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 소녀'라고 불렸던 정다래(전남수영연맹)는 아시안게임 개막 전부터 '광저우 아시안게임 5대 얼짱'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큰 키에 예쁜 외모 등이 부각되면서 언론은 이를 비교적 크게 다뤘고, 일반 팬들 역시 그녀를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통상 갑작스럽게 관심을 받다 보면 그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던 경우가 적지 않았기에 아직 19살로 어린 정다래가 감당해낼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다래는 이번 대회에서 3번의 실패를 딛고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 성공하며 '얼짱'이 아닌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습니다. 그동안의 고생이 많이 생각났는지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지만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을 때는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안은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어 많은 사람들을 흐뭇하게 했습니다. 그야말로 진정한 수영 스타로 떠오른 순간이었습니다.

▲ 여자 평형 200m 결선에서 금메달을 따낸 정다래가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입에 물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래 정다래는 국내 평영 1인자로서 막 떠오르고 있는 신예였습니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선수지만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급성장해 한국 여자 수영의 간판으로 거듭나고 있던 선수였습니다.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에서는 박태환의 부진에 다소 묻힌 감이 있었지만 한국 여자 수영 선수로는 2005년 이남은에 이어 두 번째로 평영 200m에서 결선에 오르는 쾌거를 거둬 평영 종목의 기대주로 떠올랐습니다. 이미 중학생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이름을 올렸던 정다래는 전국체전, MBC배, 동아 수영 대회 등 각종 전국 대회를 휩쓸다시피 하면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마침내 개인적으로 큰 대회였던 아시안게임에서 주종목인 200m에서 끈질긴 승부욕을 보여준 끝에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실 평영 50, 100m 등에서 잇달아 4위에 머물러 200m에서 과연 메달권 성적을 낼 수 있을지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는 수영대표팀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기껏해야 동메달 정도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을 만큼 쟁쟁한 경쟁자들도 많았고 그만큼 힘든 종목이 바로 평영 200m였습니다. 하지만 정다래는 한 번 선두로 자리잡은 뒤 끝까지 스피드, 영법이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결국 일본, 중국 선수들의 맹추격을 뿌리치고 2분25초02의 기록으로 골인했습니다. 자신의 기록(2분24초20)에는 0.82초 모자랐지만 마지막까지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한 끝에 이뤄낼 수 있었던 값진 우승이었습니다. 그리고 '얼짱으로 주목받는다'는 소리를 단 번에 잠재우며 진정한 수영 스타로서 해야 할 일을 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정다래의 금메달은 한국 여자 수영 역사에 있어 상당한 의미를 가져다줬다는 면에서 값어치가 있었습니다. 1982년 86년 '아시아의 인어'라는 찬사까지 들었던 최윤희 이후 스타성 있는 선수가 발굴됐다는 점은 무엇보다 돋보이는 성과였습니다. 1998년 조희연 이후 12년 만에 나온 금메달, 평영에서 처음 나온 금메달이라는 것도 값어치가 있지만 박태환에게만 의존해왔던 한국 수영에 새로운 여자 스타가 탄생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2009 세계선수권 준결승 진출을 통해 경쟁력을 확인한 만큼 좀 더 단점을 보완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하기만 한다면 정다래가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서 메달을 따내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면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 인어공주 정다래 표정연기도 최고 ⓒ연합뉴스
메달을 딴 후에도 정다래는 울음을 터트리며 진행된 인터뷰, 시상식에서의 행동 등 외부적인 요소로 인해 더 관심을 받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실력으로서도 충분히 박수쳐야 할 면이 많고, 주목해야 할 면이 많은 게 맞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잠재성이 풍부한 선수인 만큼 주변에서 박태환 못지않은 관심과 지속적인 훈련을 벌여나간다면 여자 선수 중에서도 세계적인 실력을 자랑할 만한 선수를 보유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하게 됩니다. 실력과 외모를 동시에 갖춰 박태환 못지않은 진정한 수영 스타로 완전히 떠오르는 정다래의 미래를 기대해보면 어떨까요. 아직까지도 세계 정상을 향해 갈 길이 먼 한국 수영에 눈부신 여자 선수가 한 명 탄생한 것만으로도 박태환의 3관왕만큼이나 큰 성과를 거둔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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