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MBC 뉴스데스크
17일, 박태환과 정다래 선수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수영 사상 첫 남녀 동반 우승이라는 찬사가 언론을 도배했다. 흔히, 동반 우승이라 함은 같은 종목에서 남녀가 동시에 우승함을 일컫는 것이지만, 언론은 별 문제없이 감격을 극대화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그걸 시시시비 하자는 건 아니다. 슬럼프를 겪었던 박태환 선수는 3관왕에 올랐고, 정다래 선수는 12년 만에 여자 수영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의미가 남다를 수 있고 그래서 표현이 다소 과장 될 수도 있다. 물론, 스포츠 뉴스라면 말이다.

문제는 이런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 스포츠 뉴스가 아닌 각 방송사의 메인 뉴스라는 점이다. 방송 뉴스 3사는 모두 별도 편집된 영상까지 준비하는 성의를 보이며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 광경을 전했다. 워낙 익숙한 장면이라, 매번 그러지 않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매 대회마다 70개 내외의 금메달을 획득하는 아시안게임은 올림픽과 위상이 다르다. 지난 도하 아시안게임 때는 확실히 지금과 같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에 호들갑을 떠는 촌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모습이었다.

하지만,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맞아 방송뉴스는 아시아 제패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던 과거의 어느 날로 돌아간 듯하다. 확실히 강도와 정도가 심하다.

광저우아시안게임을 맞아 방송 뉴스는 관련 소식을 연일 헤드라인 편성하고, 평균 5꼭지 이상의 리포트를 내보내고 있다. 박태환, 정다래 선수가 금메달을 딴 17일에는 KBS가 9꼭지, SBS가 7꼭지 MBC는 무려 13꼭지를 아시안게임 뉴스로 도배했다. 뉴스의 평균 리포트 수가 25~30개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게임 관련 소식은 대략 4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기간 중 방송 3사 뉴스의 관련 소식 리포트 수 비교ⓒ미디어스
비정상적인 점유율이다. 방송 뉴스가 아시안게임에 몰입해 있는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당시의 보도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확연하다.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의 경우 평균 3꼭지 정도의 리포트가 배치됐다. 하지만 광저우아시아게임은 평균 6~7꼭지의 리포트가 배치되고 있다. 또한 이번 아시안게임의 경우 관련 소식이 거의 헤드라인으로 편성되고 있다. 5일차까지 진행되면서 방송뉴스가 아시안게임이 아닌 다른 헤드라인을 선택한 것은 정부가 경남도의 4대강 사업권을 회수 한 날, 하루뿐이었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날에 리포트의 수가 확 늘어나는 모습이다. 단적으로 박태환 선수가 3관왕에 오른 17일의 경우, MBC는 6꼭지, KBS는 5꼭지, SBS는 3꼭지를 박태환 선수 관련 소식으로 편성했다. 전형적인 '영웅' 만들기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자, 스포츠 성적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전형적 모습이다.

박태환 선수는 도하아시안게임에서도 대회 3관왕으로 MVP에 올랐다. 활약도에서는 지금과 당시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당시의 지명도와 지금을 비교해 볼 때, 17세의 나이로 거의 신인이나 다름없었던 당시의 활약이 훨씬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6년과 비교할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MBC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앞서 '올림픽에 버금가는 집중 편성 전략'을 선보인다고 했던 MBC는 방송 뉴스 가운데 아시안게임 몰입도가 가장 강한 편성을 보여주고 있다. 2006년과 비교하면, 리포트 수가 거의 3배정도 늘었다. 이런 MBC의 아시안게임 몰입은 비단, 방송 뉴스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영화대상> 시상식 대신 박태환 선수의 결승전을 생중계하기로 해 빈축을 사기도 했던 MBC는 가장 과감하게 정규 편성을 헐고 아시안게임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송 뉴스는 편성과 분량에 제한이 있다. 방송 뉴스 아시안게임에 몰입되어 있는 동안 당연히 주요한 사회적 이슈들이 누락될 수밖에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경우 G20 정상회의 폐막과 동시에 개막되어 보도국 인력이 G20과 아시안게임으로 나눠지는 상황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실제 상당한 취재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방송 뉴스들은 떠들석하게 G20 정상회의를 전하고서도 정작, G20 폐막 이후의 의미와 성과에 대한 심층적 평가는 거의 하지 않았다. 연일 새로운 사실이 폭로되며 정국을 달구고 있는 민간인 불법 사찰 '대포폰' 파문이나, 4대강 예산 심의 파행, 국회 예결산심의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한 꼭지의 리포트가 편성되거나 경우에 따라선 누락되는 등 유의미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방송 뉴스의 아시안게임 몰입에 대해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이자, 언론학자이기도 한 정희준 교수는 "사라졌던 아시안게임에 대한 미디어의 열광이 부활했다"며 "언론이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위장해 상황을 이끄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등이 드러나고 있지만 미디어는 "아시안게임에 총동원되어 국면을 전환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정 교수는 "뉴스데스크가 아니라 박태환데스크라고 불러도 무방할 수준"이라며 "외국도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에 굉장히 뿌듯해하는 일종의 콤플렉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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