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의 긴장감이 느슨해져서 몰입도가 떨어지고 있다. 그 대신 김진서와 모윤희의 히스테리만 남은 듯하다. 물론 즐거운 나의 집는 성은필의 죽음으로 시작해서 그 해결로 끝날 드라마이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스릴러가 아니라 그저 그런 심리극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부쩍 들게 한다. 그리고 그것에 두 여자의 심리적 문제들이 총동원되고 있지만 사건의 진척이 너무 더뎌서 반복되는 두 여자의 발작은 오히려 지루한 감을 줄 뿐이다.
꽃노래도 하루 이틀이라는데 김진서와 모윤희 사이의 과거로부터 이어오는 갈등이 지루하게 반복되고 있어 불만스럽다. 이 즐나집이 추리 드라마로 본색을 잃지 않으려면 작고 큰 사건이 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모윤희와 20년 전 인연을 끊은 아버지가 이준희라는 명망 있는 화가로 등장했지만 엉뚱한 성격으로 방향이 잡혀서 스릴러적 분위기에 더하기보다는 덜어내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잠시의 해프닝으로 지난 6회의 엔딩을 급박하게 만들었던 김진서의 아들 민조의 실종은 단지 두어 시간의 병아리 외출에 불과한 것이었다. 아들이 납치 유괴됐다고 그것도 범인이 누군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 김진서의 반응은 너무 과잉된 것이었다. 아무리 중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정신과 의사의 갑작스런 패닉은 느닷없는 설정이었다. 물론 모윤희와 얽힌 아주 사소한 것에도 과민 반응하는 김진서의 태도는 이해도 간다.
그러나 역설 만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즐나집이 혹시 싸이코 드라마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김진서의 심리적 공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것이 모두 치정에 관련된 것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다. 아들의 실종에 대한 과잉반응도 그렇거니와 급기야 남편의 시잡을 찢어서 얼굴에 내던지고 그것도 부족해서 학위증까지 발기발기 찢어버리는 모습은 모골을 송연케 했다. 미저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장미의 전쟁의 축소판이라고 할 김진서, 이상현의 유치하고도 잔혹한 싸움은 결국 자다 깬 아들로 인해서 허무하게 멈췄다. 그렇게 해서 싸움은 멈췄지만 그것이 남긴 것은 김진서의 온전치 못한 심리상태이다. 갈수록 미쳐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김진서의 심리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그런 김진서에게 피니시 블로우를 먹인 것은 모윤희의 아버지 이준희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지난 6회의 엔딩과 거의 같다. 그래서 거의 미친 지경의 김진서의 모습에도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 또한 그 상황에 지난 교통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 이상현은 엉뚱한 대자보로 인해 아내의 전화를 받을 상황이 되지 못한다. 이미 결혼예물까지 망치로 부숴버린 상황에서 남편을 찾는 것도 참 꼴사나운 모습이지만 그것보다는 사건의 진척 없이 비슷한 상황을 곰탕 끓이듯이 우려내는 것이 더 실망스러웠다.
옆동네 대물에서는 전직 검사가 난데없이 곰탕을 끓이는데, 이쪽 즐거운 나의 집에서도 그 곰탕을 끓여내고 있다. 수요 드라마는 곰탕에 말아먹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러나 분명 이준희는 범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대놓고 범인을 공개할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 단지 빗나간 부정의 발휘이며 일종의 트릭일 따름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의심할 사람은 모두 의심했고 마지막으로 남은 대상은 죽은(혹은 죽었다고 속고 있는) 성은필만 남은 상태다. 과연 어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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