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의 5G 요금제가 포함된 이용약관 인가신청을 반려하기로 결정했다. SKT텔레콤의 5G 요금제가 대용량 고가 구간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이통사들이 가계 통신비 부담을 키우고 있는 저가-고가요금제 이용자 차별 정책을 '5G시대'에도 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5G 이동통신 이용약관 인가를 신청하자 5일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를 개최해 심사를 진행, '반려'를 결정했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신청한 5G 요금제가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대다수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크므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반려 이유를 설명했다. 자문위는 이용약관인가 심사 기준에 따라 요금 적정성, 이용자 이익 저해·부당한 차별 여부 등을 집중 검토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사옥 앞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이통사의 이용약관 인가신청을 반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반려' 결정은 아직 인가신청을 내지 않은 KT, LG유플러스의 5G 요금설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과기정통부 결정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이통사들이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왔던 중·저가요금제 이용자 차별 문제를 해소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가계 통신비 부담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번 과기정통부 결정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5일 논평을 내어 SK텔레콤이 고가 중심의 5G 요금제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요금제를 설계해 제출한 SK텔레콤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저가-고가요금제 이용자 간 차별적인 요금제 정책의 폐해를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SK텔레콤은 개선은 커녕 또 다시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된 요금제를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이통3사가 가장 최근 내놓은 LTE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을 보면, 이미 3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6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에 비해 데이터 100MB 당 적게는 39.9배에서 많게는 66배나 비싼 요금을 부담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골적인 데이터 차별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요금을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더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여 사실상 저가요금제를 무력화시키는 명백한 ‘이용자 차별’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통3사의 LTE(4G) 요금제를 살펴보면 1GB 데이터 제공 요금제의 경우 100MB당 요금이 약 3천원대인 반면, 100GB 데이터 제공 요금제의 경우 100MB당 40~60원대 요금을 형성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이른바 '69요금제'로 불리는 요금제로, 100GB이상 사용시 속도제한 조건에서 데이터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가요금제와의 차이는 더욱 커진다.

이동통신3사의 LTE요금제 비교표 (참여연대, 자료출처=각 통신사 홈페이지, 단위 : 원)

다른 한편으로는 이통사가 지난해 5G 경매 당시 예상보다 싼 값에 주파수를 낙찰받고도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초 5G 주파수 경매의 막이 오르고 과기정통부가 최저 경쟁 가격을 3조 2760억원으로 제시하자 이통3사는 일제히 "너무 높다"며 반발했다. 시작가가 높으면 낙찰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데,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와 주파수 경매까지 더해져 투자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예상되던 최종 낙찰가는 5조원 수준으로, 이로 인해 5G 주파수 경매 비용과 시설투자 비용이 가계통신비로 전가될 수 있다는 업계 지적도 일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실제 낙찰가는 3조 6천억원에 그쳤다. 예상보다 낮은 낙찰가격에 가계통신비 부담 증가 우려가 사그라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다가 과기정통부가 심의 없이 주파수 경매를 진행,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일방적으로 주파수를 분배해 결과적으로 이통 3사가 경매 금액을 1조원 정도 적게 부담했다는 의혹도 국회에서 제기됐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5G 이동통신 주파수 분배-할당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며 "5G 주파수 경매를 위한 가격산출 법조항을 잘못 적용해 가격 결정에 추가로 반영할 요인을 미반영하고 결과적으로 가격을 낮춰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파법 시행령에 따라 주파수 가격 결정은 서비스 예상 매출액, 주파수에 대한 수요 등을 반영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고, 아울러 고시 행정예고 당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무선투자촉진계수'가 확정 공표된 고시에 추가되면서 결과적으로 이통3사는 주파수 경매 금액을 1조원 정도 적게 부담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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