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그 여진으로 가요계는 물론이고 연예계 전반을 흔들고 있는 슈퍼스타K 시즌2의 수혜자는 무수히 많습니다. 잘나가는 아이돌들을 모두 뿌리치고 음원 순위 정상의 위엄을 뽐내고 있는 우승자 허각이나 가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슈퍼스타로서의 잠재력을 기대하게 하는 준우승자 존박, 장재인이나 강승윤을 비롯해 가수로서의 미래가 기대되는 다른 참가자들처럼 많은 이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대중들에게 소개되었고 자신의 길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는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더 중요한, 즐거운 기다림을 선물해준 재능들이죠.
각종 기사에 윤종신의 평가나 충고가 여전히 화제가 되는 것도 그렇고, 강심장도 그렇고, 이전의 그가 진행하는 비틀즈코드에서도 그렇고, 이제 막 방송활동을 시작하는 새내기 가수들인 슈퍼스타K의 재능들이 윤종신과 함께, 혹은 의지해서 같이 출연하는 모습이 많이 포착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겁니다. 그들의 성장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았고 그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이들의 어색함을 자연스럽게 보듬어주면서 예능 프로그램에 적합하게 가다듬어주는 대부의 역할에는 자신들도 예능 출연이 어색하거나 꺼려하는 이승철이나 엄정화보다는 역시 윤종신이 제격이거든요. 실제로 이번 주 강심장에서도 그의 모습은 심사위원 때와는 전혀 다른, 격이 없고 편안한 선배로서 이들을 이끌어주는 노련함이 빛이 났었습니다.
그런데 화제의 두 남자, 허각과 존박과 함께 강심장에 출연한 그가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말한 내용은 그런 인기, 대중들의 호의적인 평가 앞에서 냉정하게 자신을 내려놓는, 콤플렉스 덩어리인 부족한 재능의 실토였습니다. 데뷔 때부터 자신은 과대평가를 받아왔다는, 지금의 열광과 환호 역시도 지나친 포장의 결과라며 주위의 평가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품이 잔뜩 끼어 있는 허상을 경계하며 고개를 숙인 것이죠. 이전의 강심장을 스쳐갔던 어떤 사람들의 말보다 훨씬 더 진정성이 느껴지는, 그러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진솔한 고백이었어요.
하지만 윤종신은 그런 눈부신 재능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성실함, 꾸준함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그와 함께 출발했던, 혹은 그의 활동 초기에 같이 활동했던 이들 중에서 아직도 꾸준하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앨범을 발매하고, 후배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하며 뮤지션으로서의 경력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그에게 열등감을 안겨주던 015B의 주축들은 가끔씩 반가운 활동 재개와 침묵을 반복하고 있고, 김현철, 정재형, 유영석 같이 쟁쟁하던 동년배 동료들의 활동도 그의 꾸준함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유행에 따라 부침이 심한 예능 프로그램의 물갈이 와중에도 윤종신의 이름은 매번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단골 MC, 패널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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