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각종 흥밋거리들이 빠르게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그리고 새롭게 열광을 보낼 또 다른 관심거리를 찾아 움직이는 것이 인터넷 세상이고 우리가 문화와 즐거움을 소비하는 방식이기에 지난주에 반짝 관심을 끌었던 소재를 다시 끌어내 찾아보는 것은 한물 간 뒤돌아보기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잠깐 스치는 것처럼 이야기되었던 것들을 모두 찾아보다가는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새로운 유행과 관심거리들을 놓쳐버릴 수 있을 만큼 정신없이 흐름이 뒤바뀌는 세상이니까요.

하지만 걸친녀라는, 한때 각종 인터넷 포털 검색어의 수위를 지키며 화제가 되었던 이 동영상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제는 지킴녀라는 별칭 변경으로 또 다른 형식으로 유출되고 있는 이 동영상의 변화는 한 개인의 홍보 수단이 아닌, 교통질서 확립이라는 단순한 공공질서 확립과 함께 기업 이미지 제고를 노리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처음 시도되는 것인지라 자사 홍보 욕심이 순진하게 삐쭉삐쭉 보이기도 하고, 다소 뻔해 보이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그 순진함이 오히려 눈길을 끄는 것이죠.

뭐 그런 겁니다. 아주 간단한 교통법규, 자동차의 횡단보도 정차를 어겼다고 해서 보행자들의 항의가 있을 수는 있지만 실제로 비싼 외제 자동차가 공중에서 덤블링을 하며 파손될 일은 없습니다. 예쁘고 몸매 좋고 외제차를 모는 여성은 공중도덕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며 자기 멋대로 행동할 것이라는 인식 역시도 무척이나 간편하지만 위험한 선입관이기도 합니다. 실제 이 동영상이 보여주는 상황인식이나 구성은 무척 간단하고 순진하지만 그렇게 동의하기는 힘든 생각거리들이 많이 눈에 띄고 있죠.

그런데 이런 어설픔이, 혹은 순진함과 관습적인 내용 전개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부담 없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미녀의 굴욕과 이후의 개과천선 과정에 기분 좋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좋은 통로가 되어 줍니다. 사회면이나 뉴스들 심심치 않게 장식하는 일부 미꾸라지들의 심각한 일탈이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민폐 행각을 접했을 때 나오곤 하는 불쾌한 반응으로까지 나아가지 않고 그냥 어쩌다 접하는 작은 볼거리로 취급하는, 일상의 기분전환으로 보면서 동시에 작은 생각거리를 남겨주는 것이죠.

횡단보도에 살짝 걸친, 그래서 걸친녀라고 손가락질 받던 그녀가 이젠 자연스럽게 법규를 잘 지키기로 다짐하는 지킴녀로 바뀐다는 설정은 딱딱한 목소리로 그냥 교통 법규를 잘 지키라고 윽박지르거나, 수많은 규칙들을 재미없게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홍보 방식이란 거죠. 별의 별 소재의 민망한 굴욕 동영상이 나돌고, 뻔하디 뻔한 기업 홍보 영상이나 자기 PR을 노린 영상들이 가득한 인터넷 세상에서 이렇게 공공질서를 말하는 것을 접하는 것은 조금은 신기한, 그리고 재미난 발견이에요.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목표보다 그것을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게 만드느냐 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딱딱하고 무거운, 그러면서도 흔하고 남들도 다 아는 규칙을 이야기할수록 좀 더 기발하고 새롭게 말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는 것이죠. 이것 역시도 뻔한 홍보이겠거니 하며 시작한 걸친녀가 모범적인 지킴녀로 마무리된 짧은 반전 이야기는 이렇게 전달의 중요성과 함께 기분 좋은 뒤통수를 안겨주었습니다. 이 역시도 여러 번 공중파에서 노출되었던 S오일이 시도한 또 다른 방식의 기업 광고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런 식의 재치 넘치는, 그리고 기분 좋은 반전은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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