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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유관순 이야기’, 영화가 끝나도 아무도 일어서지 못했다[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9.03.03 11:02

며칠 지났지만 올 3·1절은 특별하다. 100년을 맞는 3·1만세운동이다. 3·1절이라야 고작 태극기나 달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엔 그것도 왠지 꺼려지는 분위기다. 그래서 태극기를 집 앞에 거는 대신에 영화 한 편을 보러간 이들이 적지 않다.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다. 

사실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라는 형식에 담은 역사다.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역사다.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친일잔재를 다 지우지 못한 우리에게 유관순 이야기는 현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단순히 영화일 수만은 없는, 영화 이상의 그 무엇이다.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 스틸 이미지

3·1절이 다가오면 항상 거론되는 이름이고, 그래서 다 아는 것 같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우리는 유관순에 대해 몰랐다는 자각을 갖게 된다. 어디 유관순만 몰랐을까. 유관순 열사가 투옥되었던 8호실에서 함께 만세 투쟁을 벌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 모른다. 그 무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죄스러움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많은 독립투사들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단순히 무지 때문만은 아니다. 유관순 열사와 서대문감옥 8호실에 투옥됐던 기생출신 김향화 선생의 경우는 출감 이후 행적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을 거란 추측도 있지만 영화에서는 만주로 떠나는 것으로 처리했다. 김향화 선생에 대한 기록으로 보아 영화의 해석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영화 속에서 감옥 안 만세운동을 주도한 것은 유관순이었지만, 김향화는 그런 유관순의 가장 듬직한 동지였다. 수원 일패 기생답게 감옥 안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김향화의 구성진 노랫소리는 힘이 된다. 이 영화를 통해 김향화라는 인물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알게 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소득이다. 남겨진 기록은 적지만 따로 독립된 영화나 혹은 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삶이다. 그렇게 김향화라는 이름을 더 기억하게 됐지만 여전히 모를 더 많은 이들에 대한 아쉬움은 가시지 않는다.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 스틸 이미지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흐르는 동안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단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겪은 최초의 경험이었다. 인터넷 반응을 보니 이 영화가 상영된 영화관마다 같은 현상이었다니 더 놀랍다. 그렇지만 그럴 수밖에 없음이다. 고작 만세 하나 부르려고 목숨을 걸고, 버릴 목숨이 하나밖에 없음에 한스럽다는 17살 어린소녀의 의지에는 누구라도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엔딩크레딧엔 8호실에 수감되었던 다른 이들의 사진들을 함께 수록했다. 그들의 얼굴을 하나도 흘려볼 수 없었다. 

더러는 북받쳤던 감정을 추스를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을 것이다. 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니 전부가 울었을 것이다. 그것은 분노였고, 또 존경이었다. 예상했던 고문 장면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감독은 관객들이 유관순 이야기를 감상적으로 접근하기를 꺼려했음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분노의 눈물을 참지 못할 장면들로 가득할 수밖에 없는 것이 또한 유관순 이야기이고, 서대문감옥 8호실에서 유관순과 함께 만세를 부른 25명의 독립지사들의 이야기다. 3·1운동 1년을 맞아 감옥 안에서 다시 만세를 외친, 서대문감옥 여옥사 8호실의 1년을 담은 역사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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