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에 <놀러와>가 결방한 가운데, 치열한 월요일 밤을 비집고 <밤이면 밤마다> 라는 프로그램이 첫 등장했습니다. 조금 기분 나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한때 잘나가다 한풀 꺾인 두 MC 김제동, 탁재훈, 아직은 쩜오인 박명수, 민폐MC에서의 탈환을 꿈꾸는 정용화 그리고 패떴 막내 대성과 홍일점 유이가 함께 진행을 맡았습니다.

첫 느낌은 "상당히 만족했다"내지 "생각보다 괜찮았다"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각자에 대해서 느낀 점을 한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탁재훈

상당히 만족했습니다. 뜨거운 형제들을 보지 않기에 탁재훈을 마지막으로 본 건 "상상플러스"였습니다. 그 때 탁재훈은 뭔가 게으르고 약간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하나씩 사라져가면서 태도가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탁재훈의 입담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게 확실히 증명된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습니다. 싸이에게 몰리기도 했지만 입담으로 싸이를 한 번에 보내더군요, 깐죽거림의 대명사와 뛰어난 입담 아직 죽지 않았네요.

2) 박명수

박명수의 역할이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군요. 중간중간에 툭툭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던지기 등은 마치 해피투게더의 한 장면 같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유재석같이 정리해주는 사람은 없지요. 그런데 뭔가 MC라는 책임감이 있어서 일까요? 아니면 유재석이 없어서 일까요?멘트의 신선도 면에서 해투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탁재훈과의 콤비도 "뜨형"에 출연하면서 잘 맞춰나갔나 봅니다. 박명수는 딱히 변화가 없지만 게스트에게도 당해주는 역할, 그리고 중간중간에 버럭 질러주는 역할 등 큰 변화가 없습니다.

3) 대성

대성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습니다. 예능감으로 치면 아이돌 가운데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유재석의 수제자 대성은 그 깐죽거림에 있어서도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대성은 넘어갈 때와 그렇지 못할 때를 잘 아는 것 같습니다. 같은 멤버인 승리와 대성의 차이점은 그것인 거 같아요.

대성은 깐죽거리고 예능감을 보여주면서도 선을 넘지 않고, 적당한 수위에서 적절한 멘트를 치는 노련함을 보여주었지요. 하지만 김수로가 자기를 구해줬다는 사실을 회상하며, 눈물을 그렁거리는 순수한 모습도 보여주며 아직 풋풋함을 볼 수가 있죠.

4) 정용화

인기가요 MC를 맡고 있어서 조금 나아졌을까 했던 정용화의 진행. 한때 "민폐MC"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는 아직까지는 예능 MC가 조금 부담스럽나 봅니다. 대성과 MC하나만 놓고 보자면 경험은 비슷할 텐데 대성의 패떴과 정용화의 우결은 확실히 차이가 있어서 예능감이 더욱 더 요구됩니다. 우결은 예능감이 필요 없습니다. 막내 서현이도 하는데요 뭐... 하지만 정용화는 오히려 그걸 살리는 게 좋습니다.

쟁쟁한 선배와 경험 많은 실력자 속에서 드러나는 약간의 어리숙함과 미숙함. 그게 정용화의 MC캐릭터가 되어버릴 수도 있겠네요. 뭘 해도 약간 어설프면서도 무언가가 서툰... 중간에 서현이 질문할 때는 귀엽더군요. 서현이가 좋긴 좋나봐요? 타 방송에서 이야기할 정도면... (아니면 고도의 지능? 전 그냥 전자로 볼게요)

5) 김제동

김제동은 "리틀 유재석"이라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사실 김제동도 포장을 굉장히 잘하거든요. 예전보다는 많이 적극적이고 독해진 것 같은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벼랑 끝에 몰렸던 김제동이라 더 열심히 하는 모양이기도 합니다. 사실 SBS랑은 조금 안 맞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는 강호동과 함께 야심만만을 이끌었던 주역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집단 토크쇼에 약한 건 아니지만, 예전에는 끼어드는 면에서 조금 부족함이 있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적절한 때에 잘 끼어들더군요. 또한 그는 완충제입니다. 상대적으로 탁재훈, 박명수는 공격형이지요.

하지만 김제동은 가장 그 안에서 부드러운 캐릭터이자 약한 캐릭터입니다. 입담이 밀리는 게 아니지만 잘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이 되고, 그 안에서 여기저기 날려주는 멘트들을 종합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지요.

어제는 싸이가 워낙 달변가고 스스로 정리를 잘하는 타입이기에 김제동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됐지만, 앞으로 김제동이 정리해야 하는 일들이 많이 생길 곳 같습니다. 특히 게스트가 조금 융통성이 없거나, 싸이처럼 스스로 정리할 타입이 아닐 경우에요.

6) 유이

유이는 홍일점으로 칙칙한 분위기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역할로 투입되었습니다. 그녀 자신도 그다지 말이 많지 않으며 호불호를 떠나서 예능감이 많은 멤버는 아닙니다. 가장 병풍이 될 가능성이 높은 멤버이기도 하지만 혼자 여성이라는 점이 그 역할을 잘 막아주죠.

유이를 보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습니다. 플레이걸즈를 보면서는 멤버들끼리 있으니까 몰랐는데, 공중파에서 보니까 확실히 느끼겠더군요. 바로 유이가 굉장히 많이 맑아지고 표정도 밝아졌다는 점이에요

아마 작년에 활동을 너무 많이 해서 몸도 지쳤었겠지만, 수많은 악플과 미움을 2009년에 거의 혼자 다 받다시피해서 (악플에 있어선 소녀시대를 능가할 정도였음) 어두워보였습니다. 유이의 우결에서도 초반에는 밝은 모습이었다가 가면 갈수록 조금씩 어두워지는 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버디버디 녹화로 방송에서 모습이 드러나지 않아 악플도 줄어들었고 오히려 동정세력도 많이 늘어나고, 무엇보다 유이가 스스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그랬겠지만 이전보다 리액션도 좋아지고 밝아졌습니다. 패떴에서 만나본 대성도 있고, 같이 드라마를 촬영한 정용화도 있고 해서 더 편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유이의 역할은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유이는 이 기회를 이용해서 차근차근 제대로 예능을 배울 기회로 삼아야겠죠. 홍일점이기 때문에 유이의 가장 큰 책임은 표정과 리액션입니다. 공격적으로 쏴대는 MC들 가운데서 카메라가 갈 때 생긋 웃기만해도 유이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전체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조금 어수선한 면은 있습니다. 이제 첫 방송이기도 하고 아직 호흡도 잘 안 맞는 부분도 있고 예능 MC가 처음인 신인들이 세 명이구요. (정용화, 대성, 유이) 하지만 첫 방송치고는 상당히 괜찮았다는 평을 내려주고 싶네요. 진지할 때는 진지했지만 웃길 때는 제대로 웃겼고, 진지했다 싶으면 알아서 분위기를 풀기도 하는 모습은 경험 많은 MC들이 있어 적응력이 빠르다는 것을 말해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몇 가지 넘겨야 할 산이 있습니다. 해피버스데이와의 경쟁에서는 확실히 앞서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보입니다. 해피버스데이가 약간 산으로 가는 경향이 벌써부터 보이더군요. 프로그램의 취지도 이해가 안갑니다. 놀러와가 언제까지 결방될지는 모르지만 놀러와와의 경쟁이 제대로 붙어서 대등해야만 성공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자극성과 수위는 놀러와-강심장의 중간 정도로 해주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어떤 게스트이든지 잘 구워삶는 노련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게 바로 김제동, 탁재훈, 박명수 세 사람의 역할에 달려있는 것이지요. 첫 회 게스트인 싸이야 분위기를 장악할 정도로 예능에서의 달변가이고, 김수로도 한 예능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수월했지만, 다음 주 같은 경우는 적절한 수위가 정해지지 않으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는 게스트들입니다. 어떻게 게스트의 수위조절을 잘 하는가가 관건입니다. 신선하고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 프로그램,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