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 사람의 급작스러운 실수, 예상하지 못했던 방송 환경의 변화, 각종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힘든 구설수 같이 단기적이고 파급력이 큰 사건들 때문에 찾아온 위기나 문제라면 차라리 괜찮습니다. 고통스러운 과정이기는 하지만 그 문제가 명확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서 조금씩 개선해나가거나 확실하게 매조지한 뒤에 새 출발할 수 있는, 그래서 이전과는 다른 일신한 모습으로 다시 시청자 앞에 서는 기회로 삼을 수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야말로 위기. 위태로운 기회로 간주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신정환이 도박사건으로 하차한 뒤 새로운 조합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새 인물들을 찾고 있는 라디오스타처럼 말이죠.

그런데 그런 충격, 혹은 커다란 실수가 아니라 잘나가기는 하는데 조금씩 침체되는, 그래서 그런 특별한 문제나 어려움 없이 진행되기는 하지만 점점 더 기대치와 이름값에 못 미치는 것들이 반복되는 추락은 돌이키기도, 개선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무언가 손을 봐야 할 것 같기는 한데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시작해야할지 미묘한. 조금씩 시작되었기에 더욱 묵직하고 쉽사리 떨쳐내기 힘든 문제입니다. 무릎팍도사가 지금 처해있는 상태가 바로 이런 침체.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그래서 이젠 오랫동안 곁방 신세였던 라디오스타에게까지 존재감을 위협받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죠.

그동안 무릎팍도사가 자랑하던 장점들이 이제는 습관, 혹은 지겨움과 식상함으로 변해서 스스로의 목을 조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어느 누가 나와도 동일한 패턴, 비슷한 내용만으로 채워지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매주 게스트가 바뀌고 갖가지 고민을 들고 무릎팍도사를 찾아오지만 정작 내용은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만 같아요. 과거 행적을 한번 둘러보고, 사랑이야기에 매진하며 스캔들이나 연인과의 이야기를 영상편지로 마무리하고, 엉뚱한 해결방안으로 고민을 해결해주는 포장으로 끝내는 식이죠.

그리고 이렇게 특정 지어진 틀이 반복되면서 점점 무릎팍도사가 주목받고 인기를 끌게 해주었던 집요함, 날카로움, 진지함은 서서히 사라져버렸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에서의 고통, 고민, 성취감과 성공비결들이 살짝 드러나기는 하지만 진정 아프고 껄끄러운 부분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그 안의 어두움이나 슬픔, 비장함도 결국은 게스트를 포장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끝나고 말죠. 당황스럽거나 의외의 질문은 없고 모두가 그냥 딱 보여주고 싶은 부분까지만 보여주고 결국은 출연 목적인 홍보로 끝을 내는, 무릎팍도사는 이제 그냥 그 끝이 뻔한 그저 그런 토크쇼로 변해 버렸어요.

이전의 무릎팍도사처럼, 강호동과 게스트와의 밀고 당기는 기싸움 와중에 보여주었던 진솔함. 당황스러울 정도의 독기나 짓궂음, 혹은 예리한 질문들은 사라져버렸고, 그런 치열함의 실종 때문에 방송이 끝난 뒤 전달받았던 출연자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 의외의 발견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좀 더 무언가를 말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음에도, 그 정도의 존재감과 크기를 가진 사람을 불러놓고도 그냥 서둘러서 무언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예전 잘나갔던 과거 행적을 살펴보고, 그래서 뭔가 찝찝한 아쉬움만 남기고 곧바로 사랑이야기로 넘어가는, 그 사람 인생의 무게감과 진솔함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망쳐버리는 가벼움으로 내용을 채우고 있어요.

게다가 강호동의 개인 역량과 성향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는 진행 방식은 그에게도 프로그램에게도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집요해야 할 손님들의 인생사, 성장 스토리에서는 짐짓 물러나고, 쓸데없이 연애사에 집착하고, 마무리는 명언으로 끝을 내는 방식은 유사한 방식이 반복되는 강심장과 함께 그 생명력을 소진시키고 있어요. 이제 클 만큼 성장한 유세윤에게도 좀 더 많은 분량을,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의외성을 줄 수 있는 올밴에게도 활동의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세 명이 동시에 나섰을 때의 산만함과 복잡스러움을 조절하는 것이 또 다른 문제겠지만 말이죠.

무언가 분명한 전환점이,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쩌면 지금도 조금은 늦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매번 방송이 끝나면 시청자들의 반응에 의해 만들어지는 여파와 화제성을 라디오스타에게 빼앗겨 버린 지도 오래고, 이제는 어느 누가 나온다고 해도 별다른 여흥을, 감동을 주지도 못합니다. 1인 초대라는 획기적인 변화로 방송계에 큰 존재감을 뽐내던 무릎팍도사는 이제 그냥 딱 그 정도의, 기본만 하고 끝나는 시시한 홍보 토크쇼가 되어 버렸어요. 이대로라면 황금어장의 간판 프로그램은 위기를 기회로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는 라디오스타가 되어 버릴 겁니다.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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