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한가득인 '아시안게임'기간, 특히 야구대표팀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만전 투수교체 과정에서의 실수가 좀 어이없긴 했지만, 그 외엔 여지껏 완벽에 가까운 모습으로 4강까지 안착했다는 거.

뭐, 이미 야구대표팀의 선전은 "아시안게임, 야구가 기대되는 이유"라는 포스팅에서도 예상했던 바, 막상 홍콩이나 파키스탄에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고 나니 -당연한 결과일테지만.- 맥이 조금 풀리는 듯도 합니다.

남아있는 건, 중국과의 4강, 그리고 일본-대만전 승자와의 결승인데요. 뭐, 야구의 특성상 절대적 예측은 힘들겠지만... 벌써부터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금빛 순항'이란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데요. 어찌됐던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우리 야구대표팀은 1998년부터 드림팀으로 최고의 선수들만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늘 드림팀과 함께하는 아시안게임 야구에 대해 이번엔 왠지 재미가 덜하다는 이야기도 슬슬 들려오고 있는데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앞으로 2편의 포스팅에 걸쳐 해볼까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언제까지 드림팀?"이란 이야기를 해보죠.

▲ 우리가 17대 0으로 이긴 파키스탄. 하지만, 파키스탄은 홍콩에게 5대 3으로 역전승을 거두는 성과를 올렸다는.
야구의 세계 대회에 있어, WBC나 올림픽에서야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뭐, 엄밀히 따지면 미국은 그렇지 못하죠. 물론, 그런 이유들로 인해 올림픽에선 퇴출됐지만 그런 이야기는 다음에.-

그러나, 아시안게임은 꼭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는데요.

대만은 아직도 총력을 다 하는 아시안게임, 도하에선 그 결과를 맛보기도 했죠. 반면 우리는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최상의 전력을 임했으나, 대만과 프로 선수가 아닌 일본에게까지 패하며 동메달, 참혹한 결과를 맛봐야 했다는 거. 역대 최악의 성적이었죠. -이전까지 최저 성적은 아마추어가 참가했던 1994년 히로시마 대회의 은메달이었습니다.-

물론, 어느 대회든 최선을 다해서 임하는 것은 좋은 자세, 그리고 그 결과 정상에 오르는 건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파키스탄전이나 홍콩전을 보며, 지금의 "드림팀"에 대해선 조금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느껴지지 않으셨나요?

드림팀으로 느꼈던 감동과 1등의 가치도 대단하지만. 이젠 조금 그 접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 겁니다. 특히, 아시아에서 우리의 진짜 경쟁상대라 할 일본의 아시안게임 행보는 그런 점에서 눈여겨 볼만 한데요. 국제대회에서 우리는 늘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이 대결들은 모두가 명승부로 우리를 감동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대회들에서 우리가 감동했던 더 큰 이유는 일본 대표팀이 우리만큼 최상의 맴버였기에 가능한 노릇이었죠. 만약, 그들이 지금 아시안게임과 같은 자세로 임했다면 우리의 감동은 승리를 한다 해도 크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이번에도 일본 야구대표팀의 경우는 사회인야구 선수들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들은 거의 준 프로에 가까운 수준이죠. -그런 야구 저변이 부럽기도 합니다만.- 일본 내에선 아시안게임 야구에 대한 관심도 그리 높지 않다고 합니다.

▲ 2006 아시안게임 일본대표팀ⓒ연합뉴스
아무래도 프로야구의 저변이 우리보다 넓고, 그에 따른 야구 전반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반증이겠죠. 그렇다고 마냥 일본을 부러워하거나 따를 수는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그런 아마추어 야구팀을 꾸린다는 게 우린 불가능하죠. 실업야구는 사라졌고, 고교야구와 대학야구 선수들로만 아시안게임에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아시안게임을 통해 프로야구의 저변을 더 넓히고 확대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터. 이를테면, 1.5군에 맴도는 기대주나 유망주 선수들,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 선수들로 주축을 이룬 팀을 꾸리는 겁니다. 그 가운데 추신수 선수와 같은 주요 선수들이 몇몇 함께하는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마치 축구의 와일드카드처럼-

병역 혜택과 어린 선수들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팬들의 관심을 새롭게 모아보는 겁니다. 해당하는 선수들은 병역 혜택과 스타덤에 오른다는 장점이 있고, 구단들은 선수의 병역문제 해결과 스타선수 보호가 가능하죠.

궁극적으로는 우리도 대학이나 실업야구의 부활과 나아가 사회인 야구의 저변확대까지도 이런 아시안게임으로 가능할 거 같습니다. 어찌보면 무수한 종목들이 실업 스포츠란 이름으로 아마추어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야구는 그런 저변이 없다는 거, 좀 아쉽습니다.

꼭 일본처럼은 아니어도 젊고 의지가 더 큰, 선수들로 매경기 우리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아시안게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이를 통해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야구를 다양하게, 야구인들의 진로를 폭넓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는데요.

물론, 이런 구성으로 자칫 지금까지 이어온 영광의 성적들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비난과 문제제기가 대단 할 수도 있겠죠. 늘 우리가 차지했던 야구 금메달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생각도 같이 합니다. -도하참사 덕(?)에 그나마 금메달의 가치가 올라간 야구가 아닐까요?-

오히려, 일본의 자세처럼 메달을 따면 좋고, 못따더라도 젊은 유망주들에게 기회와 꿈을 줬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구성은 어떨는지, 드림팀이 꿈의 팀이기보다, 꿈꾸는 이들을 위한 팀이면 어떨지에 대한 고민을 한번쯤 해보게 됩니다.

이에 대한 문제들도 분명 존재하긴 하는 거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일 이어지는 포스팅을 통해서 좀 더 논의해보죠.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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