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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사태', '기계적 중립'으로 보도할 일인가?조선·중앙, 정부가 한유총 '사유재산 침해' 주장 들어야…"이렇게 막장까지 가야 하나" 비난도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3.04 11:30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사립유치원 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이사장 이덕선)가 불법적인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서 '아이들을 볼모로 삼았다'는 사회적 비판이 거세다. 그러나 일부 보수언론은 '기계적 중립'을 앞세워 '한유총 사태'를 정부와 한유총의 대립 양상으로 보도하고 있다.

3일 한유총이 교육부의 입장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개학 연기를 강행하겠다고 나서면서 언론의 관심은 한유총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집단휴원과 한유총에 대한 싸늘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에서는 '한유총 대 정부', '준법투쟁 대 설립취소·고발', '강 대 강' 등 이른바 '기계적 중립'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4일 한유총 집단휴원 강행과 관련한 전국단위 주요 일간지 보도를 살펴보면 '기계적 중립' 양상은 조선·중앙일보에서 나타났다. 

<오늘 19만명 유치원 못갈수도… 학부모 "4개월간 뭐했나"> 조선일보 사회 12면. 2019. 03. 04

조선일보는 <정부는 "공공재" 한유총은 "사유재산"… 사립유치원 시각차>기사에서 "'교육기관(공공재)'이나 '사유재산'이냐. 정부와 사립 유치원 사이의 갈등은 사립 유치원을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발생한다"며 양측 주장을 균형있게 실었다. 

이어 조선일보는<오늘 19만명 유치원 못갈수도… 학부모 "4개월간 뭐했나">기사에서 한유총과 정부가 각각 발표한 개학연기 결정 사립유치원의 수 차이를 부각하며 "4일 개학 연기에 정부 예상보다 많은 사립 유치원이 가담하게 될 경우 정부의 갈등 관리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민주노총 등 다른 이익단체들과의 관계에서는 협상과 대화를 중시하던 정부가 유독 사립 유치원에는 '무관용' '엄정 대처' 라면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는 한국교총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한유총 "협상하자" 교육부 "타협 없다"… 학기초 유치원 대란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유총은 갈등 해소를 위해 정부와 협상을 요구했지만 교육부와 교육청 모두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유치원 3법 개정을 두고 한유총과 정부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유총의 주장을 뜯어보면 이를 기계적 중립으로 보도하는 것에 의문이 생긴다. 사립학교법상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다. '유치원 3법'의 취지는 정부 지원금을 교육 목적 외 부정하게 쓰지 못하도록 관리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사립학교 회계와 관련해 대법원은 2011년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하였다면 그 자체로서 불법"이라고 결론내렸다. 

사립학교의 사유재산권이 일정 범위에서 제한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판결도 존재한다. 2000년 사립학교에 학교 운영위원회를 두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되자 헌재는 사립학교가 공교육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국공립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없다고 판단, 국가가 일정 범위 안에서 운영을 감독·통제할 권한과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립유치원 시설이 개인 소유인 건 맞지만, 정부의 회계기준 강화를 이유로 한 '사유재산 침해' 주장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이다. 또한 일부 사립유치원이 지원금을 유용해 성인용품과 명품가방까지 구매하고, 집단 휴원까지 강행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관용 원칙을 꺼내 든 맥락이기도 하다.

사설을 살펴보면 '한유총 사태'에 대한 두 신문사의 관점이 더 명확히 드러난다. '유치원 대란'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주장이다. 

<[사설] 유치원 문제 하나 해결 못 하나>. 조선일보 오피니언 39면. 2019. 03. 04

조선일보는 <유치원 문제 하나 해결 못 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어떤 경우든 명색이 교육기관이 아이들을 볼모로 삼는 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문제가 이토록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인지는 의문이다. 이들의 요구엔 들어봐야 할 부분도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무슨 고차방정식이라고 이렇게 막장까지 가야 하나"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민노총 폭력사태엔 침묵하던 정부가 유치원 대책회의에는 경찰청장·국세청장·공정거래위원장까지 참석시켰다"면서 "이것이 무슨 공안 사건인가. 갈등을 조율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문제 해결력은 보여준 적이 없고, '수사해서 감옥 보낸다'는 식의 발상만 나온다"고 비난했다. 

중앙일보 역시 <개학 연기에 폐원 투쟁까지… 아이들 교육이 최우선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유총 측은 '유아와 학부모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은 교육부'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면서도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 정책의 정당성에만 매몰돼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는 않았는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한유총 간 극한 대결의 피해는 국민이 떠안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가 3일 발표한 전화면접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에 대해 국민 83%는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국가 지원금을 교육 목적 외에 사용할 시 처벌토록 하는 유치원 3법 도입에 대해서는 81%가 찬성했다. 반면 에듀파인을 도입하면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한유총 측 주장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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