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장난이 아닙니다. 그것이 만약 인터뷰라면 인터뷰 전에 작가가 질문 내용을 먼저 전달하고, 그에 맞춰 연예인들은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만약 토크쇼라면 연예인들이 미리 방송에서 이야기할 에피소드들을 준비해서 옵니다.

즉,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인터뷰나 토크쇼에서 하는 말들은, 즉흥적인 애드립들이 아닌 사전에 자신이 준비한 말들입니다. 그렇게 만약 그것이 폭로성 발언이면 자신이 폭로를 하겠다 맘을 먹고 한 것이겠지요.

이경실, 싸가지(?) 여자후배 이야기 왜 했나?

이경실은 지난 17일 QTV 여자만세에 출연하여, 여자후배 연예인에게 부탁을 거절당해 굴욕을 격은 사연을 털어놓았습니다. 그것은 몇 달 전 이경실이 예능 세바퀴의 다짜고짜 퀴즈에 참여해 줄 스타를 찾기 위해, 같은 미용실을 다니는 여자후배 연예인에게 출연을 부탁했는데 거절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배는 "매니저한테 물어봐야 한다. 한번 해주면 다 해줘야 해서"라고 말해 화가 났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경실은 왜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그런 싸가지(?) 여자후배 이야기를 한 것일까요?

이경실은 그런 사연과 함께 마치 누군지 맞춰보라는 듯, "그 여자 후배는 30대 초반의 잘 나가는 연예인으로 광고에도 많이 나오고 예능으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라며 단서를 제공합니다. 그렇게 범죄자 인권보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실명을 밝히지는 않지만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여자후배 연예인이 너무 싫어서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밝혀 비난하고 싶었는데, 차마 실명까지 밝히게 되면 여자후배 연예인이 너무 심한 욕을 먹을까봐 배려를 한 것일까요?

이경실의 굴욕 사연이 방송을 탄 뒤, 역시나 그에 대한 궁금증은 기사화가 됩니다. 그리고 네티즌 수사대는 이경실이 던져준 먹잇감을 가지고 열심히 추측하며 용의자들를 찾아내게 됩니다. 그렇게 네티즌들에 의해 여자 연예인 H양, J양, K양, L양 등의 실명이 거론되며, 현재 그 용의자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 연예인들은 과연 이경실에게 굴욕을 줬다던 그 여자후배가 맞을까요?

사실 이건 딱 누구라고 범인은 지목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경실과 그 여자후배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하여 목격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네티즌들은 그 여자후배가 누군지 절대 알 수 없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이경실이 던져준 두루뭉술한 단서들 속에서 네티즌들의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게 됩니다.

'이 사람이 아닐까?', '이 사람이라던데?', '이 사람이야'로 이어지며 불확실한 추측으로 지목된 용의자들은 어느새 진짜 범인이 되어 네티즌들 사이에서 마녀사냥을 당하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이경실은 그 여자후배가 누구인지 당당하게 실명을 밝힐 생각은 없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이경실은 그저 단서만 제공하면서 논란만 야기시킨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방송에서 말하는 사연은 방송 전 미리 준비를 하기 때문에,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의 폭로성 발언으로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경실은 마치 찾아보라는 듯이 단서까지 직접 제공을 했구요.

이경실의 입장에서는 네티즌들에 의해 지목되는 연예인들이 칭찬을 받건 욕을 먹건 상관이 없습니다. 실제로 자신에게 굴욕을 준 연예인이 밝혀지건 밝혀지지 않건 상관이 없습니다. 그렇게 이경실은 단순히 '이경실 굴욕', '이경실 후배' 등의 실시간 키워드를 예상하며, 이슈를 만들고 주목받기 위해 이용한 것일 뿐입니다.

자신이 주목받기 위해, 애꿎은 용의자들 욕 먹이지 마라

요즘들어 연예인들이 주목받기 위해 폭로성 발언을 많이 합니다. 연예계 뒷이야기, 비하인드 스토리에 관심이 많은 네티즌들을 상대로 관심을 받기 위해서인데요. 폭로성 발언은 단순히 방송에 의한 파급력뿐만 아니라, 그것이 기사화되고 궁금증을 유발시키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면 작게는 수만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이 그것을 보고 누구인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며, 폭로성 발언을 한 연예인은 단숨에 집중적으로 주목받게 됩니다.

그런 폭로성 발언의 장으로 이용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강심장입니다. 보다 강한 이야기를 장려(?)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까,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주목받기 위해 그런 폭로성 에피소드를 준비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폭로성 발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는 만큼 어느 정도 각색 및 과장, 포장 등은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막말로 그것이 소설이라고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항상 그런 폭로성 발언은 두루뭉술한 단서들이 제공됩니다.

덕분에 그 두루뭉술한 단서들에 포함되는 억울한 연예인들도 용의자로 지목되며 욕을 먹게 됩니다. 또한 그런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올 때면, 폭로를 했던 연예인은 트위터나 미니홈피를 통해 "그 사람 아니다"고 글 한번 써주면 됩니다.

하지만 한번 의심을 하기 시작한 네티즌들은 아니라고 해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습니다. 아니구나 하며 믿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괜히 논란이 커지니까 겁 먹어서 아니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여전히 단정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용의자로 지목되어 억울한 누명을 쓰며 욕을 먹고, 말도 안 되는 루머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은 어떡해야 할까요? 난 결백하다 공식 발표를 하면서 억울함을 직접 호소해야 할까요? 발 빠르게 대응하면 제 발 저린다고 그러고, 늦게 대응하면 미심쩍은 것이 있어서, 그렇다고 무시하면 찔리는 것이 있으니까 그런다고 하겠지요. 또 안티팬들에게는 좋은 구실이 되기도 하구요.

솔직히 연예인들이 공개적으로 대중들에게 위로받고자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폭로성 발언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그렇게 폭로성 발언을 준비해 와서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며 은근슬쩍 두루뭉술한 단서를 흘리는 것은, 용의자들 욕 먹이고 자신은 동정표를 얻으면서 단번에 이슈를 만들며 주목받기 위함입니다.

그런 식으로 괜히 애꿎은 용의자들 욕 먹이지 말고, 당당히 실명을 밝히며 자신이 한 말에 책임지지 않을 거면, 그런 폭로성 발언은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자신은 주목받고 억울한 연예인들 욕 먹이는 그런 이기적인 말들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군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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