혹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관계 등에서 발생한다는 결과다.

<피·가해자 관계 분포>표 (한국여성의전화)

다른 한편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상당 수가 2차 피해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수사·재판기관이 2차 가해 주체로 지목된다.

가정폭력 피해 644건 중 2차 피해 경험이 기록된 사례는 총 197건으로 전체 피해자 중 30.6%가 2차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전화는 "이는 2차 피해 내용이 주된 상담 내용에 포함된 사례만을 한정한 건수로, 더 높은 비율로 2차 피해 경험이 발생하리라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2차피해는 주로 가족과 수사·재판기관에서 발생했다. 가족·주변인에서 발생하는 비율은 55.3%로 "가족 불화 일으키지 말라", "네 남편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니 참고 살아라"라는 식의 폭력을 은폐하고자 하는 발언이나 "(가해자를)괴물로 만든 것은 네 탓이다", "네가 여우 짓을 해서 아들(남편)이 화내지 않게 잘하라" 등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대해 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인권보다 가정 유지를 더욱 중요시하고, 성차별적·가부장적 인식을 앞세워 여성에게 성 역할을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 가정폭력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경험>표 (한국여성의전화)

경찰, 검찰 및 법원의 2차 피해는 23.8%(47건)로 그다음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찰 부를 일이 아닌데 왜 불렀냐", "피를 흘릴 정도면 전화하라", "더하신 분들도 처벌 안 한다" 등 가정폭력을 가정사나 부부싸움 정도로 치부하는 사례들이 나타났다.

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피해 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이 1.7%밖에 되지 않아 가정폭력 피해자 대부분이 경찰 및 검찰 단계에 도달하지조차 못한다는 현실을 상기해 보면 매우 높은 비중"이라며 "이러한 2차 피해를 경험하며 피해자는 경찰에 대한 신뢰를 잃고, 이후 신고를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사법절차를 통한 문제해결이 어려운 이유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있다며 개정을 촉구했다. 특례법의 목적 조항이 피해자 인권 보호보다는 가정의 유지와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특례법에는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해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함으로써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도록 하는 내용이 목적 조항으로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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