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청소년들이 만든 플래시게임을 업로드하는 사이트 '주전자닷컴', '플래시365' 등에 대해 등급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게임 삭제를 통보해 논란이다. 정부가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로 '게임 꿈나무'들을 좌절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논란이 일자 문체부는 청소년이 개발한 비영리 게임에 대해서는 등급분류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 달 20일 '주전자닷컴' 운영자가 홈페이지에 "자작게임 콘텐츠를 2월말 부로 중단하게 되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유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시정권고였다. 운영자는 "프로들도 아닌 학생들이 중심이 된 손때묻은 UCC 작품에 대해 서비스를 금지한다는 것은 생각해본적도 없어서 혼란스럽지만 사이트 강제 차단조치를 피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서비스를 내리게 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당장 네티즌들 사이에서 '비영리 게임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비영리 게임에 대한 게임 등급분류 심의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올라왔다.

'주전자닷컴' 사이트 화면 갈무리. '주전자닷컴'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플래시 게임이나 콘텐츠를 게시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다.

'주전자닷컴' 등의 사이트는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플래시 게임이나 콘텐츠를 게시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다. 주로 청소년들이 참여·이용한다. 문제는 현행 게임법(게임산업법) 상 게임물을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만 하고, 등급심의를 받으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기관이나 교육·종교기관 등에서 공익적 홍보활동 등의 용도로 제작·배급하는 게임물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게임은 등급분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등급분류 심의에는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논란이 된 플래시 게임에 한정해도 최소 2만 1천원(게임용량 10MB 미만, 개인 제작 시)부터 많게는 5만 6천원(100MB~300MB)까지 심의수수료를 지불해야 심의가 가능하다. 300MB 이상은 수수료가 16만 8천원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 심의수수료 조견표'.

또한 등급분류 '심의'인 만큼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심의신청자는 이의신청 절차를 밟게 되는데, 이 때 심의수수료의 75%를 다시 지불해야 한다.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은 10대 청소년들이 비영리 목적의 게임을 만들고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사전규제에 해당하는 복잡한 심의 절차와 과도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이미 국회에서 문제제기가 이뤄져 개정안 발의로 이어졌으나, 관련 국회 상임위 검토 결과 규제 유지 필요성이 제기돼 현재 계류 중이다.

2016년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임산업법 개정안은 영리 목적 게임물과 청소년이용불가 요소가 포함된 게임물에 한해 등급분류 심의를 받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비영리 게임의 경우 대부분 흥미·시험 목적으로 제작되고, 청소년이용불가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의무적으로 등급분류를 받게 돼 있어 젊은 게임 개발자들을 좌절시킨다는 게 당시 개정안 제안 이유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 심의 신청 및 결정 절차. 이의신청 시 심의수수료의 75%를 다시 지불해야 한다.

반면 국회 전문위원과 입법조사처는 청소년 이용불가 요소 포함 여부에 대한 판단이 게임 제작자에게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전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관련 검토의견서에 따르면 무료 배포 게임물 중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게임물이 제작·유통되는 경우가 있어 오히려 영리 게임물보다도 엄격한 등급분류를 받아야 할 게임물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 개정안에 따라 청소년 이용불가 요소에 대한 판단 권한이 제작자에게 있게 되면 제작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등급분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또한 개정안은 청소년이용불가 요소가 포함된 게임물에 대해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직권으로 등급분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사후 등급분류를 제안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국회는 "사후 등급분류라는 점과 정보통신망을 통해 즉시·대량으로 유통 가능한 게임물의 특성상 게임물 관리체계에 취약점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전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개정안의 취지를 인정해 등급분류 심의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한편, 문체부는 해당 논란이 일자 지난달 28일 입장을 내어 청소년이 개발한 비영리 게임은 등급분류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문체부는 개인 제작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심의수수료 감면 규정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비영리 및 단순 공개 목적의 게임물 제작에 대해 등급분류를 면제하는 규정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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