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종목의 모든 경기가 끝났습니다. 승패도 엇갈리고 그에 따라 희비도 엇갈렸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굉장히 재미있으면서도 아름다운 라이벌 구도가 생긴 것 같아 앞으로 많은 기대를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이번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자유형에서 주인공은 단연 박태환(단국대)이었습니다. 자유형 200m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한 것을 시작으로 자유형 400m에서는 올 시즌 세계 최고 기록, 그리고 국제 경험이 많이 없는 자유형 100m에서는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리고 자유형 1천500m에서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역영을 펼쳐 결국 은메달을 획득하며 개인전에서만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따내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계영 종목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추가한 박태환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만 메달을 7개나 따내며 아시아 수영 강자임을 확인했습니다.

▲ 서로 축하하는 박태환과 쑨양 ⓒ 연합뉴스
그러나 박태환의 화려한 부활만큼이나 주목해볼 만한 선수를 꼽는다면 바로 중국의 쑨양이었습니다. 당초 중국의 라이벌 하면 장린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요. 그러나 18살에 불과한 쑨양이 이번 대회에서 그야말로 혜성같이 등장하면서 주목받았습니다. 자유형 200m, 400m에서 박태환에 각각 1초45, 0.94초 차로 뒤지며 2위에 오른 쑨양은 1천500m에서 올 시즌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한 선수답게 힘찬 역영을 펼치며 아시아 신기록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 개인 첫 국제 대회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상당히 탄탄한 영법 구사와 페이스 조절, 스퍼트가 좋은데다 큰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가 좋아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쑨양이 경험이나 세부적인 기술만 더 키운다면 박태환의 아성을 넘어설 만한 가능성을 이번 대회를 통해 보였습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화려하게 등장한 박태환의 나이가 18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쑨양의 잠재성은 충분히 있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지구력과 페이스 조절 면에서는 상당히 좋은 기량을 가지며 앞으로 자유형 1천500m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날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자유형 200, 400m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는 박태환 입장에서는 더욱 많은 준비를 하면서 다음도 노리는 전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승부 근성이 강한 박태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이전의 장린보다 더 탄탄한 라이벌이 나왔다는 것은 기록 향상이나 목표에 자극제가 되는 면에서 좋은 일로 봐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더 강한 경쟁자 등장을 통해 박태환의 목표 의식이 더 뚜렷해져서 세계선수권, 올림픽 우승 또는 세계 기록 달성 같은 것에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더 흥미를 모으는 것은 경기 외적으로 상당히 훈훈한 장면들이 많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자유형 200, 400m에서 박태환이 압도적인 기량차로 우승을 차지하자 쑨양은 박태환의 실력을 인정하면서 "박태환은 나보다 강하다. 정말 배울 것이 많았다"라는 말을 하며 진심어린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에 화답했던 것일까요. 박태환은 1천500m 경기가 끝난 뒤 "쑨양이 앞으로 1천500m 세계 1위를 할 것"이라며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승부에서는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서로의 강점을 칭찬하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반응을 보니 참 멋지고 아름다운 라이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경기를 마친 뒤에 모든 경기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다정하게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에서도 두 선수 모두 참 멋진 라이벌이라는 훈훈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이전의 장린이 다소 무뚝뚝하면서 때로는 박태환의 신경을 자극하는 반응을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참 멋진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한쪽은 지켜야 하는 입장이고, 다른 한쪽은 따라가서 넘어서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좀 더 과열되다보면 이런 훈훈한 장면이 뒤집힐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멋진 승부, 멋진 스포츠맨십을 기반으로 좋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한다면 분명히 양국 수영의 발전에도, 나아가 아시아 수영의 위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건전한 경쟁 관계를 유지하고 박태환 개인에게는 이번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 또 다른 자극제가 될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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