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에서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승인·재허가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미디어 환경 변화로 사회적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은 방송사업자에 대해 더이상의 진입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종편 재승인 제도를 폐지하고, 공영방송 재허가 제도 대신 별도의 규제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져 종편에 대한 규제완화 필요성이 강조됐다. 하지만 막말·편파·오보 논란이 여전한 종편 사업자의 공적 책무를 덜어주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로 '방송사업자 재승인, 재허가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이른바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언주 의원은 "인·허가 제도는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처럼 법에 위반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처벌하면 되는 것"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특정 정권에 얽매여 방송이 재승인·재허가 눈치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궁극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로 '방송사업자 재승인, 재허가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가권력의 방송장악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며 "방송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긍지를 가지고 편향되지 않게 방송했으면 좋겠다. 재승인·재허가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임시방편 중 하나"라고 말해 재승인·재허가 제도 폐지 주장에 힘을 실었다.

토론회 발제는 종편 출범의 근거가 된 미디어법 개정과 관련, 2009년 당시 한나라당 추천을 받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참여해 종편 도입을 주장한 황근 선문대 교수가 맡았다. 황 교수 역시 장기적으로는 재승인·재허가 제도의 폐지, 단기적으로는 기간 연장을 통한 규제완화를 제안했다.

황 교수가 주장하는 재승인·제허가 제도 폐지의 근거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방송사업자 위상의 변화다. 과거에는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방송사업자에게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이에 따라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된 방송사업자에 공적 책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방송정책이 이뤄져 왔다면, 현재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주파수 희소성'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었고, 방송사업자의 사회적 영향력 역시 크게 줄어 진입규제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황 교수는 "지금 주파수 희소성이 존재하나? 이런 상태에서 과연 (방송사업자의)여론 독점력이 존재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재승인·재허가 제도는 강력한 진입규제이자 사전규제다. 방송산업시장 변화에 비해 법이 너무 엄격하다"고 했다.

또 황 교수는 방송평가 심사제도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떨어진다며 이에 따른 오남용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방송평가 기준이 모호한 탓에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자의적인 평가를 내려 방송사업자를 압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재승인·재허가 제도의 폐지 혹은 기간연장을 주장했다. 우선 종편 재승인 제도와 관련해 황 교수는 "인터넷 뉴스 매체들이 폭증하고, 일반 채널들도 사실상 편법적인 뉴스·시사 프로그램들을 편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편·보도채널에 대한 '승인·재승인'을 유지하는 것은 규제 형평성 차원에서 매우 비합리적"이라며 "승인제도를 폐지하든지 최소한의 기준을 통해 평가하는 규제완화 방안이 모색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영방송 재허가 제도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은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보장받고 안정적인 공적 재원을 바탕으로 운영돼야만 한다"며 "따라서 정부가 운영하는 공영방송에 대한 감시는 민영방송과는 별개의 제도와 장치에 의해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형식적인 허가 제도가 아닌 독립된 규제기구 혹은 규제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승인·재허가 제도를 폐지하고, KBS·MBC 등 공영방송에 한정해 별도의 규제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방송사업자에 대한 정의와 규제의 의미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막말·편파·오보 논란이 지속되는 방송산업에 대해, 특히 종편PP에 대해 재승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공성 중심의 한국 방송정책 특성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영규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장은 "방송 인·허가제도는 사업면허를 주는 일종의 특혜이자 특허다. 이와 함께 공적책무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면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유도, 종편의 오보·막말 등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한 부분이 있다. 사외이사제 도입 등도 경영투명성을 높여 국민들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방송을 볼 수 있도록 고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 과장은 "사업자 부담완화 필요성이 더 큰지, 공공성을 담보해 시청자 공익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 비교해야 한다"면서 "최근 미디어 시장의 상업성을 많이 고려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방송정책은 공공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산업으로서의 방송보다 공적가치 실현수단으로서의 방송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강조했다. "과연 규제를 완화해도 될 만큼 방송사업자가 공적책무를 잘 이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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